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로 작업 중인 노동자. 사진=포스코
고로 작업 중인 노동자. 사진=포스코

추석을 맞아 최장 11일간의 황금연휴가 찾아왔다. 국민 대부분이 업무에서 벗어나 여유를 찾을 생각에 들떠있는 연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일터로 향하는 사람들이 있다.

국가 기반을 이루는 기간산업의 최전선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이다. 특히 철강 등 기초 제조업과, 대한민국 수출입의 99.8%를 책임지는 해운업 종사자들은 국가 경제를 견인하는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채 바쁜 나날을 이어나가고 있다.

국내 철강회사 빅4 중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추석 연휴에도 조업을 이어나갈 예정이다.

한 번 용광로(고로)가 멈춰 쇳물이 굳으면 다시 살릴 수 없기 때문이다. 고로는 철광석을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설비다. 내부 온도가 2000도가 넘는 환경에서 철광석이 쇳물로 변환되는데 이 과정이 멈추는 순간 내부의 쇳물이 굳어버려 설비 자체가 무용지물이 된다.

쇳물이 굳으면 복구에 평균 5개월은 걸리기에 쉽사리 작업을 중단할 수 없다. 실제로 지난 2023년 9월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가 침수되며 고로가 135일 동안 멈췄고, 2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본 바 있다. 이에 양사는 평소와 마찬가지로 4조2교대 체제 근무를 이어갈 에정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추석 연휴에도 제철소는 전 공정 정상 가동 예정”이라며 “근로자들에게 별도의 휴일 근로수당을 지급한다”고 말했다.

다만 직접 쇳물을 생산하지 않는 철강사들은 추석 근무에서 다소 자유로운 편이다. 용광로가 아닌 전기로를 운영하기에 설비를 효율적으로 끄고 킬 수 있다.

동국제강 관계자는 “전기로가 고로 대비 휴가동이 좀 자유로운 특징이 있어서 탄력적 운영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4000 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스페인 알헤시라스 터미널(TTIA)에 기항하는 2만4000 TEU급 컨테이너선 ‘HMM 알헤시라스호’. 사진=HMM

대한민국 수출입의 대부분을 책임지는 해운 분야는 아예 명절이라는 개념이 없다. 정기선 항로에 따라 기항 스케줄을 맞춰야 하는 만큼, 별도의 휴식을 취하기란 어렵다. 오히려 해운업계는 현재 중국 최대 명절 국경절(10월 1일~8일)을 맞아 가장 물동량이 많이 몰리는 ‘성수기’를 보내고 있다. 항차를 하나라도 빼먹기 어려운 이유다. 항만도 전부 정상 가동된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은 글로벌 산업이다 보니 각 나라의 로컬 명절에 따른 영향은 크게 없다”며 “승선 중 선원들이 희생한 휴식일은 모두 하선 시 보상으로 지급된다”고 설명했다.

업계 종사자들은 “국가 경제의 기반이 되는 산업 현장 근로자들이 휴일까지 반납하고 일하기에 산업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일선 근로자들에 상응하는 보상과 복지가 반드시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