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을 지탱해 온 전통의 강호와 혁신을 주도하는 신흥 세력이 손을 잡았다. 각자도생하던 국내 AI 생태계가 글로벌 빅테크의 파상공세에 맞서기 위해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본격적인 세력 확장에 나선 것이다.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과 한국인공지능·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는 11월 18일 AI 혁신 창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협약은 단순한 유관기관 간의 교류를 넘어서는 의미를 지닌다. 그동안 국내 IT 업계는 SI(시스템통합)와 패키지 소프트웨어 중심의 KOSA 진영과 플랫폼 및 서비스 혁신을 주도하는 코스포 진영으로 양분되어 있었다. 두 거대 축의 결합은 파편화된 국내 AI 역량을 하나로 결집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적 포석으로 읽힌다.

양 기관은 이번 협약을 기점으로 AI 스타트업의 성장 기반 강화와 생태계 도약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에 돌입한다. 협약의 핵심은 정책 연구와 글로벌 진출이다. 개별 기업이 대응하기 힘든 AI 관련 규제와 정책 이슈에 대해 한목소리로 공동 제안을 내놓고 산업 네트워크를 공유해 스타트업의 고질적인 인력난과 기술 부족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글로벌 프로그램의 공동 기획이다. 오픈AI와 구글 등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시장을 선점한 상황에서 국내 스타트업이 생존하려면 해외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두 기관은 기술 역량 강화 교육과 컨설팅 체계를 마련하고 글로벌 스타트업 행사와 연계해 국내 기업의 해외 판로 개척을 적극 지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상시 가동되는 실무협의회도 구성한다.

두 단체의 밀월은 지난 9월부터 감지됐다. 당시 양 기관은 AI 스타트업 생태계 발전을 위한 간담회를 공동 개최하며 협력의 물꼬를 텄다. 인재 양성과 스타트업 지원사업 기획 등을 논의하며 쌓은 공감대가 두 달여 만에 구체적인 협약이라는 결실로 이어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전통 소프트웨어 기업의 탄탄한 기술력과 자본이 스타트업의 기민한 혁신성과 결합할 경우 상당한 시너지가 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조준희 KOSA 회장은 “AI·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 경쟁력은 혁신 스타트업에서 비롯된다”며 “이번 협약을 통해 양 기관의 전문성과 네트워크를 결합해 국내 AI 스타트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실질적 지원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상우 코스포 의장은 “스타트업이 AI 시대 공공·산업 혁신의 중심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협력 모델을 체계적으로 확장해 나가겠다”며 “정책 연구부터 글로벌 교류까지 생태계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적 협력을 통해 대한민국 AI 스타트업의 도약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