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떻게 시스템을 판매할까요? 어떻게 디자인 윈(수주)을 얻을까요?"
미국 샌디에고에서 12일(현지시간) 열린 스냅드래곤 X 시리즈 아키텍처 딥다이브 2025 무대에 오른 가이 테리엔(Guy Therien) 퀄컴 엔지니어링 부사장이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PC 산업의 오랜 관행인 스펙 경쟁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담은 날카로움이다.
그는 "사람들은 '당신이 말하는 이 '유휴 상태 정규화 플랫폼 전력(Idle Normalized Platform Power)'이라는 게 도대체 뭡니까'라고 묻습니다"라며 "왜 그냥 SOC 전력이라고 말하지 않나요"라고 반문했다.
정답은 무엇일까? 이러한 질문과 답의 간격에는 퀄컴이 차세대 스냅드래곤 X2 엘리트(Elite) 및 X2 엘리트 익스트림(Elite Extreme)을 선보이며 PC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기 위해 꺼내든 핵심 화두가 엿보인다.
단순한 칩셋(SOC)의 성능 수치가 아닌 사용자가 실제 노트북에서 경험하는 플랫폼 단위의 전력 효율성, 즉 INPP(Idle Normalized Platform Power)라는 새로운 측정 기준을 전면에 내세운 장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자체로 의미심장한 일이기 때문이다.

SOC 전력의 허상… "경쟁사 보드 태우며 얻은 교훈"
테리엔 부사장은 업계의 관행적인 SOC 전력 측정 방식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공정하고 정확한 비교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라며 "우리가 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의 전력, 그리고 경쟁 플랫폼의 전력을 정확한 방식으로 표현할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제는 경쟁사를 포함해 SOC의 전력만을 정확하게 분리하고 계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제로 테리엔 부사장은 "SOC 전력만 따로 떼어내는 것은 매우 어려울 수 있다"라며 "타겟(장치)의 전력 원격 측정(telemetry)은 역시 부정확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풍문으로 듣기로는 경쟁사 시스템을 계측하려다 9대 정도의 시스템이 망가졌다고 한다"며 정확한 측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토로했다.
측정한다고 해도 "정확하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퀄컴이 이 지점에서 INPP라는 새로운 지표를 들고나온 이유다. 그는 "퀄컴에서는 정확한 플랫폼 비교를 보장하기 위해 시스템 레벨에서 전력을 측정한다"라고 단언했다.
INPP는 전체 플랫폼 전력(Total Platform Power)에서 최소 아이들 파워(Min Idle Power)를 뺀 값이다. 여기서 전체 플랫폼 전력은 어댑터나 배터리에서 시스템 전체로 공급되는 에너지를 의미하며 최소 아이들 파워는 앱 비활성화, 최소 밝기 등 시스템이 숨만 쉬는 상태의 전력을 말한다.
물론 이 방식에도 SOC 외에 DRAM 전력, PMIC(전력 관리 반도체)의 변환 손실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테리엔 부사장은 "이는 적은 양의 추가 전력이며 우리 플랫폼과 경쟁사 플랫폼 양쪽에 모두 더한다면 결국 시스템을 측정하고 비교하는 가장 정확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휴 전력이라는 명확한 기준선을 설정하고, 실제 워크로드가 그 기준선 대비 얼마의 전력을 '추가로' 소모했는지(Delta)를 보는 것이 가장 공정한 비교라는 논리다.

"같은 CPU, 다른 성능"의 비밀
퀄컴이 이처럼 플랫폼에 집착하는 이유는 노트북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업체)이 처한 현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테리엔 부사장에 따르면 OEM이 노트북을 설계할 때 단순히 고성능 CPU를 탑재하는 것 외에도 수많은 변수를 고려한다. ▲크기(폭, 넓이, 높이) ▲무게 ▲BOM(자재 명세서) 비용이 대표적이다.
다만 더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열 경험(thermal experience)'이다. ▲키보드나 하판이 뜨거워지는 '피부 온도(Skin temps)' ▲배기구에서 나오는 공기 온도 ▲'윙' 하고 도는 '팬 소음(audible noise)' 등이 대표적이다.
