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이 러시아의 석유 기반 시설을 정밀 타격하면서 국제유가가 공급 차질에 대한 우려로 급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향해 러시아산 원유 수입 중단을 압박하는 가운데 나온 악재여서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일보다 1.22달러(1.9%) 상승한 배럴당 64.52달러에 마감했다. 런던 ICE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 11월물 역시 1.03달러(1.5%) 오른 68.4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유가 급등은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러시아의 원유 생산이 실제로 감산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면서 촉발됐다. 로이터통신은 러시아 국영 송유관 독점기업 트랜스네프트가 주요 수출항과 정유시설이 드론 공격으로 타격을 입어 원유 생산업체들의 감산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평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의 자금줄인 에너지 인프라를 겨냥해 공세 수위를 높이는 전략이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이번 공격이 단순한 시설 파괴를 넘어 국제 원유 시장 전체를 흔들려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JP모건은 “수출 터미널에 대한 공격은 러시아의 해외 원유 판매 능력을 제한하려는 것이며 더 중요한 점은 국제 원유시장을 교란하려는 의지가 커지고 있다는 신호”라고 지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우크라이나의 공격으로 지난 8월과 이달 들어 러시아 정제 능력 약 하루 30만 배럴이 중단된 것으로 추산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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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번 공격의 여파는 원유를 넘어 미국 디젤 선물 가격을 2.5%나 끌어올리며 다른 유종의 상승폭을 웃돌았다. StoneX 에너지의 알렉스 호데스 애널리스트는 “러시아 정유시설이 심각한 피해를 입는다면 미국 디젤 수출 수요가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하며 공급망 불안이 전 세계로 확산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압박이 더해지며 유가 상승을 부채질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유럽을 향해 “내가 하는 것과 맞먹는 수준으로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모두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를 중단할 경우에만 추가 에너지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향후 러시아산 원유 공급에 대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장은 같은 날 시작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도 주목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을 확실시하고 있으며 이는 경기 부양을 통해 연료 수요를 확대시킬 수 있다. 공급은 줄어들 것이라는 공포가 확산하는 가운데 수요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이 겹치면서 유가 상승 압력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