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말 기준 국내 거주 외국인 수가 약 270만 명에 달한다. 3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전체 인구의 5% 수준이다. 이민정책연구원은 2030년에는 이 숫자가 3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외국인' 숫자가 많아짐에 따라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분주하다. 고용허가제 요건 완화와 맞춤형 비자 제도 도입을 서두르는 한편 은행 등 금융권도 외국인 특화 상품을 내놓으며 새로운 성장 동력 찾기에 분주하다.

소액해외송금 서비스를 제공하는 핀테크 업계도 마찬가지다. 증가하는 국내 거주 외국인에 주목해 이들을 위한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핀테크 스타트업 크로스이엔에프(이하 크로스)의 행보가 특히 눈길을 끈다. 단순한 서비스 경쟁을 넘어 이주 외국인의 삶 자체를 파고드는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창립 8주년을 맞은 크로스의 신원희 대표를 만났다.

신원희 대표. 사진=크로스이엔에프
신원희 대표. 사진=크로스이엔에프

"이주 외국인 문제 해결, 생존의 영역"
신원희 대표가 2017년 설립한 크로스는 소액해외송금업 1세대 사업자다. 현재 해외송금 서비스와 온라인 커머스 ‘크로스샵’을 운영하며 국내 거주 외국인의 일상을 데이터로 검증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신 대표는 “크로스는 이주 외국인의 문제 해결을 넘어 생존의 영역으로 나아가고자 한다"면서 "단순히 문제 해결만으로는 한국에서 매일 먹고사는 문제로 사투를 벌이는 이주 외국인을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주 외국인이 한국에서 살아가는 생존과 관련된 모든 것을 데이터로 증명해 일상이 설레는 삶으로 연결될 수 있는 서비스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그의 말처럼 크로스는 고객의 일상을 이해하기 위해 수많은 실험을 거듭했다.

첫 도전이 온라인 커머스 ‘크로스샵’이다. 신 대표는 “한국에 거주 중인 외국인이 가장 어려워하는 일 중 하나가 온라인이나 모바일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라며 "우리도 해외에 나가게 되면 한인마트나 국내에서 먹던 식재료를 찾게 되는데 이는 국내 거주 외국인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한국의 서비스가 대부분 한국인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가입부터 검색, 구매, 배송, 환불까지 외국인에게는 모든 과정이 장벽이다.

이 지점에 크로스의 비전이 있다. 신 대표는 “한국 서비스는 한국어, 영어가 대부분이고 조금 더 친절하다면 중국어, 일본어까지 지원되지만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은 그 외의 영역"이라며 "태국, 베트남, 필리핀, 네팔, 캄보디아, 몽골 등 정말 많은 외국인이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으며 이들에게 한국의 온라인과 모바일 서비스의 접근성은 매우 떨어진다"고 말했다.

크로스는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서비스를 만드는 데 있어서 언어 문제는 아주 일부에 불과하면서도 정보의 이해와 신뢰의 측면에서는 중요한 요소"라며 "원하는 상품을 정확하게 검색하고 상품에 대해 올바르게 파악하는 한편 정보를 신뢰하기 위해 필요한 리뷰까지 모국어로 확인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가 아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이 과정에서 불편함 없이 가능한 교환, 반품, 환불 절차는 덤이다. 말 그대로 고객에게 집착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크로스샵. 사진=갈무리
크로스샵. 사진=갈무리

크로스의 집착
크로스의 ‘고객 집착’은 주소 입력 기능에서도 명확히 드러난다.

신 대표는 "외국인 고객 10명 중 7명은 주소를 잘못 기입하는데 주로 도로명과 지번을 혼용하거나 동·호수를 누락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이를 방지하기 위해 크로스는) 주소 입력 단계에 사진 첨부 기능을 도입했으며 이를 통해 공과금 고지서 등 주소가 적힌 우편물을 찍어 올리면 크로스가 대신 정확한 주소를 반영해준다"고 말했다.

섬세한 전략이다. 그 배경에는 각 국가 출신 현지인으로 구성된 RM(Regional Manager)이 있다는 설명이다. 신 대표는 “고객 집착을 강조했지만 모든 국가를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했기에 공격적으로 RM을 채용했다"면서 "RM은 각 국가별 현지인으로 채용된 매니저이며 마케팅, 운영 전략, CS까지 부족한 부분은 RM이 빈틈없이 채워준다”고 밝혔다.

RM의 역할 덕분에 크로스샵은 태국, 베트남 등 10개 국가의 상품 1300여 개를 판매하며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돌파했다.

신원희 대표. 사진=크로스
신원희 대표. 사진=크로스

인식의 전환 필요
최근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연간 해외송금액이 2000만 원 이상인 외국인은 2년 사이 5만 명 가까이 늘어난 15만7200명에 달했다. 이주 외국인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이들을 더 이상 노동력 중심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노동력 부족이 아닌 소비 기반 붕괴가 지역 소멸의 핵심 원인이며 이주 외국인이 새로운 소비 주체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신원희 대표는 인식의 전환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제 더 이상 이주 외국인을 우리와 다른 존재로 구분 짓는 이분법적 사고는 지양해야 하며 그들은 이미 우리와 일상을 함께하는 사회 구성원"이라며 "그들이 안정적으로 생활할 수 있는 온전한 환경을 마련해야 하고 우리가 해외로 갈 때 기쁨과 희망을 가득 담아 나가듯 한국을 찾는 외국인도 같은 설렘을 느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크로스의 궁극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신 대표는 “국내 거주 외국인이 겪는 금융, 소비, 치료, 행정 등 일상의 모든 순간에 불편함이 없어야 하며 언제든 원하는 식재료로 먹고 싶은 음식을 만들어 즐길 수 있는 일상이 되어야 한다"면서 "그런 일상을 크로스가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크로스가 이주 외국인, 더 나아가 한국을 찾는 모든 외국인에게 필요한 유일한 서비스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선명하게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