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가 17일(현지 시간)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인하했다. 지난해 12월 이후 9개월 만의 금리 인하로 연내 두 차례 추가 인하 가능성도 내비치며 통화정책 기조 전환을 공식화했다.

연준은 이날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마친 뒤 성명을 내고 기준금리를 기존 4.25~4.50%에서 4.00~4.25%로 내린다고 밝혔다. 이번 인하는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0.25%p 내린 뒤 다섯 차례 연속 동결을 이어오다 단행된 것으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다.
연준이 금리 인하의 핵심 근거로 삼은 것은 ‘노동 시장’의 둔화 조짐이다. 연준은 성명에서 “고용에 대한 하방 위험이 커졌다”고 명시하며 “올해 상반기 경제 성장세가 주춤해졌고 고용 증가 폭도 줄었다”고 밝혔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8월 31일~9월 6일)는 26만3000건으로 약 4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금리 인상의 근거가 되는 물가 상승 압력은 예상보다 크지 않았다. 지난 11일 발표된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2.9% 상승해 시장 전망치에 부합했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와 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3.1% 오르는 데 그쳤다. 시장의 우려와 달리 관세 정책이 아직 물가를 심각하게 끌어올리지 않고 있다는 신호로 이는 연준이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줬다.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였던 향후 금리 경로에 대해 연준은 추가 인하 가능성을 분명히 했다. 연준 위원 19명이 익명으로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점으로 찍어 만드는 도표인 점도표에서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의 중간값으로 3.6%를 제시했다. 이는 연내 10월과 12월에 남은 두 차례 회의에서 추가로 0.25%p씩 금리를 내릴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내년 금리 인하는 단 한 차례에 그칠 것으로 예상해 시장 기대보다는 매파적(통화긴축 선호)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CIBC 캐피탈 마켓의 알리 재퍼리는 블룸버그에 “오늘 공개된 점도표는 연준 위원들 사이에서 미국 경제에 대한 견해가 나뉘어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일부는 고용시장을, 다른 일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이번 금리 결정 과정에서는 연준 내부의 시각차도 드러났다. 투표권을 행사한 12명 중 11명은 0.25%p 인하에 찬성했지만, 회의 전날 연준 이사회에 합류한 스티븐 미란 신임 이사는 0.50%p 인하, 이른바 ‘빅컷’을 주장하며 유일하게 반대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친(親)트럼프 성향 인사다.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 위원장직에서 무급휴직 상태를 유지하며 연준 이사를 겸임해 중앙은행의 정치적 독립성 훼손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그의 ‘나 홀로’ 빅컷 주장은 금리 인하를 강하게 압박해 온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란 해석을 낳는다.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간 금리 차는 상단 기준 1.75%p로 좁혀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