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페이가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의 패권을 잡기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제도권 편입을 앞두고 무주공산이던 시장에 정보기술(IT) 공룡이 본격적으로 참전하면서 벤처 투자 생태계의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지분 70%를 약 686억원에 인수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번 지분 인수로 네이버페이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의 최대주주 지위와 경영권을 동시에 확보하게 됐다.

이번 인수는 단순한 사업 영역 확장을 넘어 금융당국이 도입 예정인 '장외거래중개업' 라이선스 획득을 염두에 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비상장주식 시장은 높은 성장 잠재력에도 불구하고 정보 비대칭성과 거래 불안정성으로 인해 '깜깜이 시장'으로 불려왔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시장 제도화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기회의 땅으로 떠올랐다. 네이버페이는 국내 1위 플랫폼인 증권플러스 비상장을 선점함으로써 향후 열릴 라이선스 경쟁에서 가장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겠다는 계산이다.

네이버페이의 참전이 시장에 미칠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이다. 월간활성사용자수(MAU) 1700만명에 달하는 국내 최대 금융투자 콘텐츠 플랫폼 '네이버페이 증권'과의 시너지가 폭발적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기존 네이버페이 증권 이용자들은 상장주식 정보 탐색에 그쳤지만 앞으로는 유망한 비상장 스타트업과 혁신기업 정보까지 한 곳에서 얻고 실제 투자까지 원스톱으로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이는 증권플러스 비상장이 보유한 누적 가입자 167만명과 누적 거래액 1조9000억원이라는 강력한 시장 지배력과 결합해 거대한 투자자 유입 효과를 낳을 수 있다. 마치 과거 퀄컴이 CDMA 원천 기술을 바탕으로 한국 정부 및 기업과 협력해 한국이 통신 강국으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듯 네이버페이는 자사의 플랫폼 파워를 기반으로 비상장 시장의 대중화를 이끌고 벤처 생태계의 새로운 자금줄 역할을 하겠다는 비전을 그리고 있다.

사진=회사 제공
사진=회사 제공

네이버페이는 단순히 시장을 선점하는 것을 넘어 투명하고 신뢰도 높은 거래 환경을 조성해 벤처 혁신 생태계 성장에 기여한다는 장기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비상장기업에 대한 정보 공개를 확대해 투자자들이 정확한 가치 판단을 내리도록 돕고 이를 통해 스타트업들이 원활하게 모험자본을 공급받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네이버페이는 “이번 인수는 국내 핀테크 성장과 정책 방향에 발맞춰 새로운 혁신과 사용자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역할 확대를 검토한 결과”라며 “현재 제도화 흐름에 있는 비상장주식 거래 시장의 안정화 뿐만 아니라 첨단산업 육성과 벤처 생태계 활성화를 창출할 수 있도록 기존의 네이버페이 증권을 비롯한 다양한 금융서비스와의 시너지 방안을 지속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네이버페이의 이번 인수는 결제와 송금을 넘어 종합 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하려는 야심을 명확히 드러낸 사건으로 평가된다. 카카오페이 카카오뱅크 등 경쟁사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금융 영토를 확장하는 가운데 네이버페이가 '비상장'이라는 미래 성장동력을 선점하면서 국내 핀테크 시장의 경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