이를 확실하게 매듭지으려면 반드시 필요한 것이 '플랫폼의 지속 가능한 SOC 전력 소비 능력'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워크로드가 실행되면 플랫폼의 모든 기준에 따라 허용 가능한 한계치까지 (성능이) 하향 조정될 것"이라며 "이는 노트북 시스템을 비교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CPU를 탑재해도 OEM이 어떤 쿨링 솔루션을 채택하고, 얼마나 얇은 두께를 목표로 했느냐에 따라 장시간 부하가 걸리는 작업에서의 실제 성능은 천차만별이 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제약 없는 레퍼런스와 워크로드 양극화
이러한 변수를 통제하고 공정한 성능을 시연하기 위해 퀄컴은 자체 '컴퓨트 레퍼런스 디자인(CRD)'을 제작해 선보였다. 그리고 테리엔 부사장은 두 가지 모델을 직접 들어 보였다. 하나는 X2 엘리트 익스트림(X2E-96-100)을 위한 하이엔드 섀시로 제약 없는 SOC 전력 소비 능력을 지원한다. 열로 인한 성능 저하(쓰로틀링)가 없는 최대치의 성능을 보여주는 모델이다.
다른 하나는 더 얇은 섀시로 X2 엘리트(X2E-88-100 등) 모델을 위한 것이다. 많은 워크로드(heavy workload)를 실행하면 SOC가 22와트 이상을 소비하지 않도록 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수많은 '씬앤라이트(Thin & Light)' 노트북의 현실적인 설계를 반영한 것이다.
한편 퀄컴이 이처럼 전력 한계(Power Limit)를 강조하는 이유는 '워크로드별 전력 양극화' 현상 때문이다.
테리엔 부사장은 "윈도우(작업 관리자)에서 100% 사용률을 볼 때, 전력은 높을까요, 낮을까요?"라고 물으며 "18코어 기준, 단순히 while(1) 루프만 돌리는 정수 스핀 루프 작업은 100% 사용률에도 약 30W 정도만 소비한다"고 말했다. 다만 렌더링 벤치마크인 Cinebench R24 MT는 약 71W까지 치솟았고 최악의 실제 PC 워크로드로 불리는 HandBrake 인코딩은 84W, 내부 메모리 스트레스 테스트는 108W까지도 전력을 소비했다.
그는 "소비되는 전력이 매우 다양하며 플랫폼의 SOC 지속 전력 소비 능력을 초과하는 모든 작업은 전력 제한을 받게 된다"면서 "100% 사용률이라는 동일한 조건에서도 실제 전력 요구치는 2~3배 이상 차이 나며, 22W 한계로 설계된 노트북은 70W가 필요한 시네벤치를 실행할 때 필연적으로 성능(클럭)이 하향 조정된다"고 설명했다.

"저전력에서도 18코어가 답이다"
이 지점에서 퀄컴이 제시하는 스냅드래곤 X 시리즈의 핵심 경쟁력이 드러난다. 바로 '넓은 동적 범위(Full Dynamic Range)'다.
테리엔 부사장은 "시장에는 12와트 미만의 매우 작은 시스템부터 60~100와트의 프리미엄 씬라이트까지 매우 다양한 스펙트럼이 존재한다"라며 "우리 제품은 이 전체 범위에 적합하다"고 자신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18코어 제품(X2 엘리트 익스트림/엘리트)의 효율성이다. 특히 통념상 코어가 많으면 전력을 많이 소비할 것 같지만, 퀄컴의 데이터는 정반대를 가리킨 것이 눈길을 끈다. 그는 "20와트 지점을 보면 18코어 X2 엘리트가 12코어 제품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을 보인다"라고 밝혔다. 20W라는 동일한 전력 제약 하에서도 18개 코어가 12개 코어보다 더 높은 성능을 낸다는 의미다.
테리엔 부사장은 "가장 낮은 전력에서 최고의 성능을 필요로 하는 사용자는 18코어 프로세서를 원할 것"이라며 "전력 예산이 빡빡한 초슬림 노트북에 12코어 대신 18코어를 탑재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압도적인 효율 덕분에 "심지어 이런 폼팩터에도 우리 제품을 탑재할 수 있습니다"라며 CD처럼 동그랗고 작은 팬리스(Fanless) 시연 기기를 들어 보이기도 했다.
