퀄컴이 차세대 PC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X 시리즈의 완벽한 오디오 성능을 구현하기 위한 비밀 기지를 공개했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 퀄컴 본사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아키텍처 딥다이브 2025' 행사에서는 스냅드래곤의 핵심 기술을 개발하고 검증하는 랩투어가 진행됐다. 수많은 연구 공간 중 취재진의 이목을 끈 곳은 안드레 셰브치우(Andre Schevciw) 퀄컴 어쿠스틱 부문 시니어 디렉터가 공개한 무향실(Anechoic Chamber)이었다.
무향실에 들어서자 벽과 천장을 둘러싼 16개의 스피커와 중앙에 위치한 사람 형상의 헤드 앤 토르소 시뮬레이터(HATS)가 기묘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셰브치우 디렉터는 "회사 내부에 여러 개 존재하는 무향실 중 하나"라고 이곳을 소개하며 "이 공간의 목적은 아주 단순하면서도 매우 중요하다"고 운을 뗐다. 바로 통제된 환경에서의 반복 가능한 테스트다. 그는 "사람의 목소리와 배경 소음이 섞인 상황에서 오디오 품질을 반복적이고 재현 가능하게 테스트하려면 완전히 통제된 환경이 필수적"이라고 설명했다.
이곳은 외부 소음을 완벽에 가깝게 차단한다. 문을 닫고 스피커를 끄면 실내 소음 레벨은 약 10~15 데시벨(dB SPL) 수준까지 떨어진다. 셰브치우 디렉터는 "사실상 사람이 느끼기 거의 어려울 정도로 조용한 상태"라고 강조했다.

반대로 극한의 소음 환경도 구현 가능하다. 필요에 따라 110~120 데시벨에 이르는 거대한 소리까지 정확하게 만들어낼 수 있다. 상·하·좌·우 모든 방향에 배치된 16개의 스피커는 정밀한 공간 음향(Spatial Sound)을 재현하도록 설계됐다.
방의 정중앙에 위치한 HATS는 단순한 마네킹이 아닌 최첨단 측정 장비다. 실제 사람의 입 위치에는 '입 모사 스피커'가 내장되어 있어 정확한 음성 출력 테스트가 가능하며, 양쪽 귀 위치에는 바이노럴 마이크(2채널 귀 마이크)가 달려 있어 실제 사람이 듣는 방식 그대로 소리를 수집한다.
주목할 점은 이 시뮬레이터의 움직임이다. 셰브치우 디렉터는 "이 모형은 목 부분이 자동화되어 있어 좌우로 고개를 돌리는 등 움직임 기반의 테스트도 실제 환경처럼 수행할 수 있다"며 "이를 통해 헤드 트래킹 기반의 오디오 테스트를 정밀하게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무향실의 벽면은 특수 흡음재로 마감되어 모든 반사음을 제거한다. 방 자체가 '완전 무반사' 상태가 되지만, 역설적으로 반사음이 필요한 상황도 스피커를 통해 제어한다. 퀄컴 측은 벽이 반사음을 없애는 대신 16개의 스피커 배열을 활용해 인위적으로 반사음을 재현함으로써 원하는 음향 환경을 자유자재로 시뮬레이션한다고 밝혔다.
퀄컴이 이처럼 복잡하고 정교한 테스트 환경을 구축한 이유는 스냅드래곤 X가 탑재된 노트북이 실제 사용 환경에서 최상의 경험을 제공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셰브치우 디렉터는 "이곳에서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디스코드, 줌과 같은 통신 플랫폼의 음성 통화 품질을 테스트한다"며 "PC와 노트북의 공간 음향 재생 성능은 물론, 다양한 음량과 소음 환경 변화에 따른 마이크 및 스피커 품질까지 이곳에서 완성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