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야심 차게 공개한 역대 가장 얇은 스마트폰 '아이폰 에어'가 세계 최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에서 출시가 전격 연기됐다. 핵심 혁신으로 내세운 'eSIM(이심) 전용' 정책이 중국의 엄격한 규제 장벽에 부딪힌 탓이다.
애플은 12일(현지시간), 당초 19일로 예정됐던 아이폰 에어의 중국 공식 출시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이날부터 시작될 예정이었던 사전 주문 역시 중단됐다. 현재 애플의 중국 공식 웹사이트 내 아이폰 에어 제품 페이지에는 "출시 정보는 추후 업데이트될 예정"이라는 공지만 남아있는 상태다.
이번 출시 연기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이폰 에어가 물리적 SIM(심) 카드 슬롯 없이 기기에 내장된 전자식 심, 즉 eSIM만을 지원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이동통신사들이 eSIM을 지원하는 새로운 기기를 판매하기에 앞서 공업정보화부(MIIT) 등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반드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이동통신사는 아직 아이폰 에어에 대한 최종 승인을 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이폰 에어는 애플이 지난 9일 신제품 공개 행사에서 가장 혁신적인 모델로 내세운 제품이다. 두께가 5.6mm에 불과해 역대 아이폰 중 가장 얇은 디자인을 구현했다. 애플은 물리적 심 카드 트레이를 제거함으로써 확보된 내부 공간에 더 큰 배터리를 탑재해 기기 수명을 늘릴 수 있었다고 강조해왔다. 팀 쿡 최고경영자(CEO) 역시 "오직 eSIM만 지원하기에 가능한 혁신"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친 바 있다.
문제는 이러한 기술적 진보가 중국 시장에서는 오히려 장애물이 된 점이다. 중국은 통신 기기에 대한 정부의 통제와 실명 확인 절차가 엄격해 eSIM 기술 도입 및 확산이 다른 국가에 비해 더딘 상황이다. 이 때문에 eSIM만으로 작동하는 아이폰 에어의 출시는 규제 당국의 면밀한 심사를 통과해야만 가능하다.
애플은 성명을 통해 "최대한 빨리 중국에서 아이폰 에어가 출시될 수 있도록 규제 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출시 일정은 제시하지 못했다.
한편, 물리적 심 카드와 eSIM을 모두 지원하는 아이폰17, 아이폰17 프로 등 다른 신제품들은 예정대로 오는 19일 중국 시장에 정식 출시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애플의 중국 시장 전략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하며, 규제 승인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