물론 일각에서는 E-코어가 저전력 운용의 핵심이기에, 퀄컴의 현재 코어 구성을 두고 '모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성능과 효율을 잡는 비밀 병기 SBO와 SPEL
스냅드래곤 X2 시리즈의 강력한 성능과 효율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정교한 소프트웨어 제어 기술에서 나온다.
테리엔 부사장은 '클러스터 레벨 멀티레벨 부스트(Cluster Level Multilevel Boost)'를 소개했다. 프라임 코어 클러스터(6개 코어) 내에서 활성화된 코어 수에 따라 주파수를 차등 적용하는 기술이다. 1개 코어만 작동 시 5.0GHz, 2개 작동 시 4.8GHz, 3개는 4.47GHz 등으로 세밀하게 조절해 전력 효율을 극대화한다.
더 나아가 '시나리오 기반 최적화(SBO, Scenario-Based Optimization)'라는 퀄컴 고유의 시스템 소프트웨어도 탑재된다. 그는 "모든 워크로드에 대해 전반적으로 최적의 매개변수를 튜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정하며 "SBO가 특정 사용 사례를 감지하고,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제어를 구성하여 성능과 전력 소비를 최적화한다"고 설명했다. 앱 실행 반응성이나 브라우저 성능 개선 등에도 관여한다는 뜻이다.
1세대 제품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반영한 '시스템 전력 전기적 한계(SPEL, System Power Electrical Limits)' 기능도 소개했다. 타겟(장치)의 전력을 위한 소프트웨어 인터페이스를 제공하는 기능으로, HWiNFO 같은 서드파티 모니터링 툴과의 연동이 핵심이다.
그는 "HWiNFO(하드웨어 인포)의 마틴(Martin)과 협력하고 있다"라며 HWiNFO 8.32 버전부터 이 기능이 활용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지금 당장은 원격 측정(telemetry)이 우리가 원하는 만큼 정확하지 않다"라고 솔직하게 인정하며 "플러스 마이너스 10% 범위의 (오차)"가 있으므로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수명은 어떻습니까?"… AC와 DC의 격차를 없애다
성능에 걸맞는 배터리 수명은 어떨까? 성능 향상으로 인한 배터리 수명 저하는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스냅드래곤 X2 시리즈는 엄청난 성능 향상을 달성하면서도 훌륭한 (배터리) 이점을 유지하며 큰 효율성 향상을 보여준다"고 재차 강조했다.
목표는 명확하다. AC(전원 연결)와 DC(배터리 사용) 환경 간의 성능 격차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그는 "우리가 원하는 것은 출고 시 기본 구성에서 AC(전원 연결)와 (DC, 배터리) 간의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는 것"이라며 "플러그를 뽑았을 때의(unplugged) 전력도 탄탄하다"고 자신했다. 현장에서 벤치마크 비교 차트까지 비교하며 그 존재감을 숨기지 않았다.
구체적인 목표치도 공개했다. 그는 "웹 브라우징, 오피스 생산성, 유튜브 스트리밍, 팀즈(Teams) 화상 회의에서 10% 이상의 칩셋 전력 감소를 목표로 튜닝 중"이라며 "유휴 상태(idle) 및 로컬 비디오 재생은 기존 X 시리즈와 동등한(on par) 전력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2026년 상반기 제품 출시까지 계속 최적화될 예정이다.

"독보적인 성능, 훌륭한 배터리 수명"
가이 테리엔 부사장은 발표를 마무리하며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익스트림이 이전 세대 대비 싱글코어 최대 39%, 멀티코어 최대 50%, GPU 최대 2.3배, NPU 최대 78%의 놀라운 성능 향상을 이뤘다고 요약했다.
나아가 단순한 스펙 시트 상의 숫자가 아닌, 실제 사용 환경에서의 '지속 가능한 성능'과 '압도적인 전력 효율'로 ARM 기반 PC 시장의 패권을 잡겠다는 전략을 분명히 했다. 테리엔 부사장의 마지막 한마디가 이를 요약했다.
"결론은, 독보적인(Breakaway) 성능과 훌륭한 배터리 수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