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억원 금융위원장이 은행권과의 첫 공식 간담회에서 자본규제 합리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으로의 전환과 소비자 중심의 금융을 실현하는 데 있어 자본규제 개선이 핵심 과제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은행장들에게 금융시장과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 "은행, 단순한 이자 장사에서 벗어나야"
2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간담회에는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국내 주요 20개 은행의 은행장이 참석했다. 이날 회의는 이 위원장의 취임 후 첫 은행권과의 공식 만남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이 위원장은 은행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언급하며 "은행들은 다른 기업과 달리 이익을 낼수록 비판받아왔다"면서 "이는 은행이 담보와 보증에 기대 손쉬운 이자 장사로 이익을 내는 반면, 이에 걸맞은 변화와 혁신은 부족했다는 인식에 기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산업의 구조적 전환을 위해 ▲ 생산적 금융 ▲ 소비자 중심 금융 ▲ 신뢰 금융이라는 3대 방향성을 제시했다. 특히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 장치로 자본규제 합리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금융당국은 이미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을 15%에서 20%로 높이는 등 부동산 쏠림 완화와 기업대출 확대를 위한 조치를 시행한 바 있다.
이 위원장은 "신용리스크뿐 아니라 운영리스크·시장리스크 등 다양한 추가 과제를 발굴하고 구체화해 나가겠다"며 은행장들에게 현장에서 체감하는 애로사항과 개선 방향을 적극적으로 제안해달라고 당부했다.
또한 가계부채 관리와 취약 산업의 구조조정 지원 등 금융시스템 안정과 경제 리스크 관리에도 은행권이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취약차주 지원·보안 강화 주문…은행권 "AI·반도체 자금 공급 확대"
소비자 중심 금융의 일환으로 이 위원장은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 이른바 '배드뱅크'에 은행권이 더 많은 민간 기여분을 분담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채무 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취약차주들이 신속하게 경제적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은행권의 주도적 역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근 잇따른 금융권 해킹 사고와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태를 언급하며 보안 강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징벌적 과징금 도입, 정보보호최고책임자 권한 강화 등 제도 개선 과제를 신속히 추진하겠다"며 "은행장들 역시 자기 책임하에 전산 시스템과 정보보호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내부 관리체계를 강화해달라"고 당부했다.
은행권은 이날 간담회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 등 전략 산업과 혁신 벤처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참석자들은 "미래 전략 산업 및 신성장 분야 자금 지원을 강화하고, 국민성장펀드와 장기연체채권 채무조정 프로그램에도 적극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은행이 원활히 생산적 금융을 확대할 수 있도록 자본규제의 추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이 위원장은 금융서비스 장애 발생 시 대체 거래수단과 관련 정보를 국민에게 신속히 알리는 것도 은행의 책무라고 지적했다. 이는 최근 국가 전산망 화재로 금융서비스 일부가 차질을 빚은 상황을 의식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번 간담회는 은행권이 단순한 이익 추구를 넘어, 자본규제 개선을 통한 생산적 금융 확대, 취약계층 지원, 금융보안 강화라는 3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는 점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향후 제도 개선과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낼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