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캘리포니아주 LA 항에 정박한 컨테이너선들. 사진=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 LA 항에 정박한 컨테이너선들. 사진=연합뉴스

10월까지 연일 내리막을 걷던 컨테이너 해상운임이 다시금 반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미중 무역전쟁 휴전에 더해 최근 선사들의 일괄적 일반운임인상(GRI)가 일시적 반등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진단이 나온다. 다만 점차 선박 공급량이 늘어날뿐더러, 운임 하락의 근본 원인인 물동량 감소는 여전한 만큼 꾸준한 우상향을 기대하기란 어렵다는 시선이다.

11일 디지털 물류플랫폼 ‘트레드링스’에 따르면, 드류리 세계 컨테이너 지수(WCI)는 40피트 컨테이너(FEU)당 1822달러를 기록 중이다. 1주 사이 4% 상승률이다. 특히 상하이-로스앤젤레스 노선은 FEU당 2438달러로 6%의 운임 상승률을 보였다. 상하이-뉴욕 역시 4% 올랐다.

미국과 중국을 잇는 주요 노선에서 운임 인상이 주도적으로 일어났음을 알 수 있다. 10월 말 경주 APEC 계기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이 무역전쟁 확전 자제를 약속함에 따른 기대감이다.

앞서 미국은 중국 제조 및 소유 선박을 대상으로 자국 항만 입항수수료를 부과하겠다고 밝히면서 양국 해상 수수료 전쟁이 불거진 바 있다. 이에 따라 항만 수수료 부과 직전까지 물량을 최대한 밀어내는 ‘프론트 로딩’ 현상이 발생했고, 그 여파로 3분기 이후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가파른 운임 하락이 일어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미중 양국이 향후 12개월 동안 관세 인하와 입항수수료 폐지를 약속하면서 일시적으로 운임이 상승하고 있는 것이다.

더불어 선사들이 운임 하락기 실적 방어를 위해 GRI를 대대적으로 단행한 점도 일시적 상방 요인으로 작용했다. 해양진흥공사에 따르면 선사들은 이번달 최소 1000달러 이상 GRI를 추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반기 주요 컨테이너 운임지표 추이. 사진=트레드링스
하반기 주요 컨테이너 운임지표 추이. 사진=트레드링스

다만 일련의 운임 상승세가 장기적 운임 회복을 시사하는지는 미지수다. 트레드링스는 “현재 운임 상승은 실제 수요 회복 신호가 아닌, 해운사들이 연간 계약 협상 시즌을 대비해 의도적으로 요금을 인상하면서 발생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2023년과 2024년에도 해상 운임이 하락세를 보이다 11월에 반짝 급등한 점에서 알 수 있다. 결국 근본 원인인 물동량 감소가 해결돼야 한다는 시선이다.

앞서 해운업계는 여러 차례의 대대적 프론트 로딩 현상을 경험했다. 미국 정부가 대대적 대중 관세를 예고한 시점인 7월 9일 이전까지 아시아권 화주들로부터 대미 운송 수요가 대규모로 발생했고, 미래에 발생했어야 할 선박 수요까지 미리 소진됐다. 이 현상은 10월 14일 이전 미국의 항만 수수료 부과 이전에도 비슷하게 일어났다.

특히 프론트 로딩으로 인한 물동량 감소 현상이 해운업계 전통 성수기인 3분기에 발생했다는 점이 더 현실을 어둡게 만든다. 7월부터 시작되는 3분기는 중국 국경절과 여름 휴가철 등으로 물동량이 늘어나는 구간이다.

당초 선사들은 성수기에 맞춰 GRI를 단행하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수요 자체가 조기 소진된 상황에서 무턱대고 운임 인상을 감행했다간 물동량이 더 줄어들 위험이 크다는 우려가 나왔고, 결국 11월이 돼서야 GRI를 시도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일선 해운사들의 실적에도 타격이 있을 전망이다. 금융정보기업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HMM의 3분기 매출 컨센서스는 2조5838억원이다. 지난해 동기 3조5520억원 대비 27.3% 감소 전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4614억원에서 2772억원으로 81.0%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나마 HMM은 호황기 많은 자금을 축적한 데다, 대형 컨테이너선 위주 운항으로 효율성을 높인 만큼 타격이 적은 편이다.

같은 기간 주요 경쟁사들은 기록적 타격을 입는 중이다. 세계 6위 선사 일본 ‘ONE’은 올해 하반기 실적 전망을 기존 흑자에서 6100만달러 적자로 수정 발표했다. 상반기 순이익만 3억7100만달러를 거둔 것과 대비된다. 2분기 이후 급격한 운임 감소가 발목을 잡았다.

수요는 줄어드는데 선박 공급은 늘어난다. 2022년 팬데믹 이후 대거 발주된 컨테이너선들이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때문이다. 해운 시황조사 전문업체 알파라이너 추정치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995만TEU로 역대 최대치에 육박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간 7%의 공급 증가세가 지속되리라 본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운임 하락은 수요 부진과 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 균형이 맞지 않는 문제”라며 “일시적 반등 요인으로는 상황을 개선하기 힘들어 보인다. 지금은 선박 노선을 재배치하거나, 컨테이너를 채우지 않고 운항하는 블랭크 세일링 등으로 운항 효율을 유지 중이나 그마저도 점점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