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과 김용범 정책실장이 29일 경북 경주 APEC 미디어센터에서 한미 정상회담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미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와 관세 조정에 합의하면서 원화가치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달러-원 환율은 장중 17원 이상 급락(원화가치 급등)하며 1420원을 하회했다. 금융시장에서는 관세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2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오후 7시32분 현재 전거래일 대비 17.10원 내린 1420.60원에 거래됐다. 정규장 마감가는 1431.70원이었으나, 한미 관세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진 오후 6시50분 이후 급락세를 보이며 한때 1419.80원까지 떨어졌다.

외환 시장에서는 "한미 관세협상 관련 속보가 나오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인식이 확산돼 환율이 빠르게 내려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면서도 중국과의 회담 등 남은 일정에 따라 추가 변동성이 나타날지에도 주목하는 분위기다.

같은 시각 달러 인덱스는 98.82 수준에서 강세를 이어갔으며, 달러-엔 환율은 152.249엔, 유로-달러 환율은 1.1640달러에 거래됐다.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36.36원, 위안-원 환율은 201.64원이었다. 역외 달러-위안(CNH) 환율은 7.0970위안으로 상승했다.

이날 대통령실은 "대미투자 관련 세부 내용을 합의했다"고 밝혔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경주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미디어센터 브리핑에서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 패키지 중 현금 투자는 2000억달러, 조선업 협력은 1500억달러로 구성된다"며 "2000억달러 현금 투자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실장은 "투자는 사업 진척 정도에 따라 단계적으로 이뤄지며, 외환시장에서 직접 조달하지 않고 외화자산의 운용수익 등을 활용할 계획"이라며 "이로 인해 국내 외환시장에 공급이 늘어날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만약 일부를 기채(채권 발행)할 경우 정부보증채 형식으로 국제시장에서 조달할 것"이라며 "우리 외환시장 부담을 최소화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한 "이번 합의로 상호 관세는 15%로 유지하고 자동차와 부품 관세도 15%로 인하하기로 했다"며 "의약품 분야는 최혜국 대우를 받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합리성 있는 프로젝트만 추진하도록 MOU에 명시했고, 한미 양국은 원리금 상환 전까지 수익을 5대5로 배분하며 이후 조정도 가능하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이 투자 약정은 2029년 1월까지 유효하며, 실제 조달은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이라며 "외환시장 불안이 우려될 경우 납입 시기와 금액 조정을 요청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협상에서 대미 투자금 조달 방식을 시장 매입과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을 완화했다고 전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주 힐튼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리더스 만찬에서 "한국과 성공적인 회담을 가졌다.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는 생산적인 회의였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한국에 작은 구름이 있지만, 잘 해결할 것으로 믿는다"며 "김정은(북한 국방위원장)은 제가 잘 안다. 이 문제도 잘 해결될 거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국립경주박물관에서 87분간 확대 오찬 겸 정상회담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