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각도시
조각도시

디즈니+ 오리지널 시리즈 ‘조각도시’는 “스피디한 엔터테이닝 드라마”라는 말이 과장이 아니다. 언론에 미리 공개된 1~4회는 시작부터 숨 돌릴 틈이 없다. 에피소드는 연쇄적으로 이어지며, 카메라는 쉼 없이 움직이고, 캐릭터들은 끝까지 몰린다.

증거를 의심하는 생존자 태중, 자신의 설계를 의심하는 설계자 요한. 별로 뺏길 것도 없는 인생마저 빼앗긴 자와 별게 아니라서 빼앗는 자의 대결이 시작된다. 더는 뺏길 게 없기에 무섭고, 아무것도 뺏길 수 없는 자는 더 잔인하다.

태중(지창욱)은 배달 일을 하며 동생을 보살피며 정원 카페 창업을 준비한다. 어느 날, 이유도 모른 채 체포된다. 모든 증거가 그를 가리킨다. 교도소 안, 폭력과 공포가 일상인 그곳에서 그는 버텨낸다. 그러다 자신과 정확하게 똑같은 일들을 겪은 또 다른 수감자를 발견한다. 그렇게 자신도 누군가에게 ‘조각된 인생’임을 깨닫고 복수를 다짐한다.

태중의 삶을 조각한 자는 요한(도경수). 그는 상위 1%를 위해 증거를 조작해 사건의 진범을 새로 설계하고 흔적을 지워주는 특별한 경호 서비스를 운영한다. 그는 자신의 유일한 실패작이 될지도 모르는 태중을 제거하기로 한다.

‘조각도시’는 드라마 ‘모범택시’의 오상호 작가가 각본을 맡았다. 영화 ‘백야행 - 하얀 어둠 속을 걷다’ ·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의 박신우 감독이 연출했다. 오상호 작가가 구축한 장르적 쾌감과 박신우 감독 특유의 서늘한 미스터리 연출이 서로 강한 시너지를 낸다.

우선, 콜라 같다. 계속 보게 만드는 맛이 있다. 복수극의 레피시는 어차피 익숙하다. 그러면 얼마나 시원한가의 문제다. 초반 설정이 지나면 속도가 붙고, 태중은 점점 강해지고 독해진다. 약자의 고통은 짧지만 충분하게, 반격은 강렬하게 그린다.

둘째, 액션씬들이 스피디하다. 특히 태중의 거친 생존 액션이 인상 깊다. 오프닝의 오토바이 추격, 긴장감 넘치는 감옥 난투극은 액션 장르로 봐도 충분할 정도다. 이후 폐공장 카체이싱 등이 예고됐다.

셋째, 주연배우들의 ‘강약’ 이미지 전복이 주는 쾌감이 있다. 태중 역의 지창욱은 그동안 ‘강남 비-사이드’ 등에서 강한 캐릭터를 선보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약자다. 지창욱은 무너진 인생에서 복수로 태어나는 남자를 독하게 표현한다. 오상호 작가는 “지창욱이 울면 안쓰럽게 보였고, 화내면 무섭고, 액션을 하면 듬직하다. ‘지창욱이 곧 장르’라고 말할 수 있는 날이 곧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요한 역의 도경수는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신과함께-인과 연’, ‘형’ 등에서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인물들을 연기했다. 이번에는 악역이다. 냉정하고 무자비하며, 오만과 광기는 서늘하다. 그가 왜 지금 한국영화 대표 주연배우인지 시리즈에서도 보여준다.

디즈니+는 5일 오후 4시 ‘조각도시’ 1~4회를 공개하고, 이후 매주 2편씩 총 12편을 선보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