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가맹사업법 개정안 추진에 대한 목소리가 커지며 편의점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당 개정안은 가맹점주들에게 사실상 근로자에 준하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을 부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에 업계에서는 법안 통과에 따른 점주 단체의 난립과 업무 마비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편의점 업계의 경우, 올해 상반기 물가 상승과 소비 둔화로 실적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라 시름이 더욱 깊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맹사업법 개정안 추석 전에 통과되나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안건으로 지정된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이르면 9월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가맹사업자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협상권을 보장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가맹점주 단체를 공정거래위원회 또는 시·도지사에 등록, 신고하도록 하는 ‘가맹사업자단체 등록제’를 도입하고 프랜차이즈 사업자가 등록 단체와 협상하지 않을 시, 시정조치 등 행정처분을 받도록 하는 내용이다. 사실상 점주에게 노조에 부여하는 단체협상권과 같은 권한을 주는 것이다.
가맹법 개정안은 그동안 민주당이 중점적으로 추진해 온 법안으로 지난해 국회 본회의 상정이 불발돼 한 차례 폐기된 바 있다. 이에 민주당은 해당 법안의 패스트트랙 지정을 추진해 왔고 지난 4월 17일 본회의에서 찬성 186명, 반대 67명으로 안건 지정을 가결했다.
한편, 가맹법 개정안의 필요성은 그동안 가맹점에 대한 온라인 플랫폼과 가맹본부의 갑질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를 때마다 꾸준히 제기돼 왔다. 특히, 최근 서울 관악구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의 원인으로, 피의자로 추정되는 가맹점주 A 씨와 가맹본부와의 갈등이 지목되며 논의에 속도가 붙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9일 국회에서 열린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가맹점 사업자의 협상력을 강화하는 ‘가맹사업법’ 개정을 적극 추진하겠습니다”라며 법안 통과에 대한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아울러 앞서 지난 5일 진행된 공정거래위원회 위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서도 이에 대한 논의가 오갔다. 이 자리에서 주병기 후보자는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통과돼 을(가맹점주)들이 모여 협상할 수 있었다면 이 문제(신림동 피자집 칼부림 사건)가 발생했겠느냐”라는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가맹점주들이 프랜차이즈 본사와 균형 있는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장치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입점 업주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스트레스가 커질 때 얼마나 흉악한 사건으로 전개될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라며 “가맹점주들이 협상력을 가질 수 있는 장치를 국회와 공정위가 협력해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답변했다.
편의점 업계 “엎친 데 덮친 격”

개정안 통과 움직임에 가맹점 비율이 99% 달하는 편의점 업계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만약 법안이 통과된다면, 점주 단체의 난립으로 협상이 어려워질 것이라고 예상되면서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물가 상승과 경쟁 심화로 올 상반기 역성장 국면에 접어든 상황이라 업계 내에서는 ‘엎친 데 덮친 격’이라는 말이 나온다.
현재 편의점 업계는 물가 상승과 소비 둔화로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편의점 업계 양대 산맥인 GS25와 CU의 지난 상반기 영업이익은 모두 두 자릿수로 감소했다. 지난 상반기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의 영업이익은 92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 줄었다. 같은 기간 GS25의 영업이익은 17% 감소한 762억원으로 집계됐다.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는 적자가 소폭 감소하긴 했으나 여전히 적자를 유지하고 있다.
전망도 밝지 않다. 매년 커지는 인건비 부담 때문이다. 정부와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7월 2026년도 최저임금을 시간당 1만320원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인상률은 2.9%로 노무현 정부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긴 하나, 업계는 그동안 경제·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최저임금 1만원’ 선이 이미 무너진 상황에 또다시 최저임금이 인상되며 점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편의점의 경우 산업 특성상 24시간 운영을 기본으로 해 다른 업종에 비해 인건비 부담이 높다. 이외에도 이커머스업계의 성장, 업계 경쟁 과열 등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런 상황에 가맹법 개정안마저 통과된다면, 가맹사업의 정상적인 운영에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며 걱정을 내비치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지점은 교섭단체의 난립에 따른 분쟁 증가다. 전국에 퍼져있는 점주들이 저마다 교섭단체를 만들어 본사에 요구사항을 전달할 경우 정상적인 협상이 이뤄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에 따른 업무 과부하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내 편의점 수는 5만4852개에 달한다.
이에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성명서를 내고 “제22대 국회가 개정안을 일방적으로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는 시도를 결사반대한다”라며 “모든 이해 당사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정부와 국회가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외에도 단체교섭권 도입으로 가맹점 점주 측의 영업시간 조정, 판촉비 분담 등에 대한 요구가 확대될 경우 본사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편의점의 경우 상생협의체 등 제도가 이미 마련되어 있어 마찰이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경우 가맹점의 비율이 특히 높아 이미 매장 인테리어 비용이나 물류비 지원 등 혜택이 잘 마련되어 있다”라며 “이에 더해 점주님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상생협의안 등도 발표하고 있어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당장의 반발이 심할 것 같지는 않다”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