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패권이 '양질의 데이터와 콘텐츠' 확보에 달렸다는 인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네이버가 일본의 심장부에 위치한 거대 콘텐츠 플랫폼에 대규모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AI(인공지능) 시대의 핵심 경쟁력 강화를 위해 글로벌 콘텐츠 시장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AI 실탄' 확보에 나선 셈이다.

네이버, 노트를 품다
네이버는 일본의 대표적인 오리지널 콘텐츠 플랫폼 '노트(note, 대표 가토 사다아키)'에 20억 엔(약 187억 원, 4일 환율 기준)을 투자하고 사업 제휴를 포함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5일 밝혔다. 네이버는 노트의 지분 약 7.9%를 확보하며 2대 주주에 오르게 된다.
노트는 2014년 출시 이후 일본을 대표하는 오리지널 콘텐츠 플랫폼이다. 이용자들은 누구나 자신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글, 이미지, 음성, 동영상, 만화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하고 공유한다.
핵심은 '크리에이터 생태계'다. 노트는 콘텐츠 유료 판매, IP(지식재산권)화 지원 등 다채로운 수익 모델을 제공하며 일본 창작자 경제를 이끌고 있다.
플랫폼의 저력은 수치로 증명된다. 8월 기준 가입 이용자 수는 1052만 명에 달하며, 플랫폼 내에 축적된 누적 콘텐츠는 일상 글부터 전문 기고, 출판물, 만화 등을 아우르며 무려 6,400만 건을 넘어섰다. 시밀러웹(Similarweb) 기준으로도 노트는 일본 블로그 서비스 중 접속자 수 1위, 일본 전체 웹사이트 중 14위를 차지할 정도로 막강한 트래픽을 자랑한다.
네이버는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노트의 풍부한 콘텐츠 생태계와 네이버가 '라인야후' 등을 통해 쌓아온 일본 시장 이해도, 그리고 UGC(이용자 생성 콘텐츠) 및 웹툰 서비스 노하우, AI 기술력을 결합해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네이버가 2대 주주로 올라선 노트는 일본 콘텐츠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한 플랫폼이다. 2014년 4월 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누구나 쉽게 창작하고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공간'을 표방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사업 모델은 다각화되어 있다. 핵심인 'note' 플랫폼 외에도 기업용 솔루션인 'note pro', 스토리 투고 플랫폼 'TALES(테일즈)' 등을 운영하며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이러한 노력을 바탕으로 이용자 수, 콘텐츠, 매출 전 부문에서 연평균 20~30%대의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4년 매출은 전년 대비(YoY) 19% 증가한 약 33억 엔을 기록했다.
플랫폼의 활성도 역시 뜨겁다. 가입 이용자 수는 올해 6월 1천만 명을 돌파한 이후 꾸준히 증가해 8월 기준 1,052만 명에 달하며, 발행된 콘텐츠 수도 전년 대비 33.1% 증가한 약 6,407만 개를 기록했다.
일본 온라인 지형도에서 노트의 위상을 명확히 보여준다. 시밀러웹(Similarweb) 2024년 기준, 노트는 일본 블로그 서비스 중 접속자 수 1위를 차지했으며, 일본 전체 웹사이트 중에서도 14위에 오를 정도로 강력한 트래픽을 확보하고 있다.
성장성과 플랫폼 가치는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인정을 받았다. 지난 1월에는 구글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하며, AI 시대 콘텐츠 플랫폼의 중요성을 입증한 바 있다. 구글에 이어 네이버까지 주요 주주로 합류함에 따라, 노트는 글로벌 빅테크 두 곳의 기술력과 네트워크를 동시에 확보하는 든든한 우군을 얻게 됐다.
6400만 콘텐츠 금광 확보… 'AI 기술 고도화' 정조준
투자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AI'다.
생성형 AI 모델의 성능은 학습하는 데이터의 양과 질에 의해 좌우된다. 특히 영어권 데이터가 아닌, 고품질의 비영어권 로컬 데이터는 AI 모델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위한 핵심 자산으로 꼽힌다. 그리고 네이버가 2대 주주로 올라선 노트는 6400만 건이 넘는 방대한 일본어 오리지널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의 차세대 AI 모델인 '하이퍼클로바X'가 일본어 기반의 AI 검색, 버티컬 에이전트 등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고 고도화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귀중한 '학습 데이터'가 될 수 있다.
네이버는 자사의 AI 기술력을 노트 플랫폼에 접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방침도 준비하고 있다. 노트에 축적된 방대한 콘텐츠에 AI를 접목해 창작자들이 더 쉽게 콘텐츠를 만들 수 있도록 'AI 창작 도구'를 지원하거나 AI 기반의 콘텐츠 발굴 및 유통 시스템을 고도화해 이용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더 쉽게 발견하고 소비하도록 도울 수 있다.
궁극적으로는 AI 검색, 버티컬 에이전트 등 네이버가 준비 중인 신규 AI 서비스 개발을 통해 이용자 경험을 혁신하는 것이 목표다. 네이버가 이미 3분기 실적 발표에서 'On-Service AI' 전략을 통해 검색과 커머스 등 기존 서비스의 AI 체질 개선 성과를 증명했듯, 이러한 노하우를 노트 플랫폼에도 이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노트는 일본의 다채로운 장르와 약 1천만 명 이용자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콘텐츠가 모이는 플랫폼"이라며, "콘텐츠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는 AI 시대에 네이버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이번 투자의 의미를 강조했다.
韓-日 플랫폼 역량 결합… 'IP 크로스보더' 생태계 구축
이번 파트너십은 AI 기술 협력을 넘어 네이버와 노트가 보유한 '플랫폼 역량'과 'IP'를 결합해 한국과 일본을 잇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창작자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네이버는 이미 글로벌 1위 웹툰 플랫폼을 운영하며 강력한 IP 발굴 및 2차 창작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노트 역시 일본 내에서 유망한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이들의 콘텐츠가 출판, 영상화 등으로 이어지도록 지원하는 IP화 사업에 강점을 가지고 있다.
양사는 각 플랫폼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투자 기회를 함께 모색하는 한편, 양국 콘텐츠의 교차 유통을 추진할 계획이다. 예를 들어, 네이버 웹툰의 인기 IP가 노트를 통해 일본의 텍스트 콘텐츠 창작자들에게 영감을 주거나, 노트의 인기 에세이나 소설이 네이버 웹툰 플랫폼에서 웹툰이나 웹소설로 2차 창작될 수 있는 길을 여는 것이다.
나아가 다양한 지원 방안을 통해 글로벌 창작자 육성에도 적극 나설 예정이다. 이는 단순히 콘텐츠를 교류하는 수준을 넘어, 양국의 창작자들이 더 넓은 시장에서 활동하고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창작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 가겠다는 비전이다.
노트의 가토 사다아키 대표는 "한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네이버와 함께하게 되어 매우 영광"이라며 "플랫폼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작품을 널리 잘 전달하는 것으로, 이번 협업을 통해 창작자의 작품을 아시아에서 나아가 세계로 전달하는 구조를 조성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양사가 힘을 합쳐 더 효과적인 창작 도구, 유통 구조를 구상하며 새로운 창작 생태계를 만들어가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의 이번 투자가 AI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 주권'과 '콘텐츠 경쟁력'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해석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