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산업의 미래 성장은 AI 혁신에 달려 있지만, 동시에 데이터 윤리와 거버넌스 강화를 통한 소비자 신뢰 확립이 병행돼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AI가 보험산업의 효율성과 정밀성을 높일 수 있는 핵심 도구임을 인정하면서도, 정보 편향 및 개인 정보 보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산업 전반의 신뢰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험개발원은 12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 컨퍼런스센터에서 '보험산업을 재편하는 인공지능과 보험의 융합'을 주제로 '2025 KIDI 보험미래포럼'을 열었다. 이번 포럼은 글로벌 보험업계와 학계 전문가들이 모여 AI 시대 보험산업의 혁신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미국 보험감독자협의회(NAIC), 아마존웹서비스(AWS), IBM 기업가치연구소, 밀리만(Milliman) 등 주요 기관이 참여했다.

허창언 보험개발원 원장은 개회사에서 "AI는 더 이상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이미 보험산업 현장에서 상담 품질 제고, 언더라이팅에서의 심사기간과 지급 절차 단축, 맞춤형 상품 설계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고 있다"며 "다만 데이터 윤리와 개인정보 보호가 확보되지 않으면 소비자 신뢰가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특히 보험은 개인의 의료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데이터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산업 전반의 안전성 또한 위협받고, AI 모델의 오류나 편향성이 존재할 경우 소비자보호와 감독체계에 공백이 생길 수 있다"며 "기술의 발전이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대응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도로시 앤드류(Dorothy Andrews) 전미보험감독자협의회(NAIC) 수석 데이터 사이언티스트는 'AI 모델의 편향성 완화와 규제의 방향성'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인종·성별에 따른 차별적 해석, 사회적·인지적·통계적 왜곡, 제도적 한계 등 다양한 원인으로 인해 AI 편향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마존이 과거 도입하려 했던 AI 채용 알고리즘이 여성 지원자에게 불리하게 작동해 폐기된 사례, 피부색이 어두운 사용자에게 정확도가 떨어지는 웨어러블 기기 사례 등을 설명하며 "AI 모델은 설계부터 운영, 모니터링까지 전 생애주기에서 거버넌스, 즉 인간의 관리와 감독이 필요하고, 역할·책임 분담, 모델리스크 등급, 독립 검증 체계가 반드시 갖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번째 세션에서는 보험개발원 데이터신성장실 양경희 실장이 'AI 시대, Data로 만다는 새로운 가치'를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미래 AI 시대에는 고품질의 데이터가 경쟁력"이라며 전세계적으로 데이터의 중요성과 함께 첨단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이종 산업간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섞이는 '빅블러 시대'가 도래한 가운데, 보험산업도 AI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다양한 산업으로부터 양질의 데이터를 수집·분석·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그는 "보험산업은 과거 청약서·영수증 등 텍스트 기반 데이터에서 벗어나, 이제는 이미지·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독서 애호가는 종신보험, 스포츠 시청자는 암보험, 투자 성향이 강한 소비자는 연금보험 가입 비중이 높다"며 이러한 생활방식과 소비패턴 등 다양한 데이터를 분석하면 맞춤형 상품 설계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국내 보험업계는 내부 데이터 활용에서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사전 위험 예방 관리와 같은 대외 서비스의 확대는 여전히 초기 단계라고 평가했다.

두번째 세션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의 테리 부크너(Terry Buechner) 글로벌 보험 코어시스템 리더가 'AWS의 보험 코어시스템 전환 성공사례'를 주제로 발표했다. 클라우드 기반 시스템에서 생성형 AI를 활용한 혁신 사례를 공유한 그는, "보험사는 기존 레거시 시스템 의존에서 벗어나야 하며, 코어 시스템을 현대화해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출시 기간을 단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새로운 기술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기술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세번째 세션에서는 IBM 기업가치연구소의 크리스찬 비엑(Christian Bieck) 유럽 총괄 리더가 발표자로 나섰다. 그는 'AI 시대, 보험산업의 미래와 전략'을 주제로 발표하며 보험사의 AI 투자가 현재는 효율성 개선에 집중돼 있으나, 향후 혁신 투자 비중이 절반 이상으로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현재 보험업계는 보호무역주의 확산, 교역 불확실성, 인플레이션 등으로 보험금 지급 비용 증가는 물론 보험료 성장 둔화와 위험 확대라는 압력을 동시에 받고 있다"며 "AI는 이런 복합적 리스크 속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리스크 관리 역량을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 신뢰 회복이 보험산업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과제라고도 강조했다. 그는 "2024년 글로벌 9개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내가 가입한 보험사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50%에 미치지 못했고, '보험업계를 신뢰한다'는 응답은 33%에 불과했다"며 "이 같은 낮은 신뢰 수준은 보험산업이 AI 혁신과 함께 데이터 윤리와 거버넌스 강화를 병행해야 함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AI는 복합적 리스크에 대응할 핵심 도구가 될 수 있지만, 소비자 신뢰 없이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네번째 세션 발표자로 나선 밀리만(Milliman) 생성형 AI센터 설립멤버인 톰 프린스(Tom Prince)는 '보험사의 생성형 AI 도입 성공을 위한 실무 가이드'를 주제로 발표하며 대규모 언어모델(LLM) 적용 사례를 공유했다. 그는 "밀리만의 경우, 검색 증강생성(RAG)을 기반으로 맞춤형 GPT를 구축해 전문가와 고객이 직면하는 복잡한 질문에 대응하고 있다"며 "법률 준수, 계리 가이드, 요율·상품 인가 정보 제공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 챗봇이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데이터의 질이 결과를 좌우한다는 점에서 데이터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가능한 한 강력한 대규모 언어모델을 활용하고, 반드시 사람이 개입하는 '휴먼 인 더 루프(HITL)' 체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AI 시스템은 단순히 챗봇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문서 작성, 에이전트형 AI등 다양한 업무로 확장될 수 있어야 한다"며 "외부 자원 활용도 유용하지만, 효과적인 벤더 관리가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