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오는 다음달 31일부터 11월 1일까지 한국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회동은 트럼프 집권 2기 출범 이후 처음이며, 2019년 일본 오사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이후 약 6년 만이다.

두 정상의 만남은 세계 안보와 무역질서 전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올해 최대 외교 이벤트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미중 정상이 동시에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 이후 13년 만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시 주석과 약 2시간 동안 통화한 뒤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 소셜에 "시 주석과 한국에서 열리는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합의했다"며 "양측 모두 APEC에서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내가 내년 초 중국을 방문하고, 시 주석도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미국으로 오는 것에 합의했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초 방중에 나설 경우 미국 대통령의 중국 방문은 2017년 이후 8년 만이 된다.

앞서 시 주석은 2017년 4월 미국을 방문해 플로리다주 마러라고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바 있다. 이번 경주 회담과 내년 초 방중이 이어질 경우, 미중 간의 갈등 현안이 조정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 대통령실 "두 정상 경주 APEC 만남 최대한 지원"

대통령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기로 한 데 대해 환영과 지원의 뜻을 밝혔다.

이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우리 정부는 그간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회원국 간 다각적인 외교적 소통을 지지하는 입장을 견지해왔다"면서 "미·중 정상회담이 한국에서 열리는 것은 환영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을 환영하고 기대한다"며 "미국 측과 구체적인 소통을 이어갈 것"이라고 했다.

◆ "틱톡 매각 합의 임박"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의 이번 통화에서 틱톡의 미국 사업권 매각 문제에 사실상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난 시 주석에게 감사하고 싶다. 그는 신사였다"고 말하며 협상 진전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틱톡 매각과 관련해 그는 "다 해결해 나가고 있다"면서 "우리는 매우 강한 지배력을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시 주석은 신화통신을 통해 "틱톡 문제에 있어 중국 입장은 명확하다"며 "중국 정부는 기업의 의사를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시장 규칙에 부합하는 기초 위에 상업적 협상을 잘하고, 중국 법률·규칙에 부합하고 이익이 균형을 이루는 해결 방안에 이르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오라클 등 미국 투자자들이 참여한 컨소시엄이 80%의 지분을 보유하는 법인을 설립해 틱톡 미국 사업권을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고 보도했다. 해당 법인은 미국인 주도의 이사회가 틱톡 운영을 맡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틱톡은 모회사가 중국 바이트댄스라는 점에서 개인정보 유출과 보안 위협 논란에 휩싸여왔다. 이에 미국 의회는 지난해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매각하지 않을 경우 서비스를 금지하는 '틱톡 금지법'을 제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매각 협상 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지난 16일 해당 법 시행 유예 기한을 오는 12월 16일까지 연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는 지난 15일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린 미중 고위급 무역 협상에서 큰 틀의 합의가 이뤄진 데 따른 조치다.

◆ 타협점 찾아가는 미중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통화에서 무역, 펜타닐,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 필요성 등 여러 현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난 그(시진핑) 또한 종전을 정말로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난 그가 이제 우리와 협력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미국은 그간 중국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무기 공장에 필요한 원자재와 이중용도 품목을 공급하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원해왔다고 비판해왔다. 이번 통화를 계기로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에 대한 중국의 태도가 변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 펜타닐,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전쟁 종식 필요성, 그리고 틱톡 매각 승인을 포함한 많은 이슈에 대해 진전을 이뤘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 역시 "미중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며 "미중 양측은 공동 번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그는 이번 통화를 "긍정적·건설적"이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중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 관계"라고 강조했다. 두 정상은 미중 관계의 중요성을 재확인하면서 향후 양자 협력 확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번 통화는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6월 첫 통화에 이어 두 번째이며, 올해 들어 세 번째다.

경주에서 예정된 두 정상의 대좌가 정식 회담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지만, 미중 간의 갈등 국면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