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2030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겨냥한 새로운 디지털 통신 브랜드 ‘에어(air)’를 1일 전격 공개했다. 

복잡한 요금제와 부가 혜택을 덜어내고 핵심만 남긴 ‘통신 미니멀리즘’을 전면에 내세웠다. 경쟁사의 거센 공세를 막아낼 ‘방패’이자 미래 핵심 고객을 선점하기 위한 ‘창’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겠다는 이중 포석이다. 통신 시장이 MNO(이동통신사)와 알뜰폰으로 양분된 구도에서 새로운 ‘중간 시장’을 개척하려는 SK텔레콤의 새로운 시도다. 자급제폰으로 유출되는 이용자를 막으며 2030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잡아 신성장 동력을 창출한다는 각오다.

“통신을 더 쉽게 더 가볍게”

SK텔레콤 에어는 상품(요금제 부가서비스) 고객 서비스(CS) 혜택 등 통신 서비스를 구성하는 모든 요소를 제로 베이스에서 재설계한 결과물이다. 

그 중심에는 ‘통신 미니멀리즘’이라는 명확한 철학이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윤행 SKT 에어기획팀장은 “자급제 단말을 온라인에서 구매하고 통신사도 온라인에서 선택하는 ‘디지털 네이티브’ 고객들이 늘면서 기존 통신사와의 접점이 점차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며 “오랜 기간 2030 고객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그들이 원하는 통신 서비스의 모습을 구현하고자 했다”고 탄생 배경을 설명했다.

고객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복잡하지 않은 서비스 △앱 하나로 끝나는 경험 △직관적인 요금제와 개통 절차 △쉽게 이해되는 정보 △내가 직접 고르는 혜택 등 다섯 가지로 요약된다. ‘에어’는 이 요구에 충실히 답했다. 이 팀장은 “에어는 다소 복잡했던 통신을 더 쉽게 조금은 부담스러웠던 통신을 더욱 가볍게 그리고 가끔 방문하던 통신사 앱을 더 즐겁게 만들어 고객들과 자주 만나는 방법을 고민한 결과”라고 강조했다.

기존 통신 서비스의 여정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에 걸쳐 복잡하게 분산되어 있었다. 요금제와 단말기를 탐색하고 개통한 뒤 데이터를 조회하거나 업무를 처리하고 각종 혜택 문자를 받는 과정이 파편화되어 있었다. 그 연장선에서 에어는 모든 과정을 하나의 앱에서 완결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설계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의 사용 편의성을 극대화했다는 설명이다.

상품 구조부터 과감하게 칼을 댔다. SK텔레콤에 존재하는 87개의 5G 요금제를 고객 선호도가 가장 높은 6개 구간(7GB 15GB 30GB 71GB 100GB 무제한)으로 압축했다. 270여 종에 달했던 부가서비스 역시 컬러링 보안 로밍 등 고객 수요가 높은 30종만 남겼다. 

이 팀장은 “의무적으로 써야 하는 부가서비스는 없애고 컬러링이나 보안 서비스처럼 고객들이 직접 필요성을 느끼는 것들만 남겼다”며 “고객들의 심리적 간편함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사진=최진홍 기자
사진=최진홍 기자

‘완결적 셀프 경험’ 구현

에어의 또 다른 핵심은 ‘완결적 셀프 서비스’다. SK텔레콤 최초로 100% 비대면 유심 셀프 개통을 구현했으며 단순히 절차를 옮겨온 것을 넘어 고객이 직접 정보를 입력하는 단계를 혁신적으로 축소해 체감 시간을 대폭 줄였다.

앱 시연을 통해 공개된 개통 과정은 간편함 그 자체였다. 요금제 선택 후 약관 동의 신분증 촬영 등 최소한의 절차를 거치면 복잡한 정보 입력 없이 개통이 진행된다. 특히 e심(eSIM) 개통 시 단말기 정보 스크린샷만으로 OCR(광학문자인식) 기술이 자동으로 정보를 인식해 입력해주는 기능은 편의성을 극대화한 대표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업무 시간 외에도 언제든 가입 신청을 할 수 있는 ‘예약 개통’ 기능도 도입했다. 오후 8시 이후 신청하더라도 다음날 오전 9시에 자동으로 개통이 완료돼 고객이 별다른 추가 조치를 할 필요가 없다.

통신 서비스의 핵심인 데이터 조회와 요금 확인 화면 역시 극도로 단순화했다. 에어 앱의 ‘통신’ 탭에는 △실시간 데이터 △실시간 요금 △청구서 단 세 가지 기능만 존재한다. 이 팀장은 “고객들이 가장 자주 쓰는 핵심 기능만 명확하게 제공하자는 철학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비대면 서비스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장치도 마련했다. 365일 24시간 운영되는 전문 상담원 기반의 1대1 채팅 상담 서비스다. SK텔레콤의 베테랑 상담원들이 배치돼 고객 문의에 실시간으로 응대한다. 상담사는 앱 내에서 해결 가능한 문제는 해당 기능으로 바로 연결해주고 서류 접수 등 별도 처리가 필요한 업무는 직접 처리해준다.

