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Q정전>은 누구나 읽었을 법한 중국 현대 문학 필독서다. 창작소 숨은 아큐를 읽지 말고, 아큐를 보라고 말한다.

연극 <아Q정전> 이 11월 27일부터 30일까지 대학로극장 쿼드에서 상연된다. 창작소 숨의 2023년 초연 작품으로, 원작 소설을 하이브리드 인형과 배우의 신체 행동으로 무대화했다.

원작 소설 루쉰의 <아Q정전>은 아큐라는 인물을 통해 중국 신해혁명 당시 대국 의식의 허상을 신랄하게 파헤친다.

아큐는 날품팔이 일을 하는 농촌의 하층민이다. 그는 계속해서 업신여김을 당하면서도 허세를 부리며 살아간다. 결국 혁명당에 편승하려는 시도로 스스로를 비극적인 결말로 몰아간다.

원작의 아큐는 비루한 인간 그 자체다. 정신 승리로 일관하는 그를 ‘읽고 있으면’ 그렇게 한심할 수가 없다. 한참을 비웃게 된다.

그런데 정욱현 연출과 이주영 각색은 반문한다. “아큐를 비웃는 것은 마땅한가? 나는 아큐가 아니라고 확신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믿는 오만이야말로 아큐가 가진 자기방어 기제가 아닌지 묻는다. 그러면서 아큐는 아둔한 패배자가 아니라, 시대를 표류하는 나약한 인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극단은 아큐를 객석이 마치 남의 일처럼 ‘읽기’를 그만두고, ‘보기’를 바란다. 그래서 배우와 결합한 하이브리드 인형로 연출한다. 인형을 조정하는가, 인형인가? 아큐를 조정하는가, 아큐인가?

연극을 보고 객석에서 자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든 상관없다. 무엇을 골랐든 그건 시스템 안에 있음을 자인하는 것이다. 이미 창작소 숨의 의도대로다. 여전히 그렇게 시스템에 순응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아큐의 비극에 통감하는 것이 이 연극의 기획의도다.

<출연진>

민일홍: 아큐

전신영: 애송이, 수재

윤지홍: 노름꾼, 자오나리

김산: 털보, 자경단원

유은주: 우어멈, 죄수

박민석: 영감, 자경단원

서율: 비구니, 군중

남유리: 건달, 자오마님

박민정 : 자경단장, 자오하녀

<제작진>

연출: 정욱현

각색: 이주영

기획: 정철현

안무: 김세정

조연출: 이윤서

무대감독: 정지환

조명디자인: 조성현

그래픽 디자인:이원주

의상: 서경대학교 무대의상연구소

의상감독 : 박은정

의상디자인 : 민지영

음향감독:이주환

음향오퍼: 김세은

인형제작: 기태인

인형움직임: 김경란

루쉰 자문 : 이욱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