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권익 강화를 위해 ‘단체 협상권’과 ‘계약 해지권’을 보장하는 대책을 내놓으면서 업계 전반에 파장이 일고 있다. 점주들은 환영의 목소리를 내는 반면, 본사는 경영 간섭과 영업 위축을 우려하며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모습이다.
불공정거래 증가…공정위 현장 대책 발표
2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지난 23일 맘스터치 마포대흥역점에서 현장 간담회를 열고 ‘가맹점주 권익 강화를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이는 가맹본부와 가맹점주 간 구조적 불균형이 심화되면서 점주 권익 침해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 수년간 계속된 제도 개선에도 가맹본부와 점주 간 분쟁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실태조사 조사 결과, 조사 대상 가맹점주의 과반 이상인 54.9%가 불공정거래행위를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주요 불공정행위 유형을 살펴보면 매출액 등 정보를 부풀려 제공(20.5%)이 가장 많았고, 광고비 등 부당 전가(18.0%), 정보공개서 등 중요서면 미제공·지연제공(12.1%) 등이 뒤를 이었다. 이로 인해 가맹 분야 분쟁조정 접수 건수 역시 2022년 691건에서 지난해 758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이달 초 서울 관악구 피자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의 이면에도 프랜차이즈 갑질이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대책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간담회 현장에서 “가맹점주는 본부보다 협상력이 약하고,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알기 어려운 구조적 어려움에 처해있다”며 “이를 시정하는 것이 가맹점주의 권익을 실질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체 협상권·계약 해지권’ 도입해 불균형 해소
이번 대책의 핵심은 가맹점 창업부터 운영, 폐업까지 전 과정에서 가맹본부와 가맹점주가 동등하게 소통할 수 있도록 불균형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구체적으로는 ▲정보공개서 공시제 ▲가맹사업자 단체 등록제 ▲가맹점주 단체 협의 의무제 ▲공정위 법 집행 강화 ▲가맹점주 계약 해지권 보장 ▲묵시적 계약갱신 절차 보완 등 내용이 담겼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가맹사업자 단체 등록제’와 ‘가맹점주 단체 협의 의무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한 점주 단체는 공정위에 등록해 법적 대표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가맹본부가 협의 요청을 거부할 경우 제재를 받게 된다. 현행 가맹사업법은 가맹본부가 점주단체의 협의 요청에 성실히 응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를 거부했을 때의 제재 규정은 없다.
다만 공정위는 점주 단체가 난립하는 것을 막기 위해 전체 점주의 30% 이상이 가입한 단체만 등록 자격을 부여하기로 했다. 또한 가맹본부의 부담이 늘어나는 것을 방지해 점주단체의 협의 요청 횟수를 제한하고, 정당한 사유가 있을 경우 거부를 허용한다.
이와 함께 주목되는 변화는 가맹점주의 ‘계약 해지권’ 명문화다. 기존에도 상법에 해지권 조항이 존재했으나, ‘부득이한 사정’이라는 모호한 표현 탓에 실효성이 낮았다. 이에 계약 해지의 구체적 사유와 절차를 명문화해, 가맹점주가 불합리한 상황에서도 막대한 위약금 부담 없이 계약을 종료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다만 계약준수 원칙을 벗어나는 만큼 해지 사유는 ‘불가피한 상황’으로 제한한다.

점주 “상생 첫걸음” vs 본사 “운영 효율 저해”
가맹점주들은 이번 대책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동안은 요구 사항이 있어 대화를 요청해도 본사에서 회피하면 방법이 없었으나, 단체 협상권이 생기면 문제 해결을 요구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거부할 수 있고 불필요한 소송을 줄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정종열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자문위원장은 “그동안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가맹본부에 집단으로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라며 “공정하고 상생하는 가맹사업 생태계를 위해 빠른 시일 내에 점주단체에 단체 협상권을 부여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반면 프랜차이즈 업계에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기류가 감돈다. 점주 권익 보호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단체 협상권이 과도하게 행사될 경우 경영 자율성이 침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전체 점주의 30% 이상이 가입해야 등록이 가능하다 해도, 브랜드별로 복수의 점주 단체가 등장할 수 있고 이는 협상 과정의 혼선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프랜차이즈는 전국 매장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는 만큼 통일된 브랜드 전략이 필요한 상황에서, 협의 요구가 잦아지면 사업 효율이 떨어지고 영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위약금 없는 계약해지권의 경우엔 아직 내용이 구체화되지 않은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 프랜차이즈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 전략은 전국 매장의 일관성이 핵심인데, 협의 요구가 잦아지면 결정 속도가 늦어지고 사업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며 “점주 보호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본사의 운영 효율을 고려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정위는 정당한 사유가 있으면 협의 거부 가능, 복수 점주 단체와의 일괄 협의 절차 마련 등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기준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박호진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 사무총장은 “가맹점주단체의 협상력을 제고하기 위한 제도 개편 방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면서도 “업계의 부작용 우려를 고려해 가맹본부, 점주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합리적인 방향으로 제도 개선안이 마련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