‘에어 포인트’ 생태계… 혜택의 판을 바꾸다
에어가 가장 공을 들인 부분은 바로 ‘혜택’이다. 단말기 지원금 유무선 결합할인 멤버십 등 기존 SK텔레콤의 모든 혜택을 제공하지 않는다. 대신 ‘에어 포인트’라는 완전히 새로운 자체 포인트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이 팀장은 “기존 혜택을 모두 없애는 대신 고객들이 원하는 혜택을 직접 골라 쓸 수 있는 새로운 판을 짰다”며 “에어 포인트는 요금 납부부터 쇼핑까지 가능한 기축통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포인트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적립할 수 있다. 우선 요금제에 따라 매월 일정 포인트가 지급되며 여기에 랜덤 보너스 포인트를 추가로 제공해 재미 요소를 더했다. 에어 앱에 가입만 하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미션도 풍성하다.

‘만보기’ 기능은 1만보를 걸으면 100포인트를 제공하는데 이는 업계 최고 수준의 보상이다. 매일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밸런스 게임 ‘오늘의 픽’은 1초만 투자해 10포인트를 얻을 수 있다. 매주 사회적 이슈나 흥미로운 주제로 진행되는 ‘위클리픽’에 참여하면 100포인트와 함께 다수 의견에 속했을 경우 추가 ‘승리 포인트’도 받는다.

이 팀장은 “밸런스 게임 등을 통해 ‘하와이안 피자를 좋아하는 사람’과 같은 데이터를 얻고 이를 기반으로 제휴 광고를 유치, 그 재원을 다시 고객 포인트 혜택으로 돌려주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것”이라며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포인트는 매월 최대 5000포인트까지 통신 요금 납부에 사용하거나 ‘포인트샵’에서 1000여 종의 상품을 구매하는 데 쓸 수 있다. 네이버페이 포인트 편의점 상품권부터 치킨 피자 등 F&B 상품까지 다양하게 구비했다. 통신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을 넘어 ‘즐기고’ ‘혜택받는’ 경험으로 전환하려는 시도다.

사진=SKT
사진=SKT

강력한 ‘방패’ 미래 고객 잡는 ‘창’

SK텔레콤 에어 출시는 글로벌 통신 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일본 최대 통신사 NTT도코모가 2021년 출시해 1년 반 만에 300만 가입자를 모은 온라인 전용 브랜드 ‘아하모(ahamo)’가 대표적이다. 온라인 전용 단순하고 저렴한 요금제 젊은 층 공략이라는 성공 방정식을 그대로 따랐다.

에어는 여세를 몰아 자급제폰으로 이탈하는 2030 가입자를 방어하는 강력한 ‘방패’로 자리매김할 생각이다. SK텔레콤의 안정적인 통신 품질을 유지하면서도 가격 경쟁력과 새로운 방식의 혜택을 제공한다는 각오다.

동시에 미래 핵심 고객을 묶어두는 ‘자물쇠’이자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창’의 역할도 수행할 전망이다. 실제로 ‘에어 포인트’ 생태계는 고객의 앱 체류 시간을 늘리고 브랜드 충성도를 강화한다. 이는 단순 통신 서비스를 넘어 고객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플랫폼 사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된다.

물론 기존 고가 요금제 가입자가 에어로 이동하는 ‘자기잠식(카니발리제이션)’의 우려도 존재한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자급제 단말 이용자라는 명확한 타겟팅을 통해 이를 최소화하고 전체 가입자 기반을 확대하는 효과가 더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업계에서는 에어의 등장이 통신 시장에 ‘중가 실속형’이라는 새로운 경쟁 지대를 열 것으로 보고 있다. KT와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들도 유사한 서비스 출시를 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격 경쟁을 넘어 디지털 경험과 혜택 생태계를 중심으로 한 새로운 차원의 경쟁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유영상 SK텔레콤 CEO는 “에어는 디지털 세대의 특화된 요구를 충족시키는 틈새 전략”이라며 “혁신적 시도를 통해 기존 통신 서비스와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알뜰폰과 경쟁 아니야"

에어가 2030 자급제 고객을 겨냥한 만큼 사실상 알뜰폰의 주력 시장과 겹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다만 SK텔레콤은 “솔직히 알뜰폰과의 경쟁을 생각해서 만든 서비스는 아니다”라며 “자급제 단말기를 쓰는 고객분들에게 조금 더 새로운 선택지를 드리자는 고민에서 시작했다”고 밝혔다. 통신 시장이 이미 포화 상태인 만큼 단순히 가격을 낮추는 방식으로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판단이다.

