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1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진정한 다자주의'를 전면에 내세우며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다자무역의 수호자를 자처하며 아태 지역 내 영향력 확대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중국 신화통신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APEC 정상회의 1단계 연설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발전은 불안정성과 불확실성 요인이 증가하고 있다"면서 "바람이 거세고 파도가 높을수록 우리는 더욱 한 배를 타고 함께 나아가야 한다"고 연대를 촉구했다. 이어 “다자무역 시스템을 함께 지키고 진정한 다자주의를 이행하자”고 제안하는 한편 “세계무역기구(WTO)를 핵심으로 하는 다자주의 무역 시스템의 권위성와 유효성을 제고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 주석의 발언은 트럼프 행정부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를 내세우며 동맹국과 중국을 가리지 않고 관세 전쟁을 벌이는 일방적 정책을 밀어붙이는 상황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 정상회의 본회의에 불참한 공백을 시 주석이 파고들어 자유무역과 다자주의의 리더십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담긴 셈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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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 시진핑 주석과 첫 대면
APEC 정상회의는 의장국 정상인 이재명 대통령이 21개 회원국 정상을 영접하는 것으로 공식 일정을 시작했다.

이 대통령은 회의가 열리는 경주 화백컨벤션센터(HICO)에 미리 나와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 등 각국 정상들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관심을 모았던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의 첫 대면도 이날 이뤄졌다. 국빈 방한한 시 주석은 마지막 순서로 행사장에 도착했다. 이 대통령은 시 주석에게 "환영합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시 주석은 "안녕하십니까"라고 웃으며 화답했다.

이 대통령은 "오는데 불편하지 않으셨냐"고 안부를 물으며 훈훈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양 정상은 악수와 기념사진 촬영을 한 뒤 회의장으로 함께 이동했다. 이 대통령과 시 주석은 다음날 첫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연결된 세계' 주제 속 美中 신경전

이 대통령은 정상회의 첫 번째 세션인 초청국과의 비공식 대화를 주재했다. 세션에는 APEC 21개 회원국 정상들을 비롯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칼리드 아부다비 왕세자도 참석했다.

세션의 주제는 '더욱 연결되고, 복원력 있는 세계를 향하여'로 정해졌다. 이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무역·투자 촉진과 아태 지역 내 경제적 연결성 강화 방안 등을 논의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불참과 시진핑 주석의 '다자주의' 강조 연설이 맞물리며 세계 양대 강국인 미국과 중국의 치열한 신경전은 여전한 분위기다. 그리고 이러한 갈등은 APEC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