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스냅드래곤 서밋 2025’ 현장에서 24일(현지시간) 만난 알렉스 카투지안 퀄컴 모바일 컴퓨팅 및 XR 본부장은 자사의 차세대 기술 전략 중심에 ‘인간과 어시스턴트 중심의 생태계’가 있다고 강조했다. 퀄컴이 단순히 스마트폰의 두뇌를 만드는 기업을 넘어 PC와 확장현실(XR) 웨어러블 기기 전반을 아우르는 AI 경험의 설계자가 될 것이라는 로드맵도 나왔다.

삼성전자와의 파트너십을 특히 강조해 눈길을 끈다. 우선 파운드리 협력에 있어 일부 여지를 남기기는 했지만 당장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메시지가 나왔다. 다만 신형 스냅드래곤의 갤럭시 S26 탑재에 대해서는 전향적이다. 새로운 스냅드래곤 플랫폼은 TSMC에서 3나노로 제작되지만 이를 갤럭시S26에 최대한 탑재시켜야 하는 퀄컴의 딜레마가 선명해지는 순간이다.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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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삼성, 강력한 파트너
퀄컴은 이번 서밋을 통해 유독 삼성과의 스킨십을 강조했다. 실제로  돈 맥과이어 CMO는 킥오프 연설을 통해 '갤럭시용 스냅드래곤 8 엘리트(Snapdragon 8 Elite for Galaxy)' 칩셋이 탑재된 갤럭시 Z 폴드7의 성능을 극찬하자 객석 맨 앞줄에 앉아있던 최원준 삼성전자 MX사업부 개발실장(사장)이 환하게 웃는 장면도 연출됐다. 

최원준 사장을 향해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이 "오늘 이 자리에 삼성전자의 원준(최원준 사장)이 와 계신다. 이처럼 놀라운 디바이스를 만들어주셨다"며 "오늘날 우리가 이뤄낼 수 있는 많은 부분은 바로 그 파트너십 덕분이다.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최원준 사장은 서밋 이틀째 기조연설자로 올라 양사의 파트너십을 극적으로 어필하는 진풍경도 연출했다.

다만 이러한 파트너십은 모바일 AP에 국한된 것이다. 퀄컴의 파운드리 파트너와 관련된 것은 다른 문제기 때문이다.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와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모두 TSMC 3나노 공정에서 만들어진다. 

카투지안 본부장이 삼성과의 파트너십은 강하게 자각하면서도 파운드리에 있어서는 신중한 이유다. 실제로 그는 삼성과의 파운드리 협력 가능성을 두고 “퀄컴은 팹리스 반도체 회사며, 적절한 시점이라면 언제든지 파운드리를 전환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서도 "삼성전자와 훌륭한 관계를 맺고 삼성 파운드드와도 항상 매우 협력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내놨다. 

"파운드리 사이를 '오갈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으며, 디자인 중간에 파운드리 라인을 변경하고 생산에 속도를 낼 수 있는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반도체 회사 중 하나"라는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파운드리 파트너 낙점에 있어 유연한 입장이라는 뜻이다.

파트너 우선순위에 있어 가격보다는 안정성을 더 고려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자국 내 반도체 생산 공급망이 불확실성에 빠진 상태라 삼성전자 미국 테일러 공장을 활용할 가능성도 있다. 다만 카투지안 본부장은 이에 대해 별도의 메시지를 내지는 않았다.

스냅드래곤의 갤럭시 S26 탑재로 이어지는 협력에 대해서는 전향적이다. 갤럭시 S26을 위한 특별판 칩을 제작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확답을 줬다. 실제로 그는 “갤럭시 S26용 스냅드래곤을 만들 가능성은 분명히 있다"면서 "2026년 갤럭시 S 기기에 탑재될 제품은 이미 2년 반 전부터 삼성과 함께 작업한 것"이라 말했다. 나아가 "삼성은 스냅드래곤 스펙을 보고 일부를 수정하며, 자신들의 IP를 추가하는 등 상당히 큰 부분을 차지한다"면서 "이는 오직 삼성을 위한 것"이라 말했다. 이 과정에서 퀄컴이 우수한 스펙을 제시하면 삼성이 약간의 조정과 더불어 소규모 IP를 추가하는 방식이라는 설명이다.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가 들어간 레퍼런스폰. 사진=공동취재단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가 들어간 레퍼런스폰. 사진=공동취재단

‘스냅드래곤 8 엘리트 5세대’ 작명의 비밀은?
퀄컴이 발표한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를 두고는 강력한 컴퓨팅 파워를 자랑한다고 강조했다.

