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작곡가 이언 정과 우크라이나 밴드 엠브리즈의 보컬 알렉스 빌야크가 3년간의 원격 협업 끝에 런던에서 만나 완성한 두 곡 'You'와 'Life Is So Good'을 7일 공개했다.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을 건너 탄생한 이 곡들은 "당신은 견뎌냈다(You)"에서 "삶은 소중하다(Life Is So Good)"로 이어지며 위로를 넘어 일상의 희망을 노래한다.

두 뮤지션의 인연은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2년 글로벌 뮤지션 매칭 플랫폼에서 시작됐다. 이언은 자신의 곡 'Little Bird'에 어울리는 보컬을 찾던 중 알렉스의 목소리를 발견했다.

이언은 "목소리만 듣고 제가 생각한 노래와 너무 잘 맞아서 바로 연락했어요. 만난 적도 스친 인연도 없었지만, 음악적으로는 이미 통하고 있다는 걸 느꼈어요"라고 말했다.

협업은 곧바로 시련을 맞았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격화되면서 키이우에 공습경보가 울리고 전력 공급이 끊겼다. 알렉스는 녹음을 멈추지 않았다. 어둡고 차가운 지하 연습실에서 파워뱅크 하나에 장비를 연결해 사랑과 평화를 노래했다.

이언은 "그의 녹음 파일을 받아볼 때마다 '이 사람은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노래로 버티고 있구나' 싶었죠. 그 울림이 제 안에서 오래 머물렀습니다"라고 말했다.

"언젠가 직접 만나자"는 약속은 3년 만에 이뤄졌다. 지난 가을 엠브리즈가 활동 거점을 런던으로 옮기면서 두 사람은 마침내 한 공간에서 마주했다.

알렉스는 "런던에서 이언을 처음 마주한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처음 만나자마자 서로 포옹했는데, 마치 오랜 세월 알고 지낸 형제를 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말이 필요 없었어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사진=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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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는 단순한 협업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업계에서는 대형 프로듀서 없이 잘 짜인 공식 없이 이 곡들이 완성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음악 시장은 대형 프로듀서와 훈련된 가수 마케팅이 결합한 '안전한 공식'이 흥행을 주도하는 경향이 짙다. 이들의 작업은 이러한 흐름에 대한 조용한 이탈로 평가된다.

이언은 "요즘 많은 음악이 너무 잘 만들어져서 오히려 안전해진 것 같아요. 잘될 만한 사람들과 성공 마케팅이 결합한 잘될 수밖에 없는 '안전한 공식'이랄까요. 우리는 그런 공식에서 조용히 이탈하고 싶었어요"라고 밝혔다.

한편 런던 세션에서 완성된 'You'는 어쿠스틱 포크를 기반으로 견뎌낸 이들을 위로하며 'Life Is So Good'는 '너'에서 '우리'로 시선을 이동해 일상의 소중함을 노래한다.

알렉스는 "음악은 전쟁을 반드시 이깁니다. 우리가 그 사실을 증명하고 싶었어요. 우리가 만드는 노래가 누군가에게 작지만 진심 어린 위로가 되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다.

이언은 "누군가 지치고 힘든 하루를 보낼 때, 잠시 기대어 들을 수 있는 노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곡에 대한 바람을 밝혔다.

10월 2일 발매된 'You'와 11월 7일 발매된 'Life Is So Good'은 멜론 지니 바이브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국내외 주요 음악 플랫폼에서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