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자녀의 결전을 앞둔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회장님들이 직접 나섰다. 단순한 격려품 전달을 넘어 그룹 총수와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수십 년간 손편지와 특별한 선물을 챙기는 문화가 확산하면서다.
임직원 개인을 넘어 그 가족까지 챙기는 ‘가족친화 경영’의 핵심 전략이자 치열한 인재 경쟁 시대에 구성원의 소속감과 로열티를 높이는 스킨십 경영의 일환이다. 재계의 따뜻한 ‘감성 경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그룹사들은 수능을 앞둔 임직원 자녀들에게 CEO의 격려 메시지가 담긴 선물 세트를 전달하며 응원전에 한창이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20년 넘게 이어진 이 전통은 이제 단순한 복지 혜택을 넘어 각 기업의 고유한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총수의 편지’… 21년째 이어진 김승연 회장의 ‘키다리 아저씨’ 응원
재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임직원 수험생 자녀를 챙겨온 곳은 한화그룹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2004년부터 올해까지 21년째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수험생을 둔 임직원 가족에게 직접 작성한 격려 편지와 선물을 보내고 있다. 올해 4300여 명을 포함해 지금까지 김 회장의 응원을 받은 수험생은 8만 명에 달한다.
김 회장은 플라자호텔 베이커리 블랑제리에서 주문 제작한 합격 기원 과자 세트와 함께 진심이 담긴 편지를 전달했다. 그는 편지에서 “결코 쉽지 않은 길이지만 포기하지 않고 달려온 여러분의 발걸음 하나하나가 이미 값진 성과”라며 수험생들의 노고를 위로했다.
특히 김 회장은 “수능은 장벽도 지름길도 아닌 가능성의 문을 여는 열쇠”라며 “마지막 순간까지 도전을 멈추지 말고 밝은 미래의 문을 활짝 열어젖히기 바란다”고 격려했다. 나아가 “비바람을 이겨낸 나무가 더욱 튼튼해지듯 힘든 수험 생활은 여러분이 큰 사람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 맞닥뜨릴 세상에서도 시련에 당당히 맞설 힘을 얻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 회장의 소통 경영은 비단 수능 격려에 그치지 않는다. 평소에도 주요한 계기마다 임직원 및 관계자들에게 편지와 선물로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감염 직원들에게 쾌유를 기원하는 손편지와 꽃을 보냈으며, 2022년 누리호 발사 프로젝트에 참여한 연구진에게는 포상휴가와 특별 격려금을 지급했다.
2015년에는 그룹 계열사에 채용된 천안함 유가족들에게 격려 편지를 보냈고 과거 기러기 아빠 직원들을 위해 가족 상봉 휴가와 경비를 지원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2025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서 19년 만에 준우승을 차지한 한화이글스 선수단과 스태프 60명에게 이글스의 상징색인 오렌지색 휴대전화를 선물하며 “여러분의 땀방울이 내일의 우승을 위한 든든한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격려하는 등 그룹의 대소사를 세심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20년 전통’ 현정은 회장… ‘감성 경영’의 시그니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수험생 자녀 챙기기 역시 20년째 이어지고 있다. 이제 ‘현정은표 감성경영’의 시그니처라는 평가다.
현 회장은 2003년 취임 이후 2005년부터 올해까지 20년간 전 계열사 임직원의 수험생 자녀 120여 명에게 초콜릿, 캐러멜 등 간식 선물과 응원 메시지 카드를 전달했다. 올해까지 누적 인원은 약 2000명에 이른다.
현 회장은 메시지를 통해 “인생의 첫 관문을 맞이한 여러분께 진심 어린 응원을 보낸다”며 “그간 쌓아온 노력과 열정이 좋은 성취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격려했다. 이어 “현대그룹은 여러분의 새로운 도전이 빛나는 내일로 이어지길 기원하며, 입시를 통해 수험생들이 더 큰 성장을 이루길 바란다”고 전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현 회장은 평소 ‘임직원의 건강과 가정의 평안이 회사를 움직이는 힘’이라고 강조해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경영 철학은 20년간 이어진 수능 자녀 선물뿐만 아니라, 마찬가지로 20년째 여름철 전 계열사 임직원 6500여 명 가정에 4만 인분의 보양식을 보내는 전통에서도 엿볼 수 있다.
여이가 끝이 아니다. 사내 재즈콘서트 개최, 여성 전용 사내 모성보호실 개선 등은 현 회장의 세심함이 돋보이는 임직원 스킨십 강화 사례로 꼽힌다.

“가족의 응원처럼 따뜻” 계열사별 ‘맞춤형’ 선물 눈길
그룹 총수뿐만 아니라 주요 계열사 CEO들도 임직원 자녀 챙기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특히 LG그룹은 계열사별로 특색있고 실용적인 선물을 마련해 눈길을 끈다.
