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군 장병을 겨냥한 구애 작전을 본격화하고 있다. 과거 군인을 대상으로 한 마케팅이 애국심 고취나 사회공헌 차원에 머물렀다면 최근에는 20대 남성 고객을 자사 플랫폼 생태계로 끌어들이기 위한 정교한 '락인(Lock-in)'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용이 일상화된 병영 환경을 파고들어 제대 후 사회의 주축이 될 이들의 소비 습관을 미리 선점하겠다는 포석이다.
1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금융권과 플랫폼 기업들은 군 장병 전용 서비스를 잇따라 내놓으며 치열한 '군심(軍心)' 잡기 경쟁을 벌이고 있다.
가장 뜨거운 전장은 금융권이다. 매년 약 20만 명의 신규 고객이 유입되는 '나라사랑카드' 3기 사업 시행을 앞두고 신한·하나·IBK기업은행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내년 1월부터 8년 동안 사업을 수행할 이들 3사는 파격적인 혜택을 예고했다.
신한은행은 최고 연 10% 금리를 제공하는 적금 상품과 군 마트(PX) 20% 할인 혜택을 내걸었다. 카드 디자인에도 대한민국 국토와 장병의 이름을 새겨 소속감을 높였다. 신한은행 측은 "국가를 수호하는 군인의 의의와 자긍심을 나타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은 군 장병들이 일과 후 유튜브 시청을 즐긴다는 점에 착안해 유튜브 프리미엄 할인과 전용 알뜰폰 요금제를 제공한다. 또한 자사 앱 '하나원큐'에서 병역판정검사를 신청할 수 있게 해 입대 전부터 고객 접점을 넓혔다. IBK기업은행 역시 기존 사업자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연 6.3% 금리의 적금 혜택 등을 검토 중이다.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에서 고배를 마신 KB국민은행은 독자 노선을 택했다. 국민은행은 이르면 연내 현역 병사 전용 멤버십인 'KB밀리터리클럽'을 출시한다. 급여일에 맞춰 혜택 쿠폰을 제공하고 전역 후에도 지속적인 리워드를 주는 방식이다. 이를 20대 전용 플랫폼인 'KB유스(Youth)'와 연동해, 나라사랑카드 없이도 20대 고객층이 이탈하지 않도록 묶어두겠다는 전략이다.
한편 금융권을 넘어 여가·문화 플랫폼 업계도 군인 모시기에 나섰다. 병영 내 스마트폰 사용 허용으로 부대 안에서 휴가 계획을 짜고 숙소를 예약하는 '밀리터리 호캉스' 족이 늘어난 트렌드를 반영해서다.
여가 플랫폼 기업 놀유니버스는 국군복지단과 손잡고 대규모 프로모션을 시작했다. 올 연말까지 매일 오전 10시, 국내 숙소 50% 할인 쿠폰을 선착순 배포하며 20대 남성들의 '클릭 전쟁'을 유도하고 있다.

이철웅 놀유니버스 최고마케팅책임자는 "국방의 의무를 다하고 있는 국군 장병이 더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맞춤형 혜택을 확대했다"며 "앞으로도 놀유니버스가 보유한 전문성을 중심으로 누구나 마음 편히 놀 수 있는 여가 생태계를 만드는 데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KT 밀리의서재는 육군 인사사령부와 협력해 병영 내 독서 환경 개선에 나섰다. 우수부대 장병 2만 명에게 구독권을 기증하며 모바일 독서 경험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 기증을 넘어 B2G(기업·정부 간 거래) 사업 확장의 일환으로, 군대에서의 독서 경험이 제대 후에도 유료 구독으로 이어질 것을 기대하는 행보다.
박정현 KT 밀리의서재 구독사업본부장은 "이번 기증은 공공 부문과 민간 플랫폼이 협력해 병영 내 독서문화를 새롭게 만들어 나가는 첫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이러한 행보가 당장의 수익보다는 미래 가치 투자에 가깝다고 분석한다. 20대 초반 군 복무 시절에 형성된 금융 거래나 플랫폼 이용 습관은 사회 진출 이후에도 쉽게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군인 시장이 단순한 틈새시장을 넘어 미래의 핵심 소비층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요충지로 떠오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