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정보기술(IT) 및 금융 시장이 지각변동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네이버의 금융 자회사 네이버파이낸셜과 가상자산 시장의 절대 강자 두나무가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사실상의 합병을 추진하기 때문이다. 국내 1위 간편결제 서비스와 1위 가상자산 거래소의 만남이다. 두나무가 전통적으로 카카오와 가까웠다는 점을 고려하면 충격적인 일이다.
단순한 기업 결합을 넘어, 검색, 커머스, 결제, 투자를 아우르는 거대 금융 플랫폼 제국의 탄생을 예고한다. 다만 그 이면에서는 독점 심화, 데이터 프라이버시 침해, 규제 불확실성 등 해묵은 논란들이 안개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이번 ‘빅딜’을 둘러싼 논란의 핵심을 심층적으로 파헤쳐 볼 필요가 있다.

이번 합병 발표 직후 시장에서는 지배구조에 주목하고 있다. 당장 공시된 내용에 따르면 합병의 형태는 자산 규모가 3조 9000억 원(2024년 기준)인 네이버파이낸셜이 15조 3000억 원에 달하는 두나무를 100% 자회사로 편입하는 구조다. 외형상으로는 네이버가 두나무를 손자회사로 거느리는 모양새다.
실질적인 지배력의 향방은 정반대다.
핵심은 ‘주식 교환 비율’과 그로 인해 재편될 네이버파이낸셜의 주주 구성에 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네이버파이낸셜의 기업가치는 약 5조~9조 원, 두나무는 14조~15조 원 수준으로 두나무의 가치가 최소 2배에서 최대 3배가량 높다. 그리고 양사는 이 기업가치 격차를 반영, 두나무 측에 유리한 주식 교환 비율을 적용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합의의 결과는 충격적이다. 주식 교환이 완료되면, 약 25.5%의 두나무 지분을 보유한 송치형 두나무 회장이 네이버를 제치고 통합 법인인 네이버파이낸셜의 최대주주로 등극하기 때문이 된다.
심지어 이해진 네이버 창업주를 압도하는 수준이다. 그리고 네이버는 2대 주주로 내려앉는다. 형식적으로는 네이버의 품에 안기는 두나무가, 실질적으로는 네이버의 핵심 금융 계열사를 지배하게 되는 ‘역인수합병’과 유사한 구조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형식은 인수의 형태를 띠고 있지만, 실질은 두나무 창업주가 네이버의 금융 사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라며 “이는 ‘누가 누구를 인수하는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드는 한편 합병의 정당성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낳는 가장 큰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이를 복잡하고 불투명한 지배구조로 보는 것은 무리가 있다. 양사는 추후 적법한 절차를 통해 관련 내용을 밝히고, 추후 주주들에게도 투명한 소통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와 두나무 모두 투명성 측면에서는 경쟁사 대비 높은 수준의 거버넌스를 가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논란 피할 수 있을까?
네이버와 두나무의 결합은 국내에 유례가 없는 ‘데이터 공룡’의 탄생을 의미한다.
네이버는 이미 검색, 쇼핑, 지도, 콘텐츠 등 국민 대다수의 일상 속 모든 데이터를 장악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이를 기반으로 월 3000만 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결제 시장의 강자다. 여기에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의 70~80%가 이용하는 업비트의 민감한 금융 및 투자 데이터가 결합된다.
당장 네이버에서 검색한 상품, 네이버쇼핑에서 구매한 내역, 네이버 지도를 통해 방문한 장소 데이터에서 이제는 업비트에서 어떤 가상자산에 얼마를 투자했는지, 나아가 언제 자산을 현금화했는지와 같은 금융 데이터가 결합되는 세상이다. 소비자에게는 초개인화된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기회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전 국민의 금융 생활을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들여다보는 ‘빅브라더’의 출현을 의미하기도 한다.
필연적으로 시장 지배력 남용 문제로 이어진다. 당장 경쟁 관계에 있는 중소 핀테크 및 가상자산 관련 스타트업들은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통합 플랫폼이 자사의 스테이블코인이나 RWA(실물연계자산) 상품에만 유리한 결제 수수료나 노출 기회를 제공한다면, 다른 경쟁 서비스들은 공정한 경쟁의 기회조차 박탈당하게 된다.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이 등장하더라도, 거대 플랫폼의 벽을 넘지 못하고 좌초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결국 시장의 혁신을 저해하고, 장기적으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를 낳을 수밖에 없다.

규제의 그림자, ‘금융 당국의 딜레마’
이번 빅딜이 넘어야 할 가장 큰 산은 바로 금융 당국의 엄격한 심사다. 비록 네이버가 금융지주사가 아니고 두나무가 전통 금융회사가 아니어서 직접적인 자회사 편입 ‘승인’ 대상은 아닐지라도 사실상 전 금융권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사안인 만큼 당국의 철저한 검증은 불가피하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시장 과점 여부를 짚어볼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의 문턱도 넘어야 한다.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대주주가 변경될 경우 FIU에 ‘신고’해야 한다. 이는 단순 통보가 아닌, 실질적인 심사 과정을 거친다.
FIU는 이 과정에서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의 적정성과 내부통제 시스템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다. 특히 전자금융업(네이버페이)과 가상자산(업비트) 시스템이 연동될 경우, 자금세탁 리스크가 한층 더 복잡하고 커질 수 있다는 점에서 FIU의 모니터링은 한층 강화될 수밖에 없다. 당국이 자금세탁 위험 전이 가능성을 우려해 신고 수리에 제동을 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업계에서는 두나무가 그간 각종 ‘그림자 규제’에 막혀 신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어왔고, 이번 합병이 네이버라는 ‘우산’을 통해 규제를 우회하려는 시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역설적으로 금융 당국의 더 강한 규제 의지를 촉발할 수 있다. 금융 당국으로서는 거대 플랫폼의 무분별한 금융업 확장을 통제하고 금융 안정성을 유지해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이다.
결국 이번 합병은 금융 당국에게 ‘혁신 지원’과 ‘시장 안정’이라는 두 가지 가치 사이에서 어려운 줄타기를 강요하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이용자의 불안, “내 정보와 자산은 안전한가”
산업적, 규제적 논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 수천만 명의 ‘이용자’가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못해 불안감에 차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소셜미디어에는 “네이버 쇼핑 기록과 업비트 투자 내역이 합쳐져 맞춤형 광고 폭탄을 맞는 것 아니냐” “두 거대 기업이 합쳐지면 업비트 거래 수수료나 네이버페이 결제 수수료를 담합해서 올릴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개인정보 유출 및 보안에 대한 불안감도 크다. 두 플랫폼이 보유한 데이터의 양이 상당한데다 이들 데이터가 결합될 경우 보안 위협이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일각에서 우려하는 광고폭탄, 수수료 담합은 현 상황에서 불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려는 있지만 양사의 비즈니스 전략을 고려할 때 실제 광고폭탄 및 수수료 담합이 이뤄질 가능성은 없다. 개인정보 유출 및 보안 우려는 더욱 가능성이 낮다. 데이터 통합은 아직 확정되지 않은 단계인데다 네이버는 물론 두나무의 경우 업계 최고의 보안 인프라를 자랑하기에 필요이상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서비스를 이용하는 수천만 명의 사용자들은 미래에 대한 기대감이 아닌, 현재의 불안과 불신에 빠져 있다. 확인되지 않은 루머들이 횡행하면서 논란이 커지는 분위기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