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스테이블코인 이미지. 출처=연합뉴스

여권이 추진 중인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법안이 국회 제출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코인 발행 주체를 둘러싼 논의가 은행 중심 모델과 자본시장 중심 모델로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한국은행과 금융권은 은행 주도의 발행 구조를, 혁신 생태계를 강조하는 업계는 자본시장 기반 모델을 주장하고 있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보성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엄격한 인가 절차를 전제로 비금융 회사의 진입을 제한적으로 허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테이블코인을 매개로 한 대차 행위를 금지하고, 자금 유입이 선행되지 않은 코인 발행도 불허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테이블코인은 통화정책의 도구가 아니라 지불수단으로 제한돼야 하며, 준비자산 매입을 통한 통화량 확대를 막아야 한다는 논리다.

신 위원의 입장은 한국은행의 기존 입장과 맥을 같이한다.

한은은 지난달 27일 발표한 '스테이블코인 백서'에서 "은행이 발행의 주체가 되거나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는 은행권 중심의 컨소시엄을 통해 추진해야 한다"고 밝혔다.

비은행의 참여에 대해서도 "IT 기업 등은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함께 참여해 혁신과 성장을 끌어낼 수 있다"고 제시했다.

반면, 블록체인 투자사 해시드의 연구조직인 해시드오픈리서치는 상반된 의견을 내놨다.

임민수 해시드오픈리서치 연구원은 지난달 23일 보고서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단순한 지급결제 수단을 넘어 디지털 경제 시대 한국의 통화 주권과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 요소"라며 "은행 기반 모델은 구조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테더(USDT)나 서클(USDC)도 자본시장 기반 모델을 채택하고 있으며, 이러한 구조가 스테이블코인의 확산과 신뢰 확보에 효과적임을 입증하고 있다"며 "한국이 글로벌 디지털 경제에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은행 중심이 아닌 자본시장 중심의 발행 구조를 전략적으로 채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는 글로벌 생태계와의 정합성을 높이는 동시에 국내 디지털자산 시장의 성장과 혁신을 견인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시드오픈리서치는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공직 복귀 전까지 대표로 있던 곳이다.

김 실장 역시 과거 보고서와 세미나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이 금융 혁신과 통화 주권 강화를 이끌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김현정·안도걸·이강일 의원과 국민의힘 김은혜 의원이 각각 스테이블코인 관련 기본법이나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다.

여권에서도 금융당국과 조율 중인 법안을 추가 발의할 예정다. 이르면 이달 하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에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