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노벨상 시즌이 돌아왔다. 오는 6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화학상 문학상 평화상 그리고 경제학상 수상자가 차례로 발표된다. 혼돈의 시대 속 인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해온 노벨상이기에 올해 수상자 면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노골적인 수상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평화상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내가 7개의 전쟁을 끝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공개 석상에서 여러 차례 자신의 평화 중재 노력을 강조하며 노벨평화상에 대한 강한 집착을 드러냈다. 지난달 30일에는 자신이 상을 받지 못하면 "우리나라에 큰 모욕이 될 것"이라며 노골적으로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를 압박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행보는 1기 행정부 시절부터 계속된 '노벨상 앓이'의 연장선이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수상을 의식하며 자신도 충분한 자격이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스라엘-하마스 간 평화 구상 압박 등 최근의 외교적 행보 역시 노벨상을 염두에 둔 '스펙 쌓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국제사회의 시선은 냉담하다. 우선 그의 주장과 달리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의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또한 그의 2기 행정부가 촉발한 관세 전쟁 해외 원조 삭감 기후 위기 부정 등은 노벨상이 지향하는 국제 협력과 인류 보편의 가치와는 거리가 멀다는 비판이 나온다.
설상가상으로 노벨 물리학상 등을 선정하는 스웨덴 왕립 과학한림원까지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이 "학문의 자유에 파괴적 영향을 미친다"고 공개 비판하며 부정적인 기류를 더했다. 비록 평화상 선정 기관은 아니지만 노벨상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를 짐작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 내 여론조사에서도 응답자의 76%가 '트럼프 대통령은 수상 자격이 없다'고 답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소란 속에서도 노벨위원회는 338명의 후보를 두고 조용한 심사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유력 후보로는 국제형사재판소(ICC)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국제기구가 꾸준히 거론된다. 전쟁 범죄를 다루고 집단 안보의 중요성을 상징하는 이들 기관의 수상은 현 국제 정세에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홍콩의 민주화 운동가 저우항퉁 캐나다 인권변호사 어윈 코틀러 등 권위주의에 맞서 싸워온 인물들도 후보군에 이름을 올렸다. 트럼프 행정부의 원조 삭감 속에서 활동하는 유엔난민기구(UNHCR) 국경없는의사회 등 인도주의 단체의 수상 가능성도 점쳐진다.
다른 부문의 경쟁도 치열하다. 정보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는 논문 인용 데이터 등을 분석해 유력 후보군을 제시했다.
생리의학상에서는 바이러스 침입 시 방어기제를 규명한 즈지안 첸 글렌 바버 안드레아 아블라서와 백혈병 줄기세포를 식별한 존 딕 식욕 조절 호르몬 '그렐린'을 발견한 겐지 간가와 마사야수 고지마 등이 물망에 올랐다.
물리학상은 고해상도 영상 품질을 높인 '웨이블릿 이론'을 발전시킨 잉그리드 도베시스 스테판 말라 이브 메이어와 양자 컴퓨팅 모델을 제안한 다비드 디빈센조 다니엘 로스 등이 유력 후보로 꼽힌다.
화학상은 세포 내 생화학적 조직화 원리를 밝힌 클리포드 브랭윈 마이클 로젠 안소니 하이만과 에너지 저장 기술에 기여한 장-마리 타라스콩 등이 주목받고 있다.
문학상은 호주 소설가 제럴드 머네인 헝가리의 크러스너호르커이 라슬로 등이 거론되는 가운데 무라카미 하루키 등 단골 후보들의 수상 여부도 관심사다. 지난해 한강 작가의 수상처럼 예상 밖의 '이변'이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경제학상은 임금 구조와 기술 변화를 분석한 데이비드 어터 로런스 캐츠 불확실성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니컬러스 블룸 등이 후보로 언급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