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늘 내 아이에게 남자를 선물했다.”

쌍용자동차가 최근 선보인 ‘더 뉴 코란도 스포츠 2.2’의 TV 광고가 주목받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이 코란도 스포츠를 활용해 캠핑·레저 등을 즐기는 상황을 연출, 고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쌍용차는 ‘코란도 스포츠가 아니면 경험할 수 없는 세상’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웠다.

쌍용차의 ‘아빠 마케팅’에는 이유가 있었다. 광고 속에는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담겨 있었다.

SUT가 SUV로···코란도 스포츠의 진화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의 역사는 2002년 시작됐다. 당시 ‘무쏘 스포츠’라는 이름의 모델로 판매됐다. 2.9ℓ 디젤 엔진을 얹어 120마력의 힘을 냈다. 2006년 4월 ‘액티언 스포츠’로 진화했다. 배기량은 2.0ℓ로 낮아졌지만 출력은 145마력으로 커진 것이 특징이다. 엔진 기술의 발전을 그대로 나타내준 변화다.

2012년 1월 코란도 스포츠라는 이름을 가지게 됐다. 출력이 소폭 향상된 2.0ℓ엔진을 품었다. 특유의 실용성과 경제성을 바탕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누렸다. 2016년 7월 ‘더 뉴 코란도 스포츠 2.2’가 새롭게 출시됐다. 엔진을 2.2ℓ로 ‘업 사이징’했다. 이 차의 출시 시점과 맞물려 쌍용차는 ‘아빠와 아들’이 등장하는 TV 광고를 시작했다.

▲ 출처 = 쌍용자동차

한국 시장에서 코란도 스포츠의 존재감은 상당하다. 국내 판매되는 차량 중 유일하게 오픈 데크를 지녔다. 프레임 바디를 바탕으로 탄탄한 오프로드 주행 성능을 보여준다.

가장 중요한 점은 이 차가 ‘트럭’이라는 것. 차종 역시 ‘화물’로 분류돼 연간 자동차세가 2만8500원밖에 나오지 않는다. 쌍용차는 이 차를 소개하며 ‘국내 유일의 픽업 트럭’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에서는 생소한 차종이지만 미국 등에서는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라인업이다.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스포츠유틸리티트럭(SUT) 대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라는 단어를 많이 언급하기 시작한 것. 이 차가 ‘SUV'라는 인식을 고객들에게 심어주기 위한 노력이다.

쌍용차의 마케팅 콘셉트 변천사를 살펴보면 이해가 빠르다. 2012년 무쏘 스포츠 출시 당시 이 차의 콘셉트는 ‘신개념 SUT’였다. 2006년 액티언 스포츠로 이름을 바꾼 뒤에는 ‘새로운 스타일의 고성능 SUT’라는 이미지를 만들었다.

2012년 코란도 스포츠로 바뀐 이후부터는 SUT 대신 SUV 이미지를 강조하기 시작했다. 회사는 코란도 스포츠의 콘셉트를 ‘아웃도어 라이프 스타일에 최적화된 SUV'로 잡았다. 최근 새롭게 출시된 2.2 모델에도 ‘강력한 SUV'라는 애칭을 달았다.

쌍용차가 코란도 스포츠의 옷을 ‘SUT'에서 ‘SUV’로 갈아입힌 것이다.

▲ 코란도 스포츠 마케팅 변천사 / 출처 = 쌍용자동차

SUV 시장 ‘폭풍성장’ 코란도 스포츠 ‘맞춤 전략’

국내 시장을 공략하는 쌍용차의 ‘맞춤 전략’이었다는 평가다.

SUV가 폭풍성장하는 내수 시장의 트렌드를 읽은 것. 지난 2015년 한국에서 팔린 국산 SUV는 총 45만2200여대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33.9% 급증한 수치다. 판매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판매 성장세 역시 5년 연속 계속되고 있다. 신차 판매 점유율을 40% 선에 근접했다.

쌍용차가 코란도 스포츠의 정체성을 SUT보다 SUV라고 강조하고 있는 이유다.

실제 타켓 소비자층도 달라졌다. 2002년~2012년 무쏘 스포츠와 액티언 스포츠 판매 당시에는 ‘경제성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자영업자’를 주로 노렸다. 트럭이라는 차량의 특징을 잘 살린 결과다. 2012년 이후부터는 실용구매층과 함께 ‘스타일과 아웃도어 라이프를 지향하는 구매층’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국내 시장에서 불고 있는 캠핑·레저 열풍과도 그 궤를 같이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내 등록된 캠핑카는 2007년 346대였으나 2016년 6월 말 기준 6768대로 늘었다. 10년만에 약 20배 증가한 것이다. 오픈마켓 쿠팡은 레저관련 상품 매출이 매년 급증, 지난해 가을에는 ‘부동의 1위’ 등산용품의 판매액도 넘어섰다고 밝힌 바 있다.

▲ 국내 캠핑카 등록 현황 / 출처 = 국토교통부

쌍용차가 코란도 스포츠 TV 광고를 통해 ‘레저’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는 배경이다. 여기에 실제 30대~40대 남성 구매층이 많다는 점에서 착안해 ‘아빠 마케팅’을 곁들였다는 평가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다. 시장의 트렌드를 쫓다 보니 차량의 본질을 잃었다는 지적도 일각에서 나오고 있다. SUV 이미지를 강조하고 D세그먼트 SUV(싼타페·쏘렌토 등)와 경쟁하다 보니 SUT의 장점을 효율적으로 알리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픽업 트럭’의 수요가 상당하다. 미국에서는 대부분 국민차로 사랑받고 있다. 포드가 새롭게 공개한 F150은 세계적으로 인기몰이에 성공했다. 르노 역시 올해부터 픽업트럭 ‘알래스칸’을 양산한다. 메르세데스-벤츠도 2017년부터 X-클래스라는 이름으로 픽업 트럭 시장에 뛰어든다. 현대차도 콘셉트카 ‘싼타크루즈’를 바탕으로 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 시장에서는 픽업 트럭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차를 구할 수 없다. 쌍용차 코란도 스포츠가 해당 고객층을 가져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쟁 상대가 없다보니 코란도 스포츠 구매 고객들은 차를 사면서 다른 자동차와의 최종 비교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코란도 스포츠가 SUV 마케팅을 지속적으로 펼치는 것은 분명 효율적인 전략이다. 다만 시장에 경쟁 모델이 들어왔을 경우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며 “남성성으로 대표되는 픽업 트럭 이미지를 입히는 마케팅을 병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출처 = 쌍용자동차

다른 관계자는 “쌍용차가 선보인 코란도 스포츠의 TV 광고에는 최근 국내 자동차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를 엿볼 수 있다”며 “SUV의 상승세, 캠핑·레저 열풍과 함께 강력한 동력 성능을 원하는 ‘남성성’까지 녹아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