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파트너십이 생존 열쇠

지난 2008년 한 해 한국 사회를 상징하는 사자성어로 ‘병이 있는데도 의사한테 치료받기를 꺼린다’는 뜻의 ‘호질기의(護疾忌醫)’가 선정됐다고 한다. 필자는 한국경제에 있어서는 ‘상궁지조(傷弓之鳥)’의 한 해가 아니었나 싶다. 활(화살)에 혼이 난 새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에 겁부터 먹고 허둥거리는 사람을 일컫는 것으로,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 역시 이 격이다.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마다 마치 경제 전문가라도 된 것마냥 ‘미국발 경제위기’를 외쳤으니 이젠 이골이 날 만도 하다. 이제 말 많았던 2008년도 저물고 새로운 2009년 기축년을 맞이한 현 시점에서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규모를 불문한 대부분의 기업들이 지난 한 해 크고 작은 어려움을 겪으며 힘든 2008년을 보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새해 가장 큰 소망으로 경기회복을 꼽은 바 있다.
진화론을 펴낸 찰스 다윈은 《종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변화하라, 번식하라, 강자는 살고 약자는 죽는다’고 주장했다. 즉, 종족들이 계획적이지 않은 돌연변이를 통해 그 중 환경에 적응한 강자만이 살아남는 과정을 거치면서 진화한다는 것이 진화론의 핵심이다. 이는 최근의 경제환경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데 있어서도 꼭 새겨들어야 할 이론이기도 하다. 비즈니스 세계의 환경도 기후 변화와 같이 시시각각으로 변해서, 때론 태풍과 같은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불가항력적인 자연재해를 겪는 것처럼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이번 금융위기와 같은 대공황의 사태가 비주기적으로 반복되어 일어난다. 혼자만 변화한다고 해서 이러한 상황에 적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여러 형태의 다양한 기업들이 경쟁하는 비즈니스 세계도 진화론에서처럼 하나의 생태계를 구성하고 있다. 기업에도 강자가 있고 약자가 있으며, 내가 가진 것을 남이 못 가지고, 남이 가진 것을 내가 못 가지고 있는 경우가 태반이다.
어려운 상황일수록 경제 생태계의 구성 요소들이 협업하여 이러한 큰 소용돌이에 맞서 현명하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과거 ‘우리 것’만을 강조하던 것에서 탈피해 서로 손을 잡고, 서로의 넘치는 점, 부족한 점을 적절히 활용하여 파트너이자 동반자의 관계로 발전해 나가야 하며, 실제 많은 기업들이 이미 이러한 움직임으로 위기에 대처하고 있다.
썬마이크로시스템즈도 1982년 창립 이래로, 공유와 참여정신을 바탕으로 솔라리스, 자바, MySQL 등의 소프트웨어를 오픈소스로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커뮤니티 지원을 통해 서로가 의견과 정보를 공유하고 함께 발전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마련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자면, 오늘날 내로라하는 다국적기업들의 성공 뒤에는 협업과 파트너십이 자리하고 있다. 협업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구체적인 솔루션을 만들어내고, 그 솔루션은 여러 파트너십에 의해 시장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 이젠 특정 계층이나 특정 기업이 정보를 독점하는 경제구조는 사실상 끝난 것이다.
결론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IT의 위기를 말하고 있고 언제 끝날지 모르는 어려운 상황에 낙심하기도 하지만, 아직 발전할 수 있는 분야는 무궁무진하게 널려 있다. 블루오션 시장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에 의해 나오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펼쳐지는 상황에 조급해 하기보다는 멀리 내다보며 협업과 파트너십에 근거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자세가 필요하다. 활발한 기업 간, 비즈니스 간, 국가 간의 협업과 파트너십으로 우리가 꼽았던 경기회복이라는 소망이 이루어지리라 기대한다.

천부영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대표
■ 한국휴렛팩커드를 거쳐 지난 2002년 9월 현 회사에 입사했다. 영업·시스템 프랙티스·채널 총괄을 담당해 오다 작년 12월 대표이사에 부임했다.

박영환 기자 blade@ermedi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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