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두나무의 합병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 차원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실제로 업계에서는 이번 딜을 두고 한국 IT와 금융 산업의 패러다임이 웹 2.0(플랫폼 중심)에서 웹 3.0(개인 소유 및 탈중앙화 중심)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적 현상으로 평가한다. 여기에 플랫폼 권력의 민감한 이동으로 정의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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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주목해야 할 지점은 '데이터의 완전한 통합'이다. 

그동안 네이버는 검색과 쇼핑, 콘텐츠를 통해 사용자의 소비 데이터를 독점하다시피 했다. 사용자가 무엇을 검색하고 어떤 물건을 사며, 어디에 관심이 있는지를 꿰뚫고 있었다. 그리고 두나무는 업비트를 통해 사용자의 투자 데이터와 자산 흐름을 확보했다. 무엇보다 가상자산에 익숙한 2030 세대를 중심으로 한 투자 성향과 그 이동 경로가 두나무의 서버에 축적되어 있다. 

이 두 영역은 지금까지 별개의 생태계로 존재했다. 그러나 이번 합병으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하나의 앱 안에서 실시간으로 순환하는 '돈의 2.0' 구조가 완성될 전망이다.

가장 파괴적인 시너지는 지급 결제망의 혁신에서 나올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신용카드 중심의 결제 시스템은 VAN(부가가치통신망)사와 PG(전자결제대행)사 등 복잡한 중개 기관을 거치며 필연적으로 수수료가 발생한다. 하지만 두나무의 블록체인 기술과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 연동 코인)이 네이버페이에 이식되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가령 이용자가 네이버쇼핑에서 물건을 살 때 원화와 1대 1로 연동된 '네이버-두나무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한다고 가정한다면? 블록체인망을 이용하면 중간 정산 과정이 생략되므로 가맹점 수수료를 0%에 가깝게 낮출 수 있다. 그리고 네이버는 절감된 수수료 재원을 판매자에게는 마진율 개선으로, 소비자에게는 파격적인 포인트 적립으로 돌려주며 '락인(Lock-in)'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디지털전략 담당 임원은 "만약 네이버페이가 스테이블코인을 도입해 결제망을 우회하기 시작하면 기존 카드사와 은행이 설 자리는 급격히 줄어들 것"이라며 "훗날의 일이겠지만 현실이 되면 금융권에 떨어진 핵폭탄과 같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번 합병이 네이버와 두나무의 숙원인 '글로벌 확장'을 실현할 열쇠가 될 수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네이버는 라인(LINE) 야후 사태 이후 일본 시장에서의 지배력이 흔들리며 글로벌 거점이 약화된 상태다. 그러나 블록체인과 가상자산은 국경이 없다.

두나무가 가진 글로벌 거래소 운영 노하우와 자산 유동화 기술(NFT, STO 등)이 네이버의 플랫폼에 탑재된다면 금융 인프라가 낙후된 동남아시아나 중동 지역에서 네이버파이낸셜은 단숨에 유력한 금융 사업자로 도약할 수 있다. 물론 두나무도 다양한 신사업의 실패를 겪으며 희석되던 글로벌 진출의 꿈을 다시 살릴 수 있을 전망이다.

한편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 선언'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그동안 일부 투기 수단으로 치부되던 가상자산 시장이 한국 최고의 IT 기업인 네이버의 우산 아래로 들어옴으로써 명실상부한 미래 금융 산업의 핵심 축으로 인정받게 된 것이다. 

향후 개화할 토큰증권(STO) 시장에서 네이버-두나무 연합군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명분이 된다. 나아가 AI와 블록체인이 결합된 '초개인화 자산관리 플랫폼'의 등장도 꿈은 아니라는 평가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