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3분기 실적 발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편의점과 대형마트가 정반대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올 상반기 내내 역성장하며 고전하던 편의점이 정부가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 영향으로 반등에 성공한 데 반해,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된 대형마트는 3분기에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여기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등 정부의 규제와 소비 패턴 변화도 이번 실적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GS25·CU, 나란히 ‘어닝 서프라이즈’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올 3분기 편의점업계 양대산맥인 GS리테일과 BGF리테일은 정부의 소비쿠폰 지급 효과에 힙입어 실적 개선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 내수 부진과의 영향으로 역성장한 것과 대비되는 성과다.
먼저 GS리테일은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3조2054억원으로 작년 동기 대비 5.3% 증가했다. 이는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 기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111억원으로 31.6% 늘었으며 당기순이익도 903억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특히, 편의점 부문(GS25)의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40485억원과 851억원으로 각각 6.1%, 16.7% 증가했다. 이는 시장 전망치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같은 기간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2조4623억원과 977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5.9%, 7.1% 증가했다. 회사 측은 편의점(CU)의 별도 매출을 공개하지 않았으나, 통상적으로 편의점의 별도 매출액이 연결 매출액의 약 98% 수준으로 알려진다.
한편, 이들 기업이 업계의 기대를 뛰어넘는 실적을 달성한 원인으로는 정부가 지난 7월 말 지급한 ‘민생회복 소비쿠폰’의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의 경우 전체 매장 중 가맹점 비율이 99%에 달해 대부분 매장에서 소비쿠폰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반면 백화점, 대형마트 등 유통채널은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됐다.
BGF리테일 관계자는 “소비쿠폰 지급에 맞춰 실시한 대규모 민생회복 프로모션이 객단가 상승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PBICK 등 가성비 PB 상품, 압도적 플러스 간편식, 가나디 등 유명 IP 제휴 상품, 건강기능식품 등 경쟁력 있는 차별화 상품들을 앞세워 매출 상승을 견인했다”라고 설명했다.
GS리테일도 정부 소비쿠폰과 더불어 수익 중심의 우량점 출점, 경쟁력 있는 점포에 힘을 싣는 ‘스크랩 앤드 빌드’(매장 크기를 확대하거나 입지가 더 나은 곳으로 이동하는 작업이) 호실적 달성에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자체 분석했다.
한편, 올 3분기 그야말로 ‘역대급’ 실적을 달성한 편의점 업계의 4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박상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4분기는 3분기 대비 소비쿠폰 지급 효과가 약할 것으로 판단된다”라면서도 “소비심리 호조 영향에 힘입어 매출 성장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한다”라고 내다봤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도 GS리테일 리포트에서 “9월 말에 지급되는 2차 민생지원금은 4분기 편의점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민생회복지원금과 편의점 부진점 정리에 따라 편의점이 견인하는 실적 개선이 4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설명했다.
롯데마트·이마트, 역성장…규제·소비 패턴 변화 영향

한편 같은 기간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마트의 별도 기준 총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1.7% 감소한 4조5939억원, 영업이익은 7.6% 줄어든 1135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할인점의 영업이익은 54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1% 감소했다.
롯데마트의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롯데쇼핑에 따르면 올 3분기 마트와 슈퍼를 합친 국내 그로서리 부문의 매출은 1조3035억원으로 전년 대비 8.8% 줄었으며, 영업이익은 71억원으로 85.1% 급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부진한 실적은 소비 패턴 변화와 정부의 규제 등에 따른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소비자들의 장보기 수요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상당 부분 넘어가고 있는 가운데, 소비쿠폰 사용처에서도 제외되며 대형마트 장보기 수요가 편의점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 등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도 업황 저하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이외에도 늦은 추석으로 명절 매출이 4분기로 넘어간 것도 3분기 실적 부진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소비쿠폰 등 정부의 내수진작 정책 효과를 전혀 보지 못하며 매출과 영업이익이 악화했다”라며 “장보기 채널이 늘며 채널이 분산돼 대형마트를 찾는 고객이 주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에 롯데마트와 이마트는 각각 통합 매입을 확대하고 점포 효율화를 추진하는 등 4분기 실적 방어에 총력을 다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4분기에는 홈플러스 구조조정에 따른 반사이익 가능성도 제기된다.
금융업계에서도 이들 기업의 4분기 실적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조상훈 신한투자증권연구원은 이마트에 대해 “비우호적인 영업 환경으로 3분기 부진했으나 10월부터 두 자릿수 외형 성장세를 기록했다”라며 “오프라인 사업 통합 시너지와 본업 경쟁력 강화를 통한 실적 개선세가 가시화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어 “할인점 경쟁 강도 완화와 자회사 턴어라운드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주영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 그로서리 부문에 대해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 불가에 따른 수요 감소와 추석 시점 차이에 따른 부정적 영향으로 실적이 부진했으나, 4분기 이러한 요인들이 제거되는 만큼 연결 실적 측면에서의 기여도를 확대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내다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