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는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새로운 역사를 썼다. 기업가치 5000억달러 약 700조원의 평가를 받으며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를 넘어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타트업의 왕좌에 올랐다.

이번 가치 평가는 전현직 직원들의 지분 매각 과정에서 이루어졌으며 AI 기술의 미래 가치와 시장의 폭발적인 기대감을 동시에 입증한 상징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3일 오픈AI가 최근 직원 보유 지분을 매각할 수 있도록 하는 대규모 거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2일(현지시간) 완료된 이번 거래를 통해 오픈AI의 기업가치는 500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이는 올해 초 소프트뱅크가 주도한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았던 3000억달러에서 불과 수개월 만에 60% 이상 폭증한 수치다. 이로써 오픈AI는 기존 1위였던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 4000억달러를 가뿐히 넘어서며 명실상부한 글로벌 최대 유니콘 기업으로 등극했다.

거래는 오픈AI가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해 신규 자금을 조달한 것이 아니라 기존 직원들이 보유한 주식을 투자자들이 사들이는 '세컨더리 세일' 방식으로 진행됐다. 전현직 직원들은 약 66억달러 규모의 지분을 시장에 내놓았고 투자사 스라이브 캐피털과 일본 소프트뱅크 그룹 아부다비 기반의 MGX 미국 티로프라이스 드래고니어 인베스트먼트 등 굴지의 글로벌 투자사들이 이를 매입했다.

오픈AI의 성장 과실을 초기 멤버들이 현금화할 기회를 제공하는 동시에 외부 투자자들에게는 이 혁신 기업의 주주가 될 수 있는 문을 열어준 셈이다.

흥미로운 지점은 당초 회사가 허용한 매각 가능 규모가 100억달러에 달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실제 직원들이 매각을 신청한 규모는 이에 한참 못 미치는 66억달러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회사의 장기적인 성장 가능성에 대한 내부 구성원들의 강력한 신뢰가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소식통은 블룸버그 통신에 "전현직 직원들이 회사의 장기적 사업 지속 가능성에 신뢰를 보이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눈앞의 막대한 이익보다 앞으로 펼쳐질 AI 시대의 주역으로서 회사가 만들어낼 더 큰 가치를 기대하며 주식을 계속 보유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풀이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오픈AI의 이러한 폭발적인 성장은 AI 기술이 미래 산업의 판도를 바꿀 핵심 동력이라는 시장의 확신을 기반으로 한다. 오픈AI는 아직 안정적인 흑자 구조를 만들지는 못했지만 AI 기술 개발과 인프라 구축에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부으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강력한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미국 소프트웨어 및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 오라클 등과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AI 인프라 붐을 이끌고 있다.

나아가 엔비디아 삼성 SK 등 글로벌 반도체 및 IT 기업들과 함께 수조달러를 투입해 전 세계적으로 데이터 센터를 구축하고 AI 서비스를 개발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와 같은 거대한 구상을 현실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하나의 AI 모델을 개발하는 수준을 넘어 AI 시대의 혈관과도 같은 인프라 생태계 자체를 장악하겠다는 샘 올트먼 최고경 '자(CEO)의 야심 찬 비전이 담겨있다.

물론 오픈AI가 걸어가는 길이 순탄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구글과 앤스로픽 등 강력한 경쟁자들이 무서운 속도로 추격하고 있으며 특히 메타와 같은 빅테크 기업들은 수억달러대의 파격적인 보상 패키지를 제시하며 오픈AI의 핵심 인재들을 빼내기 위한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이번 직원 지분 매각 허용은 이러한 치열한 인재 확보 경쟁 속에서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탈을 방지하기 위한 유인책으로서의 역할도 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러한 경쟁 환경 속에서 오픈AI는 기술적 초격차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혁신에 나서고 있다. 지난 8월에는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AI 모델로 평가받는 GPT-5를 발표하며 경쟁사들과의 격차를 다시 한번 벌렸다. 또한 최근에는 인간의 추론 과정을 모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공개형 AI 모델 2종을 선보이며 AI 기술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오픈AI의 여정은 태생부터 남달랐다. 2015년 '인류 전체에 이익이 되는 방식으로 디지털 지능을 발전시키겠다'는 비영리적 목표 아래 설립된 오픈AI는 샘 올트먼과 일론 머스크 등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의기투합한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AI 모델 개발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 조달의 현실적 문제에 부딪히면서 현재 지배구조 개편을 진행 중이다. 개편이 완료되면 기존 비영리 조직이 새로운 공익 법인을 지배하는 독특한 구조로 바뀌게 된다. 이는 인류를 위한 기술이라는 초기 이념과 영리 기업으로서의 성장 동력을 모두 확보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평가받는다.

결론적으로 오픈AI의 700조원 가치 평가는 단순히 한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를 넘어 AI가 더 이상 미래 기술이 아닌 현실의 경제 가치로 자리매김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직원들마저 팔기를 주저하게 만든 그 무한한 가능성을 바탕으로 오픈AI가 구글 앤스로픽 등과의 치열한 패권 다툼 속에서 어떻게 AI 시대의 청사진을 그려나갈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