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물건, 다른 생각. 오늘의 물건은 켄우드 블렌드 X 프로 BLP900

▲ 사진=노연주 기자

 

#영국 블렌더 쓰는 남자 - 그 남자(조재성)

아침은 먹고 다니냐. 이런 질문 받을 때마다 그 남자는 당당했다. “설마. 당연히 안 먹죠.” 그 정도 귀차니즘이라면 안 먹고도 남는다. 요즘엔 뭘 잘못 먹었는지 사람이 달라졌다. 바나나를 갈아먹고 출근한다. 굳이 한상 차려먹을 필요는 없지 않나. 변수가 작용했다. 새로운 물건과 동거를 시작하고서 변화가 생겼다.

자취 인생 근 10년인 그 남자는 귀찮은 일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한다. 자취생활에도 그런 습성이 묻어난다. 아침밥 차려 먹는 것만 해도 그렇다. 처음엔 토스트나 시리얼을 챙겨먹기도 했다. 싸구려 믹서기로 과일도 갈아먹었다. 죄다 잠깐 하다 말았다. 세상 귀찮은 일이니까. 자취살이 대부분은 아침밥을 굶고 살았다. 귀찮음이 배고픔을 이겼다.

최근 강력한 변수 하나가 생겼다. 초고속 블렌더 켄우드 블렌드 X 프로 BLP900을 알게 되면서. 무엇보다도 듬직하게 잘빠진 디자인이 취향을 저격했다. 그 남자 눈엔 이 믹서기가 20세기 SF 소설에 나올 것 같은 경이로운 물건으로 다가왔다. 특히 켄우드만의 슈어그립 핸들과 라이트 그린 배색이 와닿았다. ‘음, 인스타그램에 자랑하기 딱이겠군.’ 라이프스타일 과시용이란 얘길까. 역시 SNS에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는 다르다고 하더니만.

▲ 사진=노연주 기자

켄우드? 그 남자가 아는 브랜드는 아니었다. 다만 인터넷에서 알아보고는 갑자기 팬이 됐다. 켄우드는 1947년 케네스 우드가 설립한 영국 프리미엄 주방가전 브랜드다. 요리사들 필수품인 키친머신 분야에서 세계 1위다. 기술력을 바탕으로 전통에다가 명성까지 겸비했다. 제품군도 다양하다. 그 남잔 블렌더 말고도 켄우드 토스트기나 커피포트에 혹했다.

그 남자는 서둘러 BLP900을 자기 자취방에 들였다. 포장을 풀러 사진부터 찍어댔다. 잘은 몰랐지만 이런 디자인이 영국 감성일 거라고 믿었다. ‘Made in China’를 보곤 조금 실망했지만. 문득 정신을 차렸다. 이걸 어디에 써야 하는지. 용도도 생각 안 하고 우선 지르고 봤다. 조금은 우울한 표정을 지었다. 조급증의 최후.

악몽 때문에 잠에서 깼다. 기분 더러웠지만 출근 안 해도 되는 토요일이란 사실을 깨닫고 안정을 되찾았다. 오전 10시43분. 출출했지만 냉장고에 먹을 게 없었다. 밖에 나가서 먹고 오자니 귀찮고. 아침(?)부터 시켜먹자니 부담스럽고. 침대에 누워 천장을 바라보다가 좋은 생각이 났다. 켄우드 블렌더와 지인에게서 받은 바나나 한송이가 떠올랐다. ‘옳지.’

‘오늘의 아점 메뉴는 바나나 스무디다!’ 그 남잔 대충 허기를 달래고 근처에 나가 냉면이나 먹고올 생각이었다. 사실 새로 장만한 블렌더 성능도 잘 몰랐다. 철저히 겉모습만 봤으니. ‘비싸니까(30만원대) 잘 갈리겠지.’ 뭐 이런 생각?

껍질 벗긴 바나나와 우유와 얼음을 블렌더에 넣고 스무디 버튼을 눌렀다. 순간 그 남자는 시선을 강탈당할 수밖에 없었다. 모터 돌아가는 굉음 때문만은 아니다. 리듬을 타며 바나나를 완벽히 갈아버리는 장면. 모르긴 몰라도 경이로운 분쇄력임이 틀림없다 여겼다. 완성된 바나나 스무디는 한없이 부드러웠다.

▲ 사진=노연주 기자

겉멋에 사는 그 남잔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 블렌더는 기술적으로도 훌륭한 제품이 맞다. 칼날이 초당 500회나 회전해 초고속 블렌딩을 실현한다. 괜히 초고속 블렌더라 불리는 게 아니다. 귀찮고 기다림을 싫어하는 그 남자한테 딱이다. 총 30개의 톱니칼날은 그 어떤 재료든 균일하게 갈아준다.

