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관련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펫보험 관련 이미지. 출처=셔터스톡

손해보험업계가 신상품 개발 경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독점적 판매 권리를 보장받는 '배타적 사용권'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올해 들어 한층 치열해졌다.

6일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손보사들의 배타적 사용권 신청 건수는 3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건)보다 138% 증가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26건)를 넘어섰으며, 2022년 역대 최대치였던 36건을 경신할 가능성이 높다.

업계에서는 자동차보험 등 기존 주력상품 성장세가 둔화되자, 차별화된 신상품 개발이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치매·반려동물·생활밀착형 상품 등 사회적 수요를 반영한 신담보 개발이 두드러진다.

◆ 치매보험, 초기 진단부터 보호자 보장까지 확장

KB손해보험은 치매환자의 진단·치료 과정에서 활용되는 'CDR(Clinical Dementia Rating, 임상치매등급)' 검사를 보장하는 특약을 업계 최초로 도입했다.

'치매 CDR척도검사지원비' 특약은 연 1회 CDR 검사 비용을 보장하며, 이 담보를 통해 3개월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KB손보는 이 특약을 포함한 ‘KB 골든케어 간병보험’을 출시, 치매 검사부터 장기 요양까지 전 과정을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했다.

KB손보 관계자는 "배타적 사용권 획득으로 치매 검사부터 진단과 치료, 장기 요양까지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는 'KB 골든케어 간병보험'의 가치를 인정받았다"고 평가했다.

흥국화재도 치매 관련 신규 담보로 배타적 사용권을 최근 확보했다.

'치매환자 실종신고 피해보장 특약'은 치매 환자가 실종될 경우 보호자 1인에게 보험금 20만원을 지급하는 구조다. 피보험자와 동거 중인 민법상 친족이면 누구나 대상이 되며, 업계 최초로 치매 실종 피해를 보장한 상품이라는 점에서 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았다.

흥국화재는 또한 '3대 질병(암·뇌·심 질환) 비급여 치료의 기간 통산형 통합' 담보로도 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이는 기존의 단순 합산 방식을 벗어나 '코퓰라(Copula)' 금융기법을 활용, 기간 통산형 구조로 통합한 점이 혁신성을 인정받았다. 코퓰라 금융기법은 비선형적이고 극단적인 상관 관계를 모델링할 수 있는 통계적 도구로, 금융 시스템 내 리스크 전염의 패턴을 효과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회사 측은 두 건의 배타적 사용권 획득에 대해 "초고령사회에 대비한 회사의 전략을 보여준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 눈높이에 맞는 혁신적인 상품을 지속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 DB손보, 펫보험 시장에서 9개월 배타권 획득

DB손해보험은 반려동물 관련 담보로 업계 최장인 9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올해 7월 확보했다.

올해 5월 출시한 '개물림사고 행동교정훈련비 보장'은 반려견이 타인을 다치게 해 배상책임이 발생한 뒤 행동교정 훈련을 받을 경우 훈련비를 실손 보장한다.

국가인증 동물위탁관리업체의 훈련을 사고당 최대 10회, 회당 15만원 한도로 보장하며, 1대1 수업이나 방문훈련 등 다양한 형태의 교육 방식이 모두 포함된다.

DB손보 측은 "반려견이 사고를 일으킨 경우 훈련이라는 실질적 해결책을 제시함으로써 반려인의 양육 부담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앞으로도 시장 수요와 반려인의 니즈를 반영한 실용적 보장 개발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 삼성화재, 지하철 지연 시 택시비 보장

삼성화재는 일상형 미니보험 시장에서 새로운 형태의 배타적 사용권을 올해 7월 확보했다.

'수도권 지하철 지연 보험'은 수도권 지하철이 30분 이상 지연될 경우 택시·버스 등 대체 교통수단 이용비를 월 1회, 최대 3만원까지 보장한다. 보험료는 연 1400원 수준으로, 한번 가입하면 1년간 보장받을 수 있다.

이 상품은 지하철 지연 사고에 따른 불편을 보상하는 업계 최초 사례로, 독창성과 유용성을 인정받아 6개월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받았다. 삼성화재는 자동 보상 시스템을 자체 개발해 교통카드번호와 영수증만 제출하면 즉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작은 보험료로 출근길 스트레스를 줄이고자 기획한 상품"이라며 "앞으로도 고객 일상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미니보험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라고 말했다.

보험업계는 신상품을 통해 사회적 수요에 대응하고, 독창적 보장을 무기로 차별화 경쟁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배타적 사용권 확보가 단순히 상품 경쟁을 넘어, 보험의 사회적 역할을 확장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는 평가다.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배타적 사용권 신청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며 "고령화, 반려동물, 생활환경 변화 등 다양한 소비자 요구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