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3분기 화장품 업계의 성적표가 극명히 갈렸다. 아모레퍼시픽은 북미·유럽 등 글로벌 다변화 전략에 힘입어 실적이 크게 개선됐지만, LG생활건강과 애경산업은 중국 시장 부진의 여파를 피하지 못하고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간 에이피알이 ‘신흥 강자’로 급부상하며 업계 판도를 흔들고 있다.
아모레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 빛났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분기 매출 1조169억원, 영업이익 91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1%, 41.0% 증가한 수치다.
아모레퍼시픽이 호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글로벌 리밸런싱 전략(Global Rebalancing)’이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영향이 크다. 아모레퍼시픽은 2023년부터 성장 잠재력이 높은 북미·유럽 시장을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중국 시장의 구조적 정상화를 추진해 왔다.
김승환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지난 3월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올해를 실질적인 체질 전환의 원년으로 규정하고, 북미·유럽·인도·중동 등 주요 시장에서 브랜드 영향력을 확대하는 동시에 중국 사업 재정비와 디지털 전환을 병행하겠다”라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전략이 올해 3분기 실적까지 이어졌다는 평가다. 실제 북미 시장에서는 라네즈 등 기존 주력 브랜드의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신규 브랜드의 고객 접점을 확대하며 매출이 7% 증가한 1568억원을 기록했다. 중화권에서는 사업 구조를 효율화하고 채널 수익성을 개선한 결과,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려 브랜드 등 헤어 카테고리 매출 고성과도 이어졌다.
LG생활건강·애경산업 ‘전통 강자들의 부진’
반면 LG생활건강의 올해 3분기 매출은 1조5800억원으로 전년 동기와 비교해 7.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역시 56.5% 줄어든 462억원에 그쳤다.
음료 사업이 판매 호조를 보이며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화장품 부문이 글로벌 시장 변화에 신속히 대응하지 못하며 부진한 성적을 냈다. 화장품 사업 매출은 471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5% 감소했으며, 영업손실 588억원을 기록하며 적자 전환했다.
특히 글로벌 시장 중에서는 유일하게 중국 시장이 역성장했다. 북미와 일본은 매출이 각각 21.1%, 6.8% 증가했으나, 중국 매출은 1467억원으로 4.7% 감소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주력 브랜드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대규모 물량 조절에 나서면서 면세 매출 비중이 큰 폭으로 줄었고, 강도 높은 사업 효율화로 인해 전체 매출이 하락하며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화장품 사업의 재정비는 새로운 도약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라며 “사업 경쟁력 제고와 중장기 실적 회복에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애경산업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3분기 매출은 1693억원으로 2.4%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73억원으로 23.6% 감소했다. 화장품 부문이 실적 부진에 영향을 미쳤다. 화장품 부문의 3분기 매출은 515억원, 영업이익은 2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9.7%, 45.8% 쪼그라들었다. 특히 중국 시장의 내수 소비 둔화 영향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애경산업 관계자는 “신규 브랜드 출시와 새로운 시장 개척을 통한 지역 대변화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라며 “중국은 틱톡 채널 중심의 전략 전환과 신제품 육성에 집중하고 있고, 미국은 주력 브랜드 경쟁력 강화와 신규 스킨케어 브랜드 출시에 나섰다”라고 말했다.

에이피알, 뷰티 신흥 강자로 급부상
이 가운데 화장품 업계의 새로운 신흥강자로 떠오른 에이피알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에이피알은 올해 3분기에도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3분기 매출은 385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7% 성장했고, 영업이익은 961억원으로 무려 252.9% 급증했다.
매출 규모만 놓고 보면 여전히 아모레퍼시픽이나 LG생활건강에 비해 작지만, 이미 애경산업을 넘어 업계 ‘빅3’ 반열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영업이익 기준으로는 주요 화장품 4개사 가운데 단연 1위를 기록하며 수익성 측면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입증했다.
에이피알의 가파른 성장세는 미국 시장이 주도했다. 3분기 미국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0% 급증한 1505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체 매출의 약 39%에 달한다. 아마존 프라임데이 특수와 함께 미국 최대 뷰티 유통체인인 얼타뷰티(ULTA Beauty) 전 지점 입점 효과가 맞물리면서, 단일 국가 기준으로는 처음으로 분기 매출 1000억원을 돌파했다.
결국 이번 3분기 성적표는 ‘脫(탈)중국’과 ‘글로벌 다변화 전략’의 성패가 갈린 결과로 요약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에 기대던 성장 공식을 벗어나, 미국·유럽·동남아 등 다극화된 시장에서 새 판을 짜는 기업만이 살아남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다변화를 통한 포트폴리오 균형 유지가 기업 경쟁력의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