LG에너지솔루션은 김동명 사장이 2026년 수능을 앞둔 구성원 자녀 약 250명에게 수능 격려 선물 키트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긴장도 크겠지만 지금까지 쌓아온 시간과 노력이 든든한 힘이 되어 좋은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이 시험이 끝이 아닌 새로운 시작이 되길 바라며 꿈꾸던 미래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기를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함께 전했다.
프리미엄 간식과 함께 MZ세대 수험생들의 선호도를 반영한 아이템, 여행 관련 엔솔 굿즈 등으로 구성돼 큰 호응을 얻었다. 선물을 받은 한 구성원은 “세심한 배려 속에서 가족의 응원 같은 따뜻함을 느꼈다”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2년 여성가족부 주관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받았으며, 매월 가족초청행사 ‘토토가(토요일 토요일 가족과 함께)’ 등을 운영하며 가족 중심 문화를 확산하고 있다.
다른 LG 계열사들도 맞춤형 응원에 나섰다.
먼저 LG전자는 수능 응시 고3 자녀를 둔 임직원이 커피 쿠폰·텀블러 세트, 비타민 세트, 푸드컨테이너 세트 중 하나를 선택하면 초콜릿, 엿과 함께 제공한다. 또 LG이노텍은 CEO 명의 응원 메시지 카드와 함께 응원 선물을 집으로 전달하며 LG디스플레이는 눈마사지기나 텀블러 중 하나를 선택하면 응원 메시지 카드, 네잎클로버와 함께 선물을 보내준다.
LG헬로비전은 임직원 자녀는 물론 친형제자매까지 대상을 넓혀 수능시계, 보온병, 핫팩 등으로 구성된 실용적인 응원 키트를 제공한다.
SK그룹 주요 계열사도 응원 행렬에 동참했다. SK이노베이션은 수능 고3 자녀를 둔 임직원에게 대표이사 명의의 응원 편지와 함께 상품권, 쿠키 세트 등을 전달한다. SK텔레콤은 소정의 페이 포인트와 함께 대전의 유명 빵집인 성심당 빵 세트를 선물해 실속과 화제성을 모두 잡았다.

조선·철강·홈쇼핑까지 "수능 대박나세요"
수능 응원 문화는 특정 산업군에 국한되지 않고 조선, 철강, 유통 등 다양한 업계로 확산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은 12년째 임직원 수험생 자녀들에게 격려 선물을 전달하고 있다. 4일 HD현대중공업은 올해 수능에 응시하는 임직원 자녀 660여 명에게 스킨케어 등 남·녀 화장품 7종 세트와 저당 초콜릿 과자, 텀블러 등으로 구성된 선물 세트를 지원한다고 밝혔다.
이상균 부회장과 금석호 사장은 공동 명의의 편지를 통해 “침착하고 자신 있게 실력을 발휘해 그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하루가 되길 바란다”며 “여러분의 열정에 값진 결실이 함께 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KG스틸 역시 4일 수능을 앞둔 임직원 고3 자녀 57명에게 격려 선물을 건넸다고 밝혔다. 특히 각 자녀의 이름이 기재된 맞춤형 박스에 무릎담요, 핫팩, 간식 등 수능 당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품들을 담아 세심함을 더했다.
KG스틸 관계자는 “수능이라는 중요한 도전을 앞둔 자녀들과 그 여정을 함께해 온 임직원 모두에게 격려를 전하고자 한다”며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자녀들이 꿈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NS홈쇼핑은 10년째 수능 응원 선물을 전달하는 전통을 이어오고 있다. 6일 NS홈쇼핑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 5일 임직원 자녀 중 수험생에게 쿠키와 초콜릿 등 수험 간식과 대표이사의 응원 메시지 카드가 담긴 선물 세트를 전달했다.
조항목 NS홈쇼핑 대표이사는 “수험생 자녀를 둔 부모님들의 마음도 함께 응원하고 싶다”며 “그동안 쌓아온 실력을 믿고 최선을 다한다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자녀와 함께 긴 시간을 걸어온 모든 가족에게 따뜻한 격려의 마음을 전한다”고 말해, 수험생 본인뿐만 아니라 그간 마음고생을 함께한 부모 임직원까지 위로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이라는 한국 사회의 중대한 이벤트를 고리로 한 기업들의 ‘감성 스킨십’이 더욱 진화하는 분위기다. 이는 일과 가정의 양립을 넘어 임직원 가족의 중요한 순간을 회사가 함께 축하하고 응원함으로써, 구성원의 심리적 안정감과 회사에 대한 자부심을 동시에 높이는 고차원적인 경영 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생의 큰 관문을 앞둔 수험생 자녀에게 전해진 ‘아빠(엄마) 회사’의 따뜻한 응원은 기업의 미래 경쟁력을 다지는 든든한 자양분이 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