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가 검색어 중심의 정보 탐색 시대를 넘어 사용자 개개인의 맥락을 이해하고 실제 실행까지 책임지는 차세대 AI 비서 에이전트 N(Agent N)을 전격 공개했다. LLM(거대언어모델) 기술을 통해 사용자의 데이터를 보석과 같은 페르소나로 가공하고 이를 쇼핑, 광고 등 모든 서비스에 유기적으로 녹여내 심리스(Seamless)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김범준 네이버 COO(최고운영책임자)는 6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통합 컨퍼런스 ‘단25(DAN25)’에서 ‘검색을 넘어 실행까지: 사용자 경험의 진화’를 주제로 하는 기조연설을 통해 AI 패러다임의 변화를 강조했다.
작년 단24에서 ‘검색에서 발견까지’의 진화를 말했다면, 올해는 실행으로의 도약을 화두로 던졌다. 나아가 '검색을 넘는다'를 지향한다는 설명이다.
그가 제시한 ‘검색을 넘는다’는 말의 핵심은 분석 대상의 근본적인 변화다. 기존 검색이 ‘입력된 검색어’를 이해하는 것이었다면 발견과 실행의 영역은 사용자 자체를 분석하고 파악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 COO는 “검색을 넘는다는 말은 이해와 분석의 대상이 검색어가 아니다"면서 "사용자가 이동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LLM ‘원석’ 데이터를 ‘페르소나’라는 ‘보석’으로
네이버는 지난 1년간 LLM 기술을 활용해 사용자를 더 깊이 이해하는 데 성공했다. 사용자의 현재 관심사, 관심의 맥락, 탐색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김 COO는 구체적인 페르소나 분석 사례를 제시했다. 현장에서 한 사용자가 ‘밴쿠버 11월 날씨’ 검색, ‘캐나다 여행 카페’ 활동, ‘밴쿠버 숙소’ 예약, ‘맛집 블로그’ 탐색 등의 로그를 보인다면 LLM이 이를 분석해 ‘밴쿠버 여행 플래너’라는 페르소나를 문장으로 기술한다는 것을 어필했다.
또 다른 사례로 “1년간 뮤지컬 예매 기록이 7번이고, 특정 배우의 캐스팅 소식과 마지막 공연을 찾아본 것을 보니 뮤지컬을 정말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다”며 ‘이 순간 뮤지컬 애호가(특정 배우 팬)’라는 두 번째 페르소나가 탄생하는 것을 설명하기도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간다. LLM은 단순히 페르소나를 정의하는 데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해당 페르소나를 선택한 ‘근거’를 정리하고 나아가 ‘이후 사용자에게 어떤 정보나 액션을 제안하면 좋을지’까지 알아내야 한다.
김 COO는 이러한 페르소나 데이터의 가치를 보석에 비유했다. 그는 “그동안 네이버가 가진 사용자 데이터가 원석에 해당하는 가치였다면, 이제는 LLM 기술을 통해 알아낸 사용자 페르소나는 보석에 해당하는 가치를 가졌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그 기술의 진화는 즉각적인 성과로 나타났다. 당장 발견과 탐색의 대표 서비스인 피드의 경우, 올해 1월 대비 지면 PV(페이지뷰)가 18배 성장했고, 콘텐츠 클릭률(CTR)도 2배 가까이 높아졌다.
광고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광고에 반응하는 사용자가 11% 증가하고, 광고 CTR이 19% 상승했다. 김 COO는 이를 두고 “광고하면 사실 거부감이 들거나 그런 분들도 있었을 텐데, 기존의 광고에 반응하지 않던 사용자들까지도 이제는 광고를 수용하는 변화가 생겼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변화라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선제적 제안과 맥락형 광고… 실행으로의 진화
사용자 이해도가 높아지자 서비스가 제공하는 경험의 질이 달라졌다. 김 COO는 ‘프로야구’ 검색을 예로 들며 “한화 이글스 팬에게는 한화 소식이, 삼성 라이온스 팬에게는 삼성 소식이 먼저 나타나고 야구장을 즐겨 찾는 한화 팬이라면 홈 경기 일정 안내와 함께 예매로 쉽게 이어지도록 화면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탐색 서비스도 ‘선제적 제안’으로 진화하는 중이다.
실제로 블랙핑크 공연 콘텐츠를 볼 때 이미 팬이라면 알만한 신곡 ‘뛰어’ 정보를 AI가 굳이 제공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는 “음악을 다양하게 듣는 사람이라면 이번 신곡 앨범이 궁금할 수 있다”며 이 앨범이 궁금할 것 같은 사람에게만 AI 브리핑이 나타나 신곡 정보를 제공하고, 더 나아가 ‘네이버 앱 안에서 음악을 바로 들어볼 수 있는 기능’까지 연결한다는 설명이다.
김 COO는 ‘어쩌면 해피엔딩’ 뮤지컬 티켓팅에 실패했던 개인적인 경험담을 공유하며 실행의 중요성을 역설하기도 했다. 잊고 지냈던 2차 티켓팅 일정이 네이버 홈피드에 선제적으로 나타난 덕분에 예매에 성공한 경험이다.
그는 “이 경험을 통해서, 어떤 사용자가 정말 관심 있어 할 만한 공연 소식이 새로 떴다면 우리가 이런 것들을 피드의 콘텐츠를 보여주는 것을 넘어서 서비스가 더 적극적으로 사용자에게 알려준다면 무척 유용하겠다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자연스럽게 AI 시대의 숙제로 불리는 광고 역시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루브르 박물관 패스트 트랙’을 검색하면서 효율적인 여행을 원하는 사용자에게 여행사 상품뿐 아니라 ‘미술사 책’을 제안하는 식이다.