그남자와 BLP900이 천생연분인 이유는 또 있다. 세척이 쉬운 칼날 구조 때문이다. 뭐든 물에 대강 헹구는 버릇이 있는 그 남자에겐 제격이다. 최소한의 노력으로 뒷수습을 할 수 있으니. BLP900은 그의 귀차니즘을 극복해줄 순 없다. 대신 보완해주는 건 가능하다. 그 남자, 한동안은 영국 블렌더 쓰는 남자로 포지셔닝할 게 뻔하다. 당장 다음주부터 아침 챙겨먹고 다닐진 모르겠지만.

 

#프리미엄 블렌더 쓰는 남자 -이 남자(강기산)

이 남자는 요리 하는 걸 좋아한다. 덕분에 주방 도구가 싱크대에 가득하다. 처음 독립했을 때만 해도 전기밥솥뿐이었다. 지금은 포트, 토스트기, 블렌더까지 웬만한 가정집 안 부럽다.

과연 이걸 다 쓸까. 궁금한 마음에 물었다. 이 남자는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전기밥솥은 최근에 A/S를 받았을 만큼 주기적으로 관리까지 한다고 덧붙였다.

자취 초반에는 이 남자도 편의점 도시락과 라면으로 끼니를 때웠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 남자의 식습관이 바뀌었다. 다름 아닌 한 예능 프로그램 때문에 말이다. 방송에 나오는 간단한 레시피를 이 남자는 곧 잘 따라했다. 요리에 재미를 붙이다 보니 자연스레 도구에 욕심이 생긴 것이다. 그렇게 하나 둘 씩 구비하다 보니 지금에 이렀다고 전했다.

 

이 남자의 욕심은 점점 커졌다. 채널을 돌리던 중 홈쇼핑에서 주방 도구를 판매하면 시선이 고정됐고, 유명 주방 도구 브랜드의 페밀리 세일까지 간 적이 있다고 한다. 이만하면 병이다. 도구가 늘어나니 요리 스케일도 커졌다. 처음에는 단순히 고기 굽는 정도였지만 이제는 그럴싸하게 한 상을 차린다.

요리 속도도 빨라졌다. 예전 같았으면 1시간 걸릴 껄 30분이면 끝낸다. 지인들 사이에서도 인기 만점이다. 이 남자 집에만 오면 뭘 해주려고 난리기 때문이다. 술만 사오면 안주 정도는 일도 아니라고 한다. 이 남자는 이 모든 게 도구 덕이라고 공을 돌린다.

이렇게 요리에 열광하던 이 남자가 이상하다. 좀처럼 요리를 하지 않는다. 이유를 물어봤다. 미세먼지 때문이란다. 환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집에서 요리를 못하겠단다.

그렇다고 이 남자가 굶는 것은 아니다. 외식이 잦아 졌을 뿐. 집에서는 주로 시리얼이나 과일주스, 선식을 선호한다. 자연스레 블렌더 사용빈도가 예전보다 늘어났다. 예전엔 양파와 생강을 주로 가는 후보 선수였다면 요즘은 주식을 담당하는 주전 선수로 격상됐다.

이 남자는 후에 벌어질 일을 생각 못한 채 블렌더를 혹사시켰다. 틈만 나면 마트에서 과일을 사와 갈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듯 이 남자의 집에는 여전히 지인들이 자주 방문했다. 이날도 어느 때처럼 지인들은 이 남자의 집을 방문했다. 이 남자가 오늘은 뭘 해줄지 내심 기대하는 눈치다. 블렌더를 꺼내 이 남자는 토마토를 갈기 시작했다. 혼자 먹을 땐 몰랐는데 블렌더가 너무 작았다. 결국 사고가 터졌다. 너무 많은 양의 토마토를 담아 블렌더를 넘친 것. 적당히 갈린 토마토는 사방팔방 튀었다. 좌절한 이 남자는 다른 블렌더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이왕이면 제대로 된 블렌더를 원했다. 

무한 검색 중 이 남자 구미를 당기는 블렌더를 발견했다. 소개부터 강렬하다. “켄우드 역대 최고의 블렌더” 블렌드 X 프로 BLP900이란 이름의 이 블랜더는 넉넉한 용량은 물론 다양한 블렌드 모드로 이 남자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 제작=노연주 기자

최대 2L의 용량 덕에 쥬스폭탄을 경험 할 일도 사라졌다. 여기에 스무디, 얼음 분쇄, 스프 등 요리별 모드가 마련된 것도 눈에 띈다. 이 남자는 바로 요리에 들어갔다. 블렌드 X 프로 BLP900에 바나나 중간 사이즈 3개와 우유 50ml, 얼음을 넣고 스무디 모드를 작동시켰다. 생각보다 큰 소리에 잠깐 당황했다.

당황도 잠시 이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아서 섞어주고 갈아주는 블렌드 X 프로 BLP900이 신통해서 말이다. 완성된 스무디는 만족스러웠다. 꿀이나 시럽 등 별도의 첨가제를 넣지 않았지만 맛이 딱 좋았다. 6개의 2중 칼날과 30개의 톱니 칼날 덕분에 크리미한 식감도 좋았다. 별거 아닌 바나나 스무디를 먹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한 이 남자 블렌드 X 프로 BLP900에 단단히 빠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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