뭐든 지르고 보는 그 남자의 은밀한 가젯 이야기 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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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가 희한한 목걸이를 차고 있다. 녹음기 혹은 몰래카메라처럼 생겼다. 퇴근길 지하철에서 앞에 앉은 사람이 그를 쳐다봤다. 괜히 찔려서 셔츠 주머니에 그 목걸이를 숨겼다. '몰카 아닌데.'

집으로 가는 골목길에서 다시 목걸이를 꺼냈다. 그걸 들고서 이리저리 들이대더니 버튼을 연신 눌렀다. 사람들이 주변을 지나가면 다시 숨겼다. 나중에 물어보니 이러더라. “몰카 찍는다고 의심할까봐 자꾸 숨기게 되네요.”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목걸이? 웨어러블 카메라!

목걸이의 정체는 키미션80이다. 지난해 말쯤인가. 니콘에서 내놓은 미니 액션카메라다. 웨어러블 카메라라고도 부른다. 어느 순간도 놓치지 않고 기록하기 위해 고안된 제품이다. 영상도 찍을 수 있다.

크기가 정말 작다. 그 남자 셔츠 주머니에 널널하게 들어갈 정도니까. 4.5cm×8.7cm×1.5cm 사이즈다. 과거 흔한 MP3 플레이어 크기 정도일까. 아무튼 스마트폰보단 훨씬 작다. 무게도 74g이고.

몸에 지니고 다니기 적당하다. 그 남자처럼 목에 걸고 다녀도 목 디스크 걱정할 필요 없다. 마운트로 몸이나 가방에 달고 다닐 수도 있다. 그 남잔 휴대폰보다 휴대성이 뛰어나다고 자랑해댔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사진이나 영상이 잘 찍히긴 하겠나. 그래도 명색이 카메라 명가 니콘이 만든 제품이다. 1271만화소 이미지 센서에 F2.0 니코르 렌즈가 달려 있다. 손떨림 방지 기능도 지원한다.

특출난 정도는 아니다. ‘작은데 생각보다 잘 찍히네’란 생각이 드는 수준이다. 선명하고 색감을 강렬하게 표현한다는 느낌이다. 그 남자는 이런 특징을 키미션80만의 매력으로 받아들인다.

 

언제든 무심하게 셔터 찬스 놓치지 않는다

그 남자는 왜 키미션80을 목에 매달고 다닐까. “일상의 조각들을 기록하고 싶어서요. 메모장에 볼펜으로 메모를 하는 게 아니라 이미지로 메모를 한다고 할까요? 자기 전에 사진을 돌려보며 하루를 복기합니다.” 심오하다.

그냥 폰카메라로 찍으면 되잖아. 그 남자가 자주 듣는 말이다. 자기 스스로도 자주 던지는 질문이다. “휴대성이나 기동력이 더 뛰어나고 튼튼하니까.”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는데 그리 와닿진 않는다.

“제한적인 기능에 매력을 느껴요. 필름카메라처럼요. 가끔 키미션80이 녹음기 닮았다는 얘길 하는 사람들이 있죠. 그럴 때면 ‘기록’이란 단어가 머릿속을 스치며 묘한 울림을 줘요. 조금 과장된 선명한 색감이라든가, 등산하다가 장갑을 끼고도 무심하게 꺼내 즉시 촬영할 수 있다는 점도 좋고요.”

▲ 키미션80으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키미션80으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수중 셀카도 문제없다

그 남자는 거친 아웃도어에서 키미션이 진가를 발휘한다고 소개했다. 스펙만 봐도 그렇다. 수심 1m에서 30분을 버틴다. 1.5m의 내충격성도 갖췄다. 길 가다 떨어트려도 허약한 스마트폰처럼 파손되는 법이 없다.

키미션80은 단순하지만은 않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이미지를 찍어낸다. 파노라마나 타임랩스 촬영은 기본이다. 디스플레이 위에 달린 서브 카메라로 내 얼굴을 보며 셀카도 찍을 수 있다.

루트 촬영 기능도 신선하다. 시간 간격을 두고 자동으로 사진이나 영상을 촬영해주는 기능이다. 10초마다 1장씩 사진을 자동으로 찍아준다든지 5분마다 30초짜리 영상을 남겨주는 식으로 설정이 가능하다.

촬영물을 매번 폰으로 옮기려면 귀찮지 않냐고? 그 남자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NFC, 와이파이 무선전송, 블루투스 기능 등으로 스마트폰으로 촬영물을 자동 전송할 수 있으니까. “귀찮았으면 안 썼을걸요.”

 
 
▲ 키미션80으로 찍은 파노라마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스티커 사진 크기 디스플레이

단점은 없는 걸까. 그 남자에게 따져물었다. “없는 건 아니죠.” 그는 전에 말한 ‘제약’이 단점 그 자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키미션80은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여러 제약이 있는 물건이다.

일단 디스플레이가 너무 작다. 안 그래도 작은데 화면을 가득채워 이미지를 볼 수도 없다. 그래서 초점이 제대로 잡히고 있는 건지 보고도 판단하기가 어렵다. 나중에 컴퓨터로 이미지를 옮겨 보면 완전 다른 느낌이다.

▲ 사진=이코노믹리뷰 노연주 기자

확대·축소도 불가능하다. 단렌즈이니 ‘발줌’을 이용해야 한다. 직접 이리저리 왔다갔다 해야 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 카메라라면 확대·축소도 되고, 디스플레이도 최소 5인치 이상이 기본 아닌가.

그 남자 손이 큰 탓인지 자연스럽게 제품을 쥐고 촬영하면 자꾸 렌즈를 가려버린다. 그는 렌즈가 조금만 더 상단에 위치했으면 좋았을 거라고 말했다. 단점을 지적하면서도 애써 밝은 표정을 유지하려는 그였다.

가격 얘길 꺼내자 눈빛이 흔들렸다. 그 남자가 그랬다. “30만원대 초반입니다. 애매해요. 스마트폰 카메라와 기능이 겹치는 측면이 있는데 이 돈 주고 굳이 사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이 많을 것 같네요.”

▲ 키미션80으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 키미션80으로 찍은 사진. 사진=이코노믹리뷰 조재성 기자

 

"여러분의 미션을 포착할게요"

그 남잔 요즘 다른 키미션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키미션80 말고도 키미션170과 키미션360이 함께 출시됐다. 170은 광각 액션캠이고, 360은 360도 카메라다. 언제는 제약이 있어 좋다더니 세상을 이런저런 방식으로 기록하고 싶다는 뜻도 내비쳤다.

“여러분의 미션을 포착해서 인터넷·모바일에 공유하는 것이 키미션의 미션입니다.” 니콘 영상사업부 키타오카 나오키 총괄부장이 키미션 출시간담회 때 한 말인데, 그 남잔 이 말이 아직도 뇌리 속에 박혀 있다고 그랬다.

일단 그 남잔 키미션80과 함께할 여름휴가를 기다리고 있다. 아직 어디로 갈지 정하진 않았지만 키미션80은 무조건 챙길 거라고 했다. 그걸로 여행지를 기록해 블로그에서 전시를 열고 싶다는 생각을 전했다. “베허 부부처럼 유형학적인 사진을 찍어보고 싶네요. 그 대상을 무엇으로 정할지는 생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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