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일지 작 모노드라마 ‘진술’이 11월 26일부터 12월 7일까지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열린다
하일지 작 모노드라마 ‘진술’이 11월 26일부터 12월 7일까지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열린다

하일지 작 모노드라마 ‘진술’이 11월 26일부터 12월 7일까지 대학로 미마지아트센터 물빛극장에서 열린다. 대학로 공연을 마친 뒤에는 12월 13일과 14일 일본 오사카 효겐샤 공방 초청 무대로 이어진다.

‘진술’은 기억과 현실, 환상과 진실이 교차하는 인간의 내면을 응시하는 철학적 모노드라마다.

한 남자가 결혼 10주년을 맞아 아내와 함께 호텔에 머문다. 그러다 갑자기 ‘처남 살인 용의자’로 체포된다. 그는 자신의 결백과 사랑을 증명하려고 밤새 진술을 이어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진술은 모순과 환상으로 얽힌다. 심지어 남자가 살아있다고 믿는 ‘누군가’는 이미 죽은 사람이다. 그렇게 ‘생사일여, 몽매일여’, 삶과 죽음 혹은 무의식과 의식이 모호해진 그의 진술은 자백이 되어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자문하게 된다. 진실이란 무엇인가.

원작은 하일지의 2000년 장편 소설이다. 연극은 2001년 하일지가 직접 각색해 강신일이 주연하고 박광정이 연출한 초연 무대를 올렸으며, 2006년 ‘강신일의 진술’로 다시 무대에 섰다.

이번 2025년 무대는 극단 씨어터판이 기획·제작하고 배우 김진근과 연출 김종희의 조합으로 새롭게 부활한다. 음악감독 한재권은 초연과 재연에 이어 이번에도 참여해 작품의 정서를 잇는다. 원작자 하일지는 제작으로 참여했다.

25년 전 원작 출간 당시 사건은 일종의 메타포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 20대 관객은 유사한 사건을 뉴스에서 목격한다. 현실이 작품을 따라잡은 셈이다. 이에 씨어터판은 ‘새로운 진술’을 팜플렛의 시놉시스에서 이미 시작한다. 예컨대 남자의 구체적인 직업을 드러내지 않는다. 관객은 선입견 없이 그의 진술에 몰입하게 된다. 관객은 팔짱 끼고 철학적으로 이해하는 해설자에 머무는 대신, 진술을 심문하고 판단하는 심문자이자 배심원으로 참여하게 된다.

연출 김종희는 “무대 위 인물은 관객을 향해 끊임없이 진술하며, 관객은 그의 말을 믿을 것인지, 의심할 것인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이 긴장감 속에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현실과 환상의 경계로 끌려 들어간다.”라고 설명한다.

그 긴장을 만드는 몫은 단 한 명의 배우 김진근이다. 메소드 연기로 정평이 난 그는 사랑의 상실을 부정하며 광기로 진술한다. 홀로 1초도 ‘마’가 뜨지 않게 무대를 장악해야 한다. 숨소리마저 쉴 틈이 없다. 배우에겐 극한의 무대, 연출에겐 배우에게 보내는 신뢰의 무대이다.

러닝타임 90분. 중학생 이상 관람가. 네이버 예약, 네이버폼, 텀블벅, 현장예매. 전석 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