스냅드래곤8 에리트 5세대는 역대 가장 빠른 모바일 중앙처리장치(CPU)로 꼽히는 3세대 퀄컴 오라이온 CPU가 탑재됐다. 이를 통해 이전 세대 대비 CPU 성능은 20% 향상됐고 새로운 퀄컴 아드레노 그래픽처리장치(GPU) 아키텍처는 그래픽 집약적인 게임 성능을 23% 개선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그래픽 처리 장치(GPU) 역시 새롭게 개선되었다. 1.2GHz 클럭으로 작동하며 이번에는 GPU 전용 고성능 메모리 캐시를 새롭게 추가했다. 이를 통해 데이터 대역폭을 높이고 지연 시간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고사양 게임을 포함한 다양한 활용 환경에서 한층 더 부드럽고 몰입감 넘치는 시각적 경험을 제공한다.

AI 연산을 담당하는 퀄컴 헥사곤 신경망처리장치(NPU)의 성능은 37% 더 빨라졌다. 초고속 멀티태스킹과 끊김 없는 앱 전환 뛰어난 전력 효율을 지원하며, 장시간의 게임 플레이 등 모바일 기기의 핵심 경험을 한 차원 끌어올린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엘리트라는 브랜드 네이밍을 사용해 눈길을 끈다. 실제로 2023년 8 3세대에서 2024년 엘리트를 거쳐 2025년 4세대가 아닌 단숨에 5세대로 진격했다. 브랜드 네이밍이 8과 엘리트로 무게중심이 쏠리는 분위기다.

카투지안 본부장은 특이한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는 “스냅드래곤 8 시리즈의 추세를 봐야 한다"면서 "숫자 ‘8’은 프리미엄 등급과 동의어여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시간이 갈수록 엘리트의 역량이 향상되면서 ‘엘리트 게이밍’ ‘엘리트 경험’과 같은 표현을 썼기에 ‘8 엘리트’라는 이름이 좋은 아이디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나아가 "지난해 ‘8 엘리트’를 선보인 가운데 올해 ‘8 엘리트 2세대’라고 하면 과거에 사용했던 ‘엘리트 경험’이라는 표현과 혼동될 수 있었기에 (엘리트 이전) 과거부터 이어져 온 세대 번호를 그대로 계승하기로 결정했다"면서 "내년에는 엘리트 6세대를 시작으로 지속해 나아갈 것"이라 말했다.

스냅드래곤8 엘리트 5세대와 함께 공개된 스냅드래곤 X2 엘리트의 존재감도 눈길을 끈다. 핵심은 기존 PC 시장의 경쟁 패러다임을 완전히 바꾸는 압도적인 인공지능(AI) 처리 성능과 전력 효율성이다. 

그는 “2024년 중반 ‘X 엘리트’를 선보이고 양산을 시작했으며, 단번에 25개의 디자인을 확보할 정도로 성공적인 성과를 냈다"면서 "많은 지역에서 800달러 이상 PC 시장 기준 9% 점유율을 달성했고 10%에 가까운 곳도 많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스냅드래곤 X2 엘리트 익스트림 등 프리미엄 등급으로 진출하며 더욱 기세를 올린다는 설명이다. 그는 "X2 엘리트를 통해 엄청난 전력 절감 효과를 내면서도 경쟁사를 능가하는 CPU와 NPU를 선보였다"면서 "현재 150개 이상의 디자인이 개발 중이거나 생산 중인 상황이며 우리의 시장 점유율은 계속 성장할 것"이라 말했다. 정확한 수치를 말하기는 어렵지만 앞으로 4~5년간 계속 성장할 것으로 봤다.

한편 6G의 등판이 AI 엣지 등 새로운 패러다임과 더욱 밀착할 것이라는 주장도 눈길을 끈다. 그는 6G는 새로운 기회"라며 "2028년 6G 혁명을 통해 삼성과 같은 기업들과 만나 6G폰을 만드는 방법을 모색할 것"이라 말했다.

이를 바탕으로 생태계가 구축된다. 그는 "스마트폰 주변에는 스마트워치, 이어버드, 안경, 태블릿, PC 같은 기기들이 구축되어 있으며 이들은 ‘인간과 어시스턴트’를 중심으로 형성될 것"이라며 "스마트폰은 스스로의 길을 가겠지만 차세대 기기들은 인간과 어시스턴트를 중심으로 구축된다"고 말했다.

6G와 엣지 AI 등이 자연스럽게 인간과 어시스턴트가 다양한 기기와 만나 구축되는 생태계의 큰 그림이 되는 셈이다. 카투지안 수석 부사장은 "삼성과 구글 같은 생태계 파트너들과 함께 모든 기기를 어시스턴트와 결합하고 기기와 클라우드 간의 컴퓨팅 오프로드를 조율하는 것이 우리의 희망"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