고객이 통신 서비스에서 느끼는 ‘가치’를 재정의하는 데 집중했다. SK텔레콤은 “고객들이 통신에서 느끼는 가치를 안정적인 품질 외에 일상 속에서 추가적인 혜택을 받는 경험과 연결시켜보자는 것이 목표였다”며 “기존 통신사에서 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혜택을 다르게 제공한다면 고객이 느끼는 체감 가치가 달라질 것이고 이를 통해 판을 바꿔놓는 생각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에어 포인트’ 프로그램이라는 설명이다. SK텔레콤은 “고객들이 매우 선호하는 유무선 결합이나 T멤버십 같은 기존 혜택을 과감히 걷어내고 별도의 앱으로 구성한 이유”라며 새로운 혜택 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5G 요금제 가격 경쟁력에 대한 지적에도 같은 입장을 견지했다. ‘에어’의 5G 요금제가 일부 알뜰폰보다 비싸지 않냐는 질문에 “도매대가보다는 훨씬 높은 수준의 요금제로 구성되어 있으며 알뜰폰의 5G 요금제와 비교해도 여전히 가격 차이가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서비스를 가지고 고객의 선택 폭을 넓히는 방향으로 접근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에어가 기존 SK텔레콤의 서비스와는 완전히 분리된 별개의 브랜드라는 점도 명확히 했다. 온라인 공식몰인 ‘T다이렉트샵’과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SK텔레콤은 “T다이렉트샵은 T멤버십 혜택과 유무선 결합 등을 모두 제공하는 기존 SK텔레콤의 틀 안에 있지만 ‘에어’는 별도 앱에서만 가입 가능하고 ‘에어 포인트’라는 고유한 혜택을 제공한다”며 “고객의 선택지가 늘어나는 개념으로 완전히 구분된다”고 설명했다.

약정이 없는 ‘무약정’ 서비스라는 점도 특징이다. 고객은 언제든지 위약금 없이 서비스를 해지할 수 있다.

기존 SK텔레콤 고객의 가입 전환도 가능하다. SK텔레콤은 “자급제 단말을 사용하는 기존 고객은 ‘에어’로 전환할 수 있다”면서도 “다만 전환 시 기존에 받던 T멤버십 유무선 결합 장기 고객 혜택 등은 모두 제공되지 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안내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어’가 기존 고객 혜택의 연장선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서비스임을 재차 확인한 셈이다.

에어가 온라인 전용 서비스인 만큼 오프라인 유통망의 반발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기우라고 일축했다. SK텔레콤은 “‘에어’의 주 타겟인 2030 자급제 고객들은 이미 유통망에 방문하지 않는 분들”이라며 “따라서 유통망의 고객을 뺏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급제 단말 사용으로 SK텔레콤을 이탈할 수 있는 고객을 ‘에어’를 통해 붙잡아두는 리텐션(고객 유지) 효과가 있다”고 분석했다. 에어를 통해 SK텔레콤 생태계 안에 머무른 고객이 향후 통신사 단말 구매 고객으로 전환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 일부 자급제 단말을 직접 유통했던 것과 달리 ‘에어’와 연계한 단말기 판매 계획은 없다고 못 박았다. SK텔레콤은 “자급제폰 유통 계획은 없다"고 단언했다.

마지막으로 ‘에어’의 미래 확장 전략에 대한 구상도 일부 공개했다. 

다양한 파트너사와의 제휴 요금제 출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제휴 요금제는 계속해서 고객분들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확장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혀 향후 콘텐츠 OTT나 다른 플랫폼 서비스와 결합된 상품 출시 가능성을 시사했다.

외국인 고객을 위한 서비스 확대도 장기적인 과제로 검토 중이다. 간편한 비대면 개통 프로세스가 언어적 장벽이 있는 외국인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에서다. SK텔레콤은 “초기에 서비스가 안정적으로 안착된 이후 외국인 고객까지 서비스를 확장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시점을 말하기는 아직 어렵다”고 답했다.

단기적인 가입자 수치 목표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대신 서비스의 핵심 성공 지표(KPI)로 ‘고객 인게이지먼트(참여도)’를 꼽았다.

SK텔레콤은 “구체적인 목표 수치보다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적은 고객이 들어오더라도 앱 안에서 인게이지먼트가 활발하게 일어나는 것”이라며 “통신사 앱도 자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고 이를 기반으로 제휴를 확장해 서비스 가치를 높이는 데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앱 중심의 서비스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웹이 아닌 앱을 고집한 이유를 묻자 “웹이 마케팅 페이지에서 바로 개통으로 연결하기에는 좋지만 우리는 고객과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가고 싶었다”며 “금융 앱처럼 데일리로 사용하는 앱이 되기 위해서는 앱의 사용성이 더 낫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앱 자체의 보안에도 만전을 기했다. SK텔레콤은 “기존의 강력한 보안 프로세스를 준용함과 동시에 외부 화이트해커들과의 협업을 통해 앱 자체의 보안을 상당히 강화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