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 대기업의 리빙 사업에 경고등이 켜졌다. 올 3분기 신세계그룹의 신세계까사, 롯데의 롯데하이마트와 한샘, 현대백화점그룹의 지누스 등 각 그룹의 가전·가구 사업이 부진한 실적을 기록하면서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급성장한 리빙 사업은 최근 건설경기 침체와 부동산 거래 급감으로 관련 수요가 줄며 업황이 악화하고 있다. 한편, 4분기도 추운 날씨 탓에 건설업 비수기로 분류되는 만큼 당분간 분위기 반전에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 3분기, 지누스·신세계까사 등 줄줄이 적자

1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의 리빙 부문의 두 축인 지누스와 현대리바트는 올 3분기 다소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먼저 침대 브랜드 지누스는 올 3분기 약 78억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작년 동기보다 11.4% 줄어든 241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누스 관계자는 “관세 불확실성과 글로벌 경기 둔화로 인해 미국 등 주요 고객사의 매트리스 수요가 일시적으로 줄어 매출과 영업이익이 감소했다”라고 설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가구·인테리어 계열사인 현대리바트의 실적도 악화했다. 현대리바트는 올 3분기 각각 영업이익 37억원과 매출 3407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대비 각각 61.7%, 25% 감소한 수치다.
신세계그룹의 대표 리빙 브래드인 신세계까사도 상황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올 3분기 신세계까사의 매출은 639억원으로 6.9% 감소했고, 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다. 회사 측은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 속에 신규 입주 물량 축소 등으로 매출이 줄었고, 환율 변동으로 인한 자재 가격 상승은 영업손실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롯데의 고심도 깊다. 롯데쇼핑의 자회사인 롯데하이마트의 올 3분기 영업이익은 190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39.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매출은 6525억원으로 4.9% 줄었고, 당기순이익은 142억원으로 47.1% 급감했다. 다만, 회사 측은 “지난해 3분기 221억원 규모 부가세 환급 등 일회성 요인을 제외하면, 매출은 0.9% 줄었으나 영업이익은 101억원 증가했다”라는 입장이다.
롯데가 전략적으로 투자한 한샘의 경우, 연결 기준 올해 3분기 매출액 4414억원, 영업이익 68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6.1%, 2.8% 감소한 수준이다. 순손실은 5000만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한편, 이들 유통 기업은 지난 코로나 팬데믹 당시 ‘인테리어’에 대한 높은 관심으로 리빙 시장이 커지자 앞다퉈 관련 기업을 인수하는 등 사업을 키워왔다. 대표적으로 롯데는 지난 2021년 IMM FE의 한샘 인수 당시 전략적 파트너로 참여했으며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22년 약 8900억원을 들여 지누스를 인수했다.
4분기에도 ‘한파’ 지속될 전망

업계 내에서는 이들 기업의 가전·가구 사업이 고전이 면치 못하는 배경에는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에 따른 거래 감소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 10월 정부는 집값 안정을 목표로 10·15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기존 규제 지역을 포함해 서울 전역(25개구)과 경기도 12곳 등 총 37개 지역이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삼중 규제 지역’으로 묶였다. 올 상반기 6·27 대출 규제를 내놓은 데 이어 또다시 규제를 강화한 것이다.
이후 전국 부동산 시장은 뚜렷한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전국 부동산 거래량은 25만7871건, 거래금액은 104조211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 분기 거래량인 30만56건과 거래금액 125조9934억원과 비교해 각각 14.1%, 17.3% 줄어든 수치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거래량은 2.6%, 거래금액은 4.7% 감소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 이들 기업의 4분기 전망도 밝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정책으로 주택 거래량 감소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통상 동절기인 4분기는 건설업 비수기로 공급 물량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허재준 삼성증권 연구원은 한샘의 4분기 실적 전망에 대해 “거래량 감소와 공급 물량 감소가 동시에 예상되는 가운데 당분간 동사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라고 내다봤다.
김기룡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현대리바트 리포트에서 “2023년 신규 분양 급감과 2025년부터 이어지는 입주 물량 감소는 이와 연동한 B2B 가구 부문의 외형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분석했다.
한 관련 업계 관계자도 “가전, 가구 업계의 가장 큰 수요는 단연 이사”라며 “가뜩이나 내수가 좋지 않은 상황에 이사마저 하지 않으면 큰돈을 들여 가전과 가구를 바꾸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특히 가구의 경우 가전과 달리 물리적으로 고장 나는 것이 아니라서 교체하는 데 심리적인 영향을 많이 받아 특히 부동산 시장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