핵심은 광고가 AI 브리핑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간다는 점이다. 김 COO는 “하나의 특정 키워드에 정해진 형태로 제공되는 광고가 아니라, 사용자의 수백 수천 가지 맥락마다 그에 맞게 재구성되는 광고가 가능해지는 변화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여기에 검색(티켓 예매), 탐색(음악 감상), 광고(책 구매) 등 모든 경험이 ‘실행’으로 이어지는 것. 이것이 네이버가 바라보는 진화의 방향이다.
김 COO는 “네이버는 온 서비스 AI에 이어 ‘온 서비스 AI 에이전트’로 서비스를 진화시키고자 한다”며 “네이버라는 로고에서 ‘N’이라는 한 글자를 남기고 모바일 N으로 탈바꿈했다면, 이제 네이버는 AI 시대를 맞아 ‘에이전트 N’으로 변화하고자 한다”고 선언했다.
친절한 점원 같은 쇼핑 에이전트
에이전트 N의 구체적인 모습은 내년 1분기 출시될 쇼핑 에이전트를 통해 공개된다.
현장에서 일부 그 기능이 공개됐다. 실제로 신혼집 인테리어를 검색하고 침실용 카펫을 구매한 이력으로 침실 조명 구매 고려 페르소나가 생성된 사용자가 네이버플러스 스토어 앱을 실행하자, 에이전트가 이를 파악하고 고민 포인트를 제안하며 쇼핑이 시작됐다.
단순 상품 나열이 아니다. 사용자의 집 크기를 고려한 상품, 좋아하는 인테리어 스타일에 맞는 상품, 심지어 “취향이 비슷한 인테리어 카페에서 최근 많이 언급되는 제품”까지 제안한다. 심지어 리뷰 확인 방식도 혁신한다. 상품 페이지의 텍스트 후기를 넘어 오프라인 가구점에서 카탈로그를 보듯 네이버 블로그나 클립에 올라온 ‘사용자들의 찐 사용 후기 속 사진들’을 바로 살펴볼 수 있게 한다.
여기에 구매 결정 이후의 경험은 실행의 정점을 보여준다. 백화점 점원이 “멤버십에 가입하시면 지금 훨씬 더 싸게 사실 수 있어요”라고 안내하듯 쇼핑 에이전트가 고객의 브랜드 멤버십 가입 여부를 살피고 ‘원 클릭으로 멤버십에 가입’하도록 돕는다는 설명이다.
또 배송이 오래 걸리는 인테리어 제품의 경우 해당 제품을 보유한 집 근처 매장이 있는지 알아보고 해당 매장에서 픽업할 수 있는 방법을 안내하며 고객이 원할 경우 ‘픽업 예약을 나 대신에 미리 완료해 놓는’ 수준까지 나아간다.
김 COO는 이러한 경험을 기분 좋은 쇼핑에 비유하면서 “에이전트 N이 지향하는 모습이 바로 이런 (친절하고 유능한) 점원의 모습이다”라고 말했다.
네이버가 자신하는 3대 핵심… 그리고 ‘신뢰’
김 COO는 에이전트 N의 핵심 경쟁력으로 세 가지를 꼽았다. 바로 사용자에 대한 입체적인 이해(3D User Understanding)와 검색에서 예매로, 탐색에서 음악 감상으로 흐름이 끊기지 않는 ‘자연스러운 사용 경험(Seamless Experience)’이다.
마지막은 실행까지 연결된 생태계(Execution Ecosystem)다. 그는 이것이 에이전트가 동작하기 위한 필요 조건이라며, “다른 AI 에이전트 서비스들도 외부 서비스들과의 연동을 얘기하지만 이런 제휴와 연동의 범위가 우리 사용자가 피부로 느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어지기까지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네이버는 실행으로 바로 이어질 수 있는 강력한 생태계를 이미 구축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단언했다. 수백만 셀러의 쇼핑 생태계와 전국의 숙소를 아우르는 플레이스 생태계가 그 근거다.
나아가 네이버는 브랜드 스토어와 스마트 플레이스를 통해 모든 사업자가 ‘직접 고용한 점원이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에이전트’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 COO는 “에이전트 N이 다른 에이전트 서비스 대비 가지는 본질적 차이며 에이전트 시대에도 더 의미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한 네이버의 접근 방식이다”라고 밝혔다.
여기서 김 COO가 가장 중요하게 강조한 것은 이 모든 것을 뒷받침하는 ‘신뢰(Trust)’였다.
그는 “아무리 능력이 뛰어난 비서가 있더라도 내가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면 그 비서에게 중요한 일을 맡길 수는 없을 것이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신뢰의 기반으로 세 가지를 제시했다. 먼저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다. AI가 작업으로 양산된 콘텐츠가 아닌, 실제 구매자나 예약자만 남길 수 있는 검증된 리뷰, POS 시스템과 연동된 실시간 현황, 판매자와 연동된 재고 정보 등 네이버가 확보한 메타데이터를 참조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수천만 사용자의 개인정보를 20여 년간 보호해 온 검증된 보안 체계며 마지막으로 셋째는 에이전트가 구매한 쇼핑몰이 폐업하는 등의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 보호를 최우선하고 실천하는 사업자의 역량이자 태도다.
김 COO는 “이러한 신뢰 자산이야말로 AI 에이전트 시대에 에이전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갖추어야 할 필수 덕목이며, 그 부분에서 네이버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에이전트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자신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네이버는 내년 1분기 쇼핑 에이전트를 시작으로 내년 여름에는 통합 검색 ‘AI 탭’에서 쇼핑, 로컬, 금융 등을 아우르는 통합된 에이전트 N을 선보일 예정이다.
김 COO는 “통합 에이전트는 검색어와 연관성 높은 콘텐츠 제공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것을 해결해 주는 에이전트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하며 발표를 마쳤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