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사물인터넷 플랫폼 홈깃은 지난해 WWDC14에서 처음 공개됐다. 당시 애플은 다수의 기업들과 함께 iOS8 기반의 홈킷 프레임워크를 내놓으며 가정용 네트워크 허브를 구현하기 위한 풍운의 일보를 내딛은 바 있다.

하지만 이후 홈킷의 존재는 다소 묻히는 경향이 많았다. 올해 WWDC15에서는 업그레이드 버전이 공개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실제 상용화에는 약간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것에 중론이 쏠린다.

올해 WWDC15에서 홈킷에 대해 눈길을 끄는 지점은 구체적인 윤곽을 드러낸 홈킷의 ‘방식’이다. 크레이그 페데리히 애플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 수석 부사장은 스마트홈 기기를 통합할 수 있는 홈킷 앱을 공개하며 이를 스마트홈의 비전과 일치시켰기 때문이다.

▲ 출처=애플

집안에 설치된 홈킷 기기들을 찾아내 이를 집 구조와 비슷한 가상 공간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주는 홈킷 앱은 집안 채광 상태를 체크하거나 대기의 이산화탄소를 측정하는 기술은 물론 동작 감지 센서를 장착한 기기, 홈시큐리티 시스템 등을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로 통합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홈킷의 확장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지점도 포인트다. 아이폰 및 아이패드를 비롯한 디바이스로 모든 기기를 원격으로 조종하는 한편, 애플워치 사용자도 워치OS2로 음성을 기반으로 삼는 콘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현 시점에서 홈킷을 탑재한 기기들도 속속 개발되고 있다. 6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루트론이 만든 조명 조절기인 ‘카세타’가 미국 애플 스토어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아마존 및 기타 판매루트도 확보한 상태며 아이폰과 아이패드로 집안의 조명을 통제할 수 있다. 스마트 브릿지 기술을 바탕으로 조명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무선으로 연결해 조작할 수 있으며 애플의 시리도 활용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구글 및 삼성전자와 같은 경쟁사와의 치열한 주도권 다툼이 예고되고 있다. 먼저 구글이다. ‘구글I/O 2015’를 통해 브릴로를 공개했다. 차기 안드로이드인 안드로이드M이 예상보다 ‘변화보다 안정’을 택하며 그 반대급부로 브릴로가 관심을 끌고 있는 상황이다. 브릴로는 와이파이와 블루투스를 지원해 기기간 통합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방식이며 지난해 1월 네스트를 인수하는 등 차근차근 사물인터넷 경쟁력을 쌓아올린 구글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반도체 모듈 ‘아틱’을 공개한 삼성전자도 있다.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에 사물인터넷 기능을 탑재시킨다는 계획에 따라 아틱이 상당부분 큰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 인수한 스마트싱스의 경쟁력을 개방형으로 돌리며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겠다는 복안이다. 생태계 자체에 집중한 통 큰 실험이며 다른기업의 참여도 독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소프트웨어와 드라이버, 스토리지, 보안솔루션, 개발보드, 클라우드 기능이 탑재됐으며 차세대 임베디드 패키니 온 패키지 이팝(ePoP)이 활용된 부분도 새롭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홈 시장은 2019년 1150억달러(약 129조원) 규모로 성장하며 대략적으로 1년에 19%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시장은 단순히 금액으로만 재단할 것이 아니다. 스마트홈을 잡아내면 이후 펼쳐질 ICT의 신세계를 장악할 수 있다. 결국 시장의 확장성을 두고 다양한 서드파티의 합류와 생태계 구축이 각 진영의 희비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iOS9을 기반으로 삼는 홈킷이 어떤 파급력을 보여줄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