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연방준비제도. 사진 = 연준 홈페이지.
미 연방준비제도. 사진 = 연준 홈페이지.

다음 주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금리 결정과 정부의 추석 민생안정 대책 발표, 금융당국 수장들의 업계 간담회 일정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일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나설 경우 한국과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며 환율과 증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증시는 정책 모멘텀 회복과 연준 금리 인하 기대감에 힘입어 사상 최고치를 연일 갈아치우고 있다.

◆ FOMC 금리 인하 가능성 확대…韓·美 금리 차 축소 전망

연준은 18일(한국 시각)까지 이틀간 FOMC 회의를 열어 현재 4.25~4.50%인 정책금리 조정 여부를 결정한다.

시장은 미국 고용 지표 악화와 경기 둔화를 근거로 연준이 올해 첫 금리 인하를 단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시장은 0.25%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93.9%, 0.50%포인트 인하 가능성을 6.1% 반영했다.

금리가 0.25%포인트 내려가면 한국(2.50%)과 미국 간 격차는 2.00%포인트에서 1.75%포인트로 줄고, 0.50%포인트 낮추면 1.50%포인트까지 축소된다.

국내 증시는 이미 이러한 기대감을 선반영하고 있다.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5.94% 오른 3395.54로 마감하며 2021년 이후 4년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는 4.4% 오른 847.08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2일부터 9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이어온 결과다. 원·달러 환율은 한 주간 2.80원 내린 1388.20원에 마감했다.

투자 주체별로 보면 개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6조8630억원을 순매도했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4조200억원, 2조7000억원을 순매수하며 상승장을 이끌었다.

외국인은 SK하이닉스(1조8250억원), 삼성전자(1조4920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2260억원) 등 반도체·IT·방산주를 집중 매수했다. 반면 한화오션(-2790억원), 삼성SDI(-1020억원) 등 일부 종목은 매도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개인은 3840억 원을 순매도한 반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1910억원, 2370억원을 순매수했다.

정책 측면도 증시에 힘을 보탰다. 정부가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을 현행 50억원으로 유지할 가능성을 시사한 데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대주주 기준 10억원을 굳이 고집할 필요는 없다"며 강화 방침 철회를 사실상 밝힌 것이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

◆ 추석 대책·금융당국 행보…내수·금융시장 안정 변수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8월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8월 14일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첫 출근하며 기자들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는 15일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주재로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열어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내놓는다.

주요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하고,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명절 자금을 지원한다. 전통시장과 선물세트 할인 폭도 확대된다.

구 부총리는 최근 회의에서 "경제회복을 위한 본격적인 경주는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추석 민생안정 대책을 조속히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금융권과의 소통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억원 금융위원장 임명안을 12일 재가하면서 신임 금융위원장과 5대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상견례 성격의 회동이 조만간 이뤄질 전망이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업권별 릴레이 간담회를 이어간다. 15일 외국계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 16일 여신전문금융회사 CEO, 19일 상호금융 중앙회장과 잇따라 만난다. 그는 간담회에서 "소비자 보호가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9월 정기국회에서 배당소득 분리과세, 자사주 매입·소각 의무화 논의가 예정돼 있다. 배당소득 최고세율이 30% 미만으로 결정되거나 소각 유예기간이 1년 미만으로 조정되면 시장 친화적 정책으로 평가될 가능성이 있다.

◆ 증권가 "코스피지수 3200~3450 전망"… 차익실현 압력 커져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1층 전광판. 사진 = 김호성 기자
한국투자증권 여의도 본사 1층 전광판. 사진 = 김호성 기자

증권가는 이번 주 코스피 밴드를 3200~3450포인트로 제시했다. 상승 요인은 연준 금리 인하와 정부 정책 신뢰 회복이며, 하락 요인은 차익 실현 압력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정책 모멘텀과 연준의 인하 사이클이 맞물리면 연말 코스피 밴드가 지금보다 더 높아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관심 업종으로는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 수혜가 기대되는 지주사·증권업과 금리 인하에 따른 유동성 확대 수혜가 예상되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제약바이오 등이 꼽힌다.

정부가 국민성장펀드를 100조원에서 150조원으로 확대하고, 2026년 예산안에서 연구개발(R&D) 예산을 35조300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로 편성한 점도 성장 업종에 힘을 실을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 변수도 주목된다. 미국 8월 비농업 고용은 2만2000명 증가에 그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고, 실업률은 4.3%로 전월 대비 0.1%포인트 올랐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이번 FOMC에서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가 기본 시나리오지만, 경기 둔화 속도가 빠를 경우 0.50%포인트 빅컷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할 경우 연준의 속도 조절 요인이 될 수 있다.

국내외 경제지표 발표 일정도 변수다. 15일에는 미국 9월 뉴욕 연은 제조업지수와 중국 8월 소매판매·산업생산, 16일에는 미국 9월 NAHB 주택시장지수, 18일에는 FOMC 결과, 19일에는 일본은행 금융정책결정회의가 예정돼 있다. 일본은행의 완화 기조 유지 여부도 원화 환율과 국내 증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