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이카Q. 사진=노연주 기자

그 남자 이상하다. 카메라 셔터를 연신 누르며 혼잣말을 한다. “진짜냐? 실화임? 가짜네. 아닌가.” 갑자기 카메라를 째려본다. 심오한 표정을 지으며 찍은 사진을 확인한다. 미소가 번진다. 다중인격자 맞죠?

지나가는 사람들이 그 남자 카메라 한번씩은 쳐다본다. 꽤나 돋보이긴 한다. 라이카Q란 카메라다. 세상에나. 흙수저 웁니다. 라이카? 오랜 역사를 지닌 독일 명품 카메라 브랜드다. 인류의 역사적 순간에 라이카가 존재했다.

라이카 판타지. 그는 10년 전부터 환상에 사로잡혀 있었다. ‘Leica’라 적힌 빨간 딱지만 보면 딱 흥분한 황소 꼴이 된다. 물론 그만 라이카에 집착하는 건 아니다. “사진 하는 사람들이라면 한번쯤은 라이카앓이 하지 않나요?” 그 남자가 그랬다.

카알못(카메라 알지도 못하는 사람)이었던 그는 스무살 먹도록 라이카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했다. 대학 시절 사진수업 강사한테 처음 들었다. 사진작가였던 강사는 라이카주의자라고 불러도 무방했다. 작업을 무조건 라이카로 했다.

그 남자도 괜히 라이카가 좋았다. 가질 순 없었다. 소문대로 너무 비쌌으니까. 아르바이트도 안 하고 용돈 받아 쓰는 대학생에겐 사치 오브 사치. 가질 수 없다고 욕망을 게워내진 않았다. 서서히 그 남자 가슴에 라이카 판타지가 심어졌다. 꿈의 카메라! 라이카.

 

그 라이카는 진짜일까

그 남자도 흙수저 맞다. 자기 인생 자기가 책임져야 하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라이카를 향한 꿈은 접지 않았다. 직장생활 시작하고부턴 꿈을 현실로 바꿔보기로 작정했다. 할부로라도 라이카를 손에 넣기로 했다. 결심한 날엔 잠도 제대로 못 잤다.

첫 라이카는 D-Lux. 기적의 라이카다. 100만원 이하로 살 수 있으니까. 렌즈조차 못 바꾸는 똑딱이(컴팩트 카메라)이지만 처음엔 마냥 좋았다. 사진도 그럭저럭 예쁘게 나왔다. 약간 초록색 섞인 색감이었지만. 어쨌든 한동안 라이카 유저라는 이미지에 취해 있었다.

인스턴트 라이카. 어느 날 이 말이 문득 떠올렸다. 라이카의 정수를 100만원도 안 되는 카메라에 모두 담진 못했을 테니. ‘내 카메라를 진짜 라이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남자는 의문에 빠졌다. 아무래도 D-Lux는 그의 라이카 판타지를 모두 충족시키기 어려웠나보다. 둘은 결별했다.

▲ 라이카D-Lux. 출처=라이카 카메라
▲ 라이카X-U. 출처=라이카 카메라
▲ 화웨이 P9. 출처=화웨이

몇 개월이 지났을까. 라이카 X-U가 그에게로 왔다. 라이카 최초 아웃도어 방수 카메라다. 300만원대에 팔리고 있는 물건이다. 그 남자, 무리했다. 좀 달랐냐고? “특이하게 생겼고 튼튼해요. 사진이요? 잘 찍히긴 해요, 특히 흑백사진이 쩔어요.”

‘라이카는 흑백이지’란 생각으로 흑백사진만 찍어댄 그였다. 그러다 권태기에 빠졌다. 크롭 화각이 답답했다. 초점 잡는 속도가 느려 분통을 터트렸다. 삑삑거리는 버튼음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다시 인스턴트 라이카란 말을 떠올렸다. 혼잣말을 했다. “진짜 라이카는 다를 거야.”

