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S전선 직원이 구미 공장에서 초고압 직류(HVDC) 케이블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LS전선
LS전선 직원이 구미 공장에서 초고압 직류(HVDC) 케이블을 테스트하고 있다. 사진=LS전선

정부 주요 국정과제인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가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전력 계통 안정화에 필수적인 HVDC(초고압직류송전) 변환설비 공급사가 확정되면서 이를 구현할 핵심 인프라인 해저케이블 사업자가 어디가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사업규모는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되며, 국내 전선업계 1·2위인 LS전선과 대한전선의 양자구도가 벌어지는 양상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24일 500kV(킬로볼트)급 대용량 전압형 HVDC 변환용 변압기 개발 사업 수행자로 ▲효성중공업 ▲HD현대일렉트릭 ▲LS일렉트릭 ▲일진전기 등 4개 기업을 최종 선정했다고 밝혔다.

HVDC는 기존 교류(AC) 송전에 비해 장거리 대용량 송전이 가능하고 전자파를 발생시키지 않는 등의 장점이 있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 사업은 호남 등 재생에너지 생산량이 많은 지역에서 수도권 등 전력 소비가 많은 지역으로 전력을 효율적으로 수송하는 HVDC 네트워크다.

정부가 구상한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는 신해남-태안-서인천 구간(403km)과 새만금-태안-영흥 구간(190km)으로, 최대 620km에 달할 것으로 예측되며 이러한 장거리에서 기술을 실제 구현할 수 있는 HVDC 해저케이블은 필수적이다.

대규모 재생에너지를 생산지에서 소비지로 최대한 안정적으로 송전하기 위한 핵심 인프라기 떄문이다.

특히 바다 밑으로 전력을 송전하는 HVDC 기반 해저케이블은 절연 및 전기적 안정성이 매우 중요해 수직연속압출시스템(VCV) 같은 첨단 생산 설비도 필요하다.

해저케이블2공장 공장 조감도. 사진=대한전선
해저케이블2공장 공장 조감도. 사진=대한전선

에너지 고속도로 핵심, 해저케이블 놓고 LS전선·대한전선 ‘총력전’

이번 사업 규모는 1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HVDC 해저케이블의 수주권을 누가 따낼지 주목되는 가운데, 국내에선 LS전선과 대한전선이 유력 사업자로 거론되고 있다.

사실상 대용량 HVDC 해저케이블의 생산부터 시공, 유지보수까지 일괄적으로 수행이 가능한 ‘턴키’ 역량을 가진 유일한 기업은 LS전선과 대한전선으로 꼽힌다. 양사는 국제 규격과 품질 인증 등을 갖춘 해저케이블 제조시설 및 기술도 확보한 상태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이 가시화되면서 양사 모두 HVDC 해저케이블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며 물밑 경쟁에 나섰다.

LS전선은 국내에서 전압형 해저 HVDC 사업을 수행한 최초 기업이다.

세계 최대 송전 용량인 525kV급 고온형 HVDC 케이블 상용화에 성공했으며, 이는 국내 최대 HVDC 사업인 한국전력 ‘동해안-수도권’ 송전망 1단계에 단독 공급된다.

최근엔 강원도 동해시에 위치한 해저케이블 공장도 확장해 HVDC 해저케이블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4배 이상으로 대폭 늘렸다. 특히 계열사인 LS마린솔루션을 통해 HVDC 전용 포설선 투자로 생산부터 시공까지 일괄 대응 가능한 역량을 확보키도 했다.

한국 최초 전선회사인 대한전선은 지난 5월 320kV급 해저케이블1공장을 준공한 데에 이어 충남 당진에는 해저케이블2공장 건설에 착수했다. 이는 640kV급 HVDC 및 400kV급 HVAC(초고압교류송전)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이 될 예정이며, 2027년 내 가동을 목표로 건설된다.

LS전선과 대한전선은 각 사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구축에 필요한 역량을 가졌다며 사업에 기여하겠다는 의지를 정부에게 적극적으로 내비치고 있다.

LS전선은 HVDC 변환용 변압기 기술을 가진 LS일렉트릭과 함께 지난달 열린 ‘2025 기후산업국제박람회’에서 HVDC 핵심 턴키 사업 역량을 전면에 내세우며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 구축을 위한 최적의 사업자임을 강조한 바 있다.

대한전선은 지난 25일 개최된 당진 해저케이블2공장 착공식 행사의 슬로건을 ‘서해에서 세계로’라고 내걸었으며, 해저2공장을 에너지 고속도로의 출발점이자 글로벌 해저케이블 시장의 핵심 거점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송종민 부회장은 착공식 감사인사를 통해 “해상풍력과 HVDC 해저케이블은 국가 산업 경쟁력과 에너지 안보에 직결된 전략 산업”이라며 “해저2공장을 통해 국가 에너지 인프라 구축과 신재생에너지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동시에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기반을 만들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편, 정부는 내년 상반기에는 HVDC 해저케이블 사업자 선정을 마칠 것으로 전망된다. 대규모 HVDC 프로젝트는 입찰 공고 후 해양 조사, 자재 수급, 생산·테스트, 운송과 포설까지 최소 4~5년이 소요되며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