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출처=연합뉴스
한국거래소. 출처=연합뉴스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두고 상장사들이 증시 마감 직후 악재성 공시를 대거 내놓는 이른바 '올빼미 공시'가 올해도 되풀이됐다.

투자자들이 귀성길에 올라 시장 주목도가 낮은 시점을 노린 듯한 공시 관행이 반복되면서 투자자 보호 문제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지고 있다.

◆ 장 마감 후 공시 134건 집중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와 코스닥 상장사들의 공시는 총 297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코스피 상장사가 172건, 코스닥 상장사가 125건이었다.

특히 정규장이 끝난 오후 3시 30분 이후에 발표된 공시만 134건(코스피 71건, 코스닥 63건)으로 전체 공시의 45.1%에 달했다. 사실상 절반에 육박하는 비율이다.

내용 면에서도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시가 적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 거래처와의 관계 단절, 대표이사 교체 등 기업의 불확실성을 높이는 악재성 공시들이 다수 포함됐다.

대표적으로 경영권 다툼을 겪고 있는 동성제약은 지난달 1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결의한 사내이사 4명의 선임안을 취소하라는 소송(주주총회결의취소의 소송이 제기됐다고 공시했다.

또 같은 날 별도 공시를 통해 "지난달 25일 이사회에서 나원균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유영일 라에힐코리아 CEO를 새 대표로 선임했으나, ▲참석권 미보장, ▽ 일방적 소집·연기·강행, ▲회사의 공시책임자 및 관계자가 미참관 등 절차상 하자가 확인돼 법적 절차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영풍제지는 이옥순 대표이사가 '일신상 사유'로 물러나고 권혁범 전 KH건설 대표가 신임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발표했다.

범양건영은 전라남도 장성군 청운지하차도 개설사업 공동도급수급체에서 중도 탈퇴한 결과 장성군으로부터 1개월간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받았다고 알렸다.

파라다이스는 연결 기준 영업실적을 공개하며 9월 카지노 매출액이 640억원으로 전월 대비 20.4% 줄었고, 드롭액(칩 구매 총액)도 5677억원으로 13.5% 감소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사 측은 "매월 이맘때쯤 공시를 하고 있다. 9월 실적은 성수기인 8월보다 줄었으나 작년 같은 달 대비로는 매출이 4% 이상 개선된 호실적"이라고 설명했다.

◆ 투자자 불리한 구조…거래소 재공지

이처럼 공시가 쏟아진 시점은 대부분 투자자들이 연휴를 앞두고 시장에서 눈을 떼기 쉬운 시간대였다. 이 때문에 불리한 정보를 최대한 투자자들의 눈에 띄지 않게 하려는 기업들의 의도가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만 일부 긍정적인 소식도 장 마감 이후 전해졌다. 한화시스템은 방위사업청과 3573억원 규모의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체계(L-SAM) 다기능 레이다(MFR)' 양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거래소는 이런 구조적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3일 이상 휴장하기 전 마지막 거래일에 나온 장 마감 이후 공시를 연휴 이후 첫 거래일에 홈페이지 등을 통해 재차 공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상장사들을 대상으로 관련 교육과 안내 등을 지속적으로 진행 중"이라면서 "투자자들이 피해를 보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