또 결별했다. 하긴 습관적으로 카메라를 사고 파는 그였다. 다음 카메라는? 들이지 않았다. 당분간 홀로 지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더니 라이카폰을 홀랑 데려왔다. 라이카와 화웨이가 협업해 만든 P9 말이다. 다시 흑백사진을 찍어댔다. ‘진짜 라이카는 아니다’란 생각을 품은 채로.

 

그 남자의 라이카Q

라이카 판타지는 영영 불만족만 키우는 걸까. 그 남자는 바디만 800만원대인 라이카M10 제품 이미지를 자꾸 봤다. 한숨만 쉬었다. 이건 24개월 할부 각이 나오지도 않으니. 그러다 새로운 라이카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라이카Q.

큰일났다. M10만 보다가 500만원대 제품을 보니 가격이 괜찮아 보였으니. 그 남자는 이미 홀린 상태였다. 지를 수밖에 없는 그런. 라이카Q는 그가 사용해본 그 어떤 라이카보다 ‘진짜’에 가까운 카메라임이 분명해보였다. 라이카Q는 D-Lux처럼 똑딱이다. 대신 스펙이 대단하다. 2400만화소 CMOS 풀프레임 똑딱이다. 센서 크기가 커야 품질 좋은 이미지를 뽑아낼 수 있는 거다. 풀프레임이니 말 다했다.

▲ 라이카Q. 사진=노연주 기자
▲ 라이카Q. 사진=노연주 기자
▲ 라이카Q. 사진=노연주 기자

렌즈도 진짜 라이카답다. 주미룩스 28mm 화각 단렌즈다. 풀프레임에 클래식한 28mm 화각이라니 환상의 조합이다. 조리개 값은 f/1.7까지 내려간다. 이 정도면 어둠이 두렵지 않다. 아웃포커싱도 끝내줄 테고. ISO도 5만까지 설정할 수 있어 실수로 흔들린 이미지를 얻는 법이 없다.

그 남자는 직접 사용하면서 더 많은 장점을 찾아냈다. X-U랑 비교해 AF 속도가 훨씬 빨랐다. X-U엔 없는 뷰파인더도 있어 폼 잡기 좋았다. 비록 광학식 뷰파인더는 아니지만. 초당 10프레임 연사도 실전에서 유용했다. 찍은 이미지를 모바일 기기로 무선 공유 가능하다는 점도 클래식 라이카에선 누릴 수 없는 부분이다.

그 남자한테 제발 라이카Q 매력이 뭐냐는 질문은 하지 말자. 말을 끝낼 생각을 하지 않으니 “영상도 잘 찍혀요. 인터넷 친화적인 MP4 포맷으로 촬영 가능하죠. 접사 촬영도 끝장나고요. 본체에 ‘Made in Germany’라고 적혀 있는데, 만듦새를 보세요. 장인정신!” 제발 그만 좀.

▲ 라이카Q로 찍은 사진. 사진=조재성 기자
▲ 라이카Q로 찍은 사진. 사진=조재성 기자
▲ 라이카Q로 찍은 사진. 사진=조재성 기자
▲ 라이카Q로 찍은 사진. 사진=조재성 기자
▲ 라이카Q로 찍은 사진. 사진=조재성 기자

 

라이카M 판타지

허니문? 이번에도 그다지 오래 가지 못했다. 지금은 Q가 진짜 라이카인지 아닌지 헷갈린다고 그러더라. 그 놈의 라이카 판타지 같으니라고. 이유가 있긴 하다. 셔터음이 문제다. 소리가 너무 작고 박력이 없다. 야외에선 잘 들리지도 않는다. 그 남자는 다시 인스턴트 라이카란 말을 떠올렸다.

▲ 라이카M10. 출처=라이카 카메라

라이카 판타지와 인스턴트 라이카의 무한궤도. 그 남자는 벗어날 수 있을까? 라이카M10에다가 1000만원 돈 되는 호화 렌즈를 물려야만 라이카를 향한 갈망을 오롯이 채울 수 있는 건지. 그럼 라이카 판타지가 아니라 라이카M 판타지겠지. 에라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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