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통화량이 넉 달 연속 늘어나며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코스피 등 국내 증시가 ‘불장’(Bull market, 강세장)을 보이면서 투자 자금이 몰린 영향이다. 특히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한 수익증권은 통계 집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기록하며 유동성 확대를 이끌었다.

자료=한국은행
자료=한국은행

한국은행이 16일 발표한 ‘2025년 7월 통화 및 유동성’ 자료를 보면, 지난 7월 광의통화(M2) 평균잔액은 4344조3000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35조9000억원(0.8%) 증가했다. M2는 지난 3월, 23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으나 4월부터 다시 넉 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다. 증가 폭 역시 6월(31조8000억원)보다 커졌다.

M2의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7.1%로, 지난 2월 이후 5개월 만에 다시 7%대에 진입했다. 통상 이 증가율이 7%를 넘으면 시중에 풀린 자금이 주식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큰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상품별로 보면, 증시 호조의 영향이 뚜렷했다. 수익증권은 상장지수펀드(ETF) 등 주식형 펀드에 자금이 몰리면서 한 달 새 15조3000억원이 급증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02년 이후 역대 두 번째로 큰 증가액이다. 한은 관계자는 “7월에도 증시 훈풍이 이어지면서 수익증권으로 자금 유입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증시 주변의 대기성 자금도 불어났다. 부가가치세 납부를 위한 기업의 결제자금 예치와 투자처를 찾지 못한 자금이 더해지며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은 7조1000억원, 요구불예금은 6조9000억원 각각 증가했다. 반면 양도성예금증서(CD) 등 시장형상품은 예금취급기관의 자금 조달 수요가 줄면서 2조6000억원 감소했다.

경제 주체별로도 자금 유입이 고르게 나타났다. 기타금융기관은 수익증권을 중심으로 17조2000억원 늘어 증가세를 주도했다. 가계와 비영리단체 역시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과 수익증권 투자를 늘리며 14조5000억원이 증가했다. 기업도 수시입출식저축성예금을 중심으로 1조7000억원이 늘었다.

현금화가 쉬운 자금을 의미하는 협의통화(M1)는 전월 대비 1.2% 증가해 단기 유동성도 풍부해졌음을 시사했다. 금융기관유동성(Lf)과 광의유동성(L) 역시 각각 0.6%, 0.8% 늘어 전반적인 유동성 증가 추세를 확인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