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각진 산림치유지도사 l 삼성, 한솔 등에서 삼십여 년 생활 후, 제 2 인생으로 숲에 가까이를 택해 2022년부터 산림치유사로 일하고 있다. 중장년 동년배와 소통하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16년부터 오화통이라는 칼럼, 2017년부터는 본지에 중년톡‘ 뒤돌아보는 시선’을 6년간 연재했고, 2023년부터는 ‘숲에서 만난 생각들’이라는 칼럼을 써오고 있다. 저서로 일상의 따듯함을 다룬 산문집 '사는 기분'이 있다.
오각진 산림치유지도사 l 삼성, 한솔 등에서 삼십여 년 생활 후, 제 2 인생으로 숲에 가까이를 택해 2022년부터 산림치유사로 일하고 있다. 중장년 동년배와 소통하는 일에 관심을 쏟고 있다. 2016년부터 오화통이라는 칼럼, 2017년부터는 본지에 중년톡‘ 뒤돌아보는 시선’을 6년간 연재했고, 2023년부터는 ‘숲에서 만난 생각들’이라는 칼럼을 써오고 있다. 저서로 일상의 따듯함을 다룬 산문집 '사는 기분'이 있다.

지난 주에 시각장애인 열다섯 분이 그만큼의 자원봉사자들, 안내견 두 마리가 같이 왔습니다. 이분들을 처음 예약한 관리자는 우리에게 비장애인들 하는 것보다 조금 천천히만 진행해달라고 했는데, 그럼에도 부담이 되었습니다. 설명하고 호칭할 때 말실수를 하지 않을까하는 걱정도 있었구요. 무심결에 우리는 정상인, 그들은 비정상인하면서 말이죠.

\또 비가 온 다음 날이라 미끄러운 길이 신경 쓰였습니다. 데크가 젖어 있어 누워서 하는 프로그램은 못 하고, 수목원을 투어하고, 앉아서 하는 프로그램을 하며 무사히 마쳤습니다. 사전에 마음을 쓰며 준비도 했지만, 오신 분들의 협조와 이해 덕분에 잘 마무리를 한 것이겠지요.

복기해봅니다. 시각이 없는 그들에게 다른 감각 기관의 활성화를 도왔습니다. 이제 막 가을로 가는 나무와 꽃들의 수목원을 그림처럼 설명했습니다. 또한 천천히 이동하며 촉각, 후각, 청각이 개별적으로 또는 합쳐서 발휘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먼저 촉각! 입구 정원에 핀 천일홍의 꽃봉오리를 만져보며 그 마른 느낌을 물었습니다. 마른 꽃이니 오래 갈 거라는 얘기와 함께 꽃 이름이 백(百)일홍도 아닌 ‘천(千)일홍’임을 같이 이해했습니다. 바닥에 오톨도톨하게 부조해놓은 나이테 형상도 발로 느껴보았습니다.

다음은 후각! 풀향기 정원에서 계수나무 향기를 맡았습니다. 달나라에 있는 나무인 계수나무를 물어보고, 낙엽에서 나는 달콤한 향기에 취해보았습니다. 계수나무가 나오는 반달 동요를 신나게 합창했습니다. 이어 사방댐 앞에 섰습니다. 모두에게 주목해달라고 한 후에 스트레스가 많다는 한 분과 내가 제법 큰 돌을 웅덩이 속으로 풍덩 빠뜨렸습니다. 그 소리를 감상하고, 소감을 묻자 다들 스트레스가 날아갔다며 좋아했습니다.

낙엽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는 계수나무의 모습. 안내견과 함께 한 이십 대 여성분에게 솜사탕의 추억을 불러일으켰습니다
낙엽에서 달콤한 향기가 나는 계수나무의 모습. 안내견과 함께 한 이십 대 여성분에게 솜사탕의 추억을 불러일으켰습니다

이어 계류를 흐르는 물소리와 함께 천천히 나무 데크길을 걸었습니다. 나무 데크를 걷는 저벅저벅 소리만이 들렸는데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중간에서 생태 놀이를 했습니다. 미리 준비한 3종의 물건을 데크에 떨어트릴 터이니 각각 무슨 소리인지 맞추어보시라. 도토리, 솔방울, 작은 조약돌 순서로 떨어트렸습니다.

결과는 어떠했을까요? 도토리나 조약돌은 쉽게 맞추었는데, 솔방울은 어려워하더군요. 물론 이후 이들 재료를 돌려서 다 만져보며 확인하는 시간도 가졌습니다. 프로그램은 임시로 스탠드에 소형 매트를 깔고 앉아서 진행했습니다. 앉은 가운데 손등에 라벤다 오일을 떨어트리고 잘 부벼 마음을 편하게 해보려 했고, 앉은 상태서 호흡 명상을 천천히 진행했습니다. 자신의 몸 부위를 특정해 의식해보길 권하면서 말이죠.

다 마치고 내려오면서 테마파크의 미로(迷路)원처럼 측백나무로 만든 미로원의 탈출구를 안내해 지름길로 통과했습니다. 앞으로의 그들 삶에 장애물도 있겠지만, 그를 헤치고 잘 살길 바란다고 하면서 말이죠. 너무 고마워 하면서 철마다 오고 싶다는 그분들에게 꼭 그러시라고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9월 9일이 귀의날이었습니다. 통계를 보니 장애인이 260만명(2018 기준). 지체 장애가 제일 많고, 청각, 시각 순으로 많더군요. 바로 서서 주변을 바라보고 귀를 크게 열일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