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손해보험이 금융위원회의 적기시정조치에 불복하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금융당국이 자본 건전성 악화를 이유로 경영개선권고를 내린 데 대해 회사 측은 "비계량평가를 근거로 한 조치는 부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1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롯데손보는 이날 오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서울행정법원에 적기시정조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본안 소송을 함께 제기하기로 의결했다. 소송 대리인은 김앤장 법률사무소가 맡는다. 이르면 12일 법원에 행정소송이 접수될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5일 롯데손보의 자본 건전성이 취약하다고 판단해 적기시정조치 중 가장 낮은 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내렸다.
이 조치는 금융감독원이 실시한 경영실태평가 결과에 따른 것으로, 롯데손보의 종합등급은 3등급(보통), 자본적정성 잠정등급은 4등급(취약)으로 평가됐다. 특히 자본적정성 중 비계량평가 부문에서 취약한 점이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금융위는 이번 조치를 두고 "건전성 관리를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지만, 롯데손보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회사 측은 "비계량평가 결과를 근거로 경영개선권고가 내려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금융당국의 판단에 문제를 제기했다.
◆ 'ORSA' 유예 절차 정당성 쟁점 부상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롯데손보의 '자체 위험 및 지급여력 평가체계(ORSA)' 도입 유예 절차가 적법했는가에 모아지고 있다.
ORSA는 보험사가 자체적으로 위험을 식별·평가하고 이러한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지 자본건전성을 자체 평가하는 제도다.
롯데손보는 ORSA 도입 유예가 상위 법령인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에 따라 이사회 의결을 거친 정당한 절차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사 측은 금융감독원이 비계량평가 과정에서 ORSA 유예 결정을 문제 삼은 것은 "법령 해석을 벗어난 자의적 판단"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롯데손보는 금융당국의 조치가 법적 근거 없이 이뤄졌다고 판단해 이를 위법 소지로 지적했다.
또한 롯데손보는 ORSA 전면 도입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롯데손보는 "지난 5월 보험업계에 가이드라인 초안에 대한 의견 수렴을 요청하는 등 ORSA 제도 도입 과정 중에 있다"며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전체 53개 보험사 가운데 ORSA를 유예 중인 회사는 28개사인데, ORSA 도입 유예를 비계량평가 4등급 부여와 경영개선권고 부여 사유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행정소송에 나선 것에 대해서는 롯데손보 측은 "당사 이사회는 숙고를 거듭한 끝에 이번 경영개선권고로 인해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고자 법적 판단을 구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또 "ORSA 관련 절차는 감독규정에 따른 합법적 의결로 진행됐다"며 금융당국의 판단 근거에 문제를 제기했다.
◆ 법원 판단에 따라 경영개선 일정 변수
법원이 롯데손보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일 경우, 회사가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는 경영개선계획 수립 일정은 늦춰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 금융위는 적기시정조치에 따라 롯데손보에 경영개선계획을 마련해 보고할 것을 요구한 상태다.
반면 금융위원회는 이번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법정에서 적기시정조치 불가피성을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업계는 이번 행정소송 결과가 향후 보험사의 경영평가 및 감독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ORSA 등 비계량 요소를 포함한 평가항목이 제도적 분쟁으로 번진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라는 점에서 금융당국의 보험사들에 대한 건전성 평가 기준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롯데손보는 2019년 JKL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체질 개선과 자본 확충 노력을 이어왔지만, IFRS17 등 새 회계제도 도입과 지급여력비율(RBC) 규제 강화로 재무 부담이 커졌다.
이번 조치가 롯데손보의 중장기 경영 안정화에 새로운 불확실성을 더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감독규정상 경영개선 권고를 받은 보험사는 신종자본증권 이자 지급이 제한되기 때문에, 롯데손보는 일부 발행분의 이자 지급을 중단하기로 했다.
신용평가사들은 사업기반 약화 가능성을 이유로 롯데손보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Watch)'로 전환했다
여기에 연말 퇴직연금 '머니무브(대규모 자금 이동)' 가능성을 우려해 회사는 주요 기업 고객들과 밀착 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올해 6월 말 기준 퇴직연금 적립금은 약 6조6000억원으로, 이 중 올해 말 만기가 도래하는 금액이 약 3조원(전체의 45%)에 달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비계량평가를 근거로 한 경영개선권고는 전례가 드물다"며 "이번 소송 결과에 따라 향후 다른 보험사들의 평가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