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민국 게임산업 최대 축제 ‘지스타 2025’ 현장에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이 상륙했다. 게임과 별 관련이 없어 보이는 국가유산 관리 기관이 지스타에 웬일인가 싶지만, 의외로 그간 게임업계와 다양한 교류를 통해 국가유산의 디지털화를 추진해왔다는 설명이다.
국가유산청은 지스타가 열리는 부산 벡스코 2전시관 B2B 전시장 한쪽에 부스를 냈다. 부스 자체는 간단히 구성됐으나, 전시물만큼은 다채로웠다. 실물 전시가 아닌 국가유산을 디지털 데이터로 구성한 ‘3D 에셋(자산)’을 주로 전시했기 때문이다.
국가유산청은 2022년부터 국가유산 디지털콘텐츠 원천자원 제작·보급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디지털 원천자원을 무료로 제공해 신산업 콘텐츠 창작과 산업적 활용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무료 배포한 에셋이 게임에 사용되면 자연스레 국가유산 홍보 효과도 누리고, 문화재 보존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현장에 비치된 팸플릿과 QR 통해 3D 에셋을 직접 확인해봤다. 경복궁 향원정의 모습이 전 방향에서 다양한 각도로 구현된 데이터를 볼 수 있었다. 단순 국가유산의 ‘태’뿐만 아닌, 도색과 음각, 문양 등 디테일한 요소가 전부 3D로 구현돼 있었다.

국가유산청은 이런 3D 에셋들을 모두 에픽게임스의 에셋 마켓플레이스 ‘팹(FAP)’에 업로드했다. 팹을 통해 국가유산 3D 에셋을 전 세계 창작자에게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지난 3년간 총 45종 패키지 4943개 에셋을 순차적 개방했으며, 올해 9월 기준 120만 다운로드를 기록하는 등 순항 중이다.
국가유산청 부스 관계자는 “국가유산 3D 에셋이 사용된 대표적 사례로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아침의나라’ 서울이 있다”며 “옛 서울의 건축물과 문화재를 구현할 때 무상으로 제공된 에셋이 기본 뼈대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지스타 출전을 결정한 이유 역시 게임업계와의 협력 확대 가능성을 높게 점쳤기 때문이다.
관계자는 “2023년 펄어비스가 검은 사막: 아침의 나라로 부스를 냈을 때 처음 지스타를 방문해봤다.당시 다채로운 게임 콘텐츠를 둘러보며 국가유산청 3D 에셋을 이곳에서 홍보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올해 첫 출전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다만 막상 부스를 꾸려보니 아직 계임업계에선 우리 사업을 많이 모르고 계시더라”며 “이번 B2B 전시를 계기로 유익한 미팅을 많이 가졌다”고 덧붙였다.
한편 게임업계와 국가유산의 만남이 이번이 처음인 것은 아니다. 라이엇게임즈는 리그오브레전드 속 한국형 챔피언의 일부 스킨 판매 수익금을 해외 반출 국가유산 환수 사업 추진에 사용한 바 있다. 스마일게이트는 로드나인 50만명 유저가 인게임 문화유산 수호자 이벤트를 통해 3200만원을 국립경주문화유산연구소에 기부하는 등 다양한 국가유산 보호 활동에 나서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