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웹서비스(AWS)가 한국의 인공지능(AI) 대전환(AX) 시대를 맞아 단순한 기술 공급자를 넘어, 국가적 성장과 혁신을 함께 이끌어가는 '핵심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공식 선언했다. 

11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AWS 퍼블릭 섹터 데이 서울 2025'에서 "한국은 세계 3대 AI 강국을 넘어 특정 분야에서는 글로벌 1위도 가능하다"는 파격적인 비전을 제시, 2016년 이후 약 8조9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기반으로 한국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약속했다.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고, 국가적 AI 전략에 발맞춰 인프라, 기술, 인재 양성 등 전방위적 협력을 약속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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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3위에 만족하는가, 1위를 노려야 한다"
'생성형 AI와 클라우드로 그리는 대한민국 공공 부문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1000여명이 넘는 공공 부문 관계자들이 참석해 AWS가 제시하는 미래 청사진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 

기조연설자로 나선 제프 크라츠 AWS 전 세계 공공부문·비영리·국제 산업 영업 담당 부사장은 기술 과시가 아닌 '시민의 문제 해결'이라는 공공 AI 혁신의 대원칙을 강조하며, AWS가 한국의 완전한 AI 전환을 위한 가장 포괄적이고 안전한 파트너가 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한국의 AI 잠재력에 대해 보낸 강력한 신뢰 메시지를 던졌다. 그는 윤정원 AWS코리아 공공부문 대표와의 대담에서 "한국 정부의 AI 투자와 세계 3대 AI 강국 비전은 다른 국가에도 큰 영감을 준다"면서도 "왜 3위에 만족하는가, 1위를 노려야 한다"고 역설했다. 

단순한 수사적 발언을 넘어 한국의 기술력과 정부의 강력한 추진 의지, 그리고 역동적인 스타트업 생태계가 결합하면 세계 최고 수준의 AI 국가로 도약할 수 있다는 AWS의 분석이 담긴 발언으로 해석된다.

크라츠 부사장은 나아가 "한국이 AI 전환에 접근하는 방식은 아주 정교하며, 국익에 부합하는 AI를 지향하고 있다"고 높이 평가하며, 이러한 정부의 노력을 '스타트업처럼 혁신적으로 행동하는 모습'에 비유했다.

구체적인 투자 약속이 존재하기에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실제로 AWS는 2016년 서울 리전(데이터센터 집합)을 개설한 이후 인프라 구축, 운영, 인재 양성 등에 약 64억 달러, 한화로 약 8조9000억원을 투입했다고 밝혔다. 

국내 클라우드 시장에 대한 AWS의 장기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증거다. 크라츠 부사장은 "우리는 앞으로도 한국의 장기적 성공을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할 것"이라며, 30만명 이상을 대상으로 클라우드 교육을 실시한 것처럼 미래 인재 양성에도 적극적으로 기여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공공 혁신의 핵심 '전략적 디지털 주권'…AWS가 제시하는 해법은?

생성형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각국 정부의 가장 큰 화두는 '디지털 주권'이다. 자국의 데이터와 AI 기술에 대한 통제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글로벌 기술 혁신의 흐름에 뒤처지지 않아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있다.

AWS는 이 지점에서 미묘하다. 한국의 특급 도우미를 자처하고 있으나 엄연히 미국 기업이기 때문이다.

크라츠 부사장은 '전략적 디지털 주권(strategic digital sovereignty)'이라는 개념을 해법으로 제시했다. 각 국가나 조직이 데이터의 저장 위치, 접근 권한, 보안 규정 등을 스스로 완벽하게 통제하면서도 AWS가 제공하는 전 세계적인 혁신 네트워크와 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접근법이다.

그는 "전 세계 모든 정부가 데이터 주권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보안과 규정을 준수할 수 있는 통제력은 필수"라며 "AWS 역시 이 부분을 가장 중요한 '0순위' 가치로 여기고 있다"고 단언했다. 13년간 공공부문 서비스를 제공하며 쌓아온 노하우와 300개가 넘는 강력한 보안 통제 기능을 통해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소버린 AI' 전략의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가 될 수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전 세계 공공 혁신 사례에서도 확인되는 장면들이다. 당장 싱가포르는 스마트 시티 이니셔티브를 통해 교통 최적화, 공중보건 모니터링을 구현했고, 미국은 '신뢰할 수 있는 여행자 프로그램'에 생성형 AI를 도입해 입국 절차를 고도화했다. 

영국 국가보건서비스(NHS)는 암 조기 진단에, 대만 재정부는 복잡한 세법 해석에 AI를 활용해 대민 서비스 품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크라츠 부사장은 "이들 선도국의 공통점은 AI를 인간의 판단을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인간의 역량을 확장하는 도구로 본다는 점"이라며 "특히 공공의 민감한 의사결정에서는 이러한 원칙이 더욱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업스테이지부터 K-바이오까지…한국 기업과 함께 만드는 성공 방정식

AWS가 강조하는 '동반 성장' 전략은 국내 주요 기업 및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선명해지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사례는 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다. 업스테이지는 아마존 세이지메이커, AWS 트레이니움 등 최첨단 머신러닝 인프라를 활용해 자사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 '솔라'의 성능을 고도화하고, 이를 기반으로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시장에 빠르게 진출하고 있다. 크라츠 부사장이 "전 세계가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에 주목하기 시작했다"며 업스테이지를 대표적인 예로 꼽은 이유다.

협력은 특정 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25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프로젝트'의 글로벌 클라우드로 AWS를 선정해, 이중언어 모델, 헬스케어 LLM 등 다양한 국가 AI 연구의 신뢰성과 확장성을 높이고 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연합학습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K-MELLODDY)에서 AWS의 보안 협업 인프라를 통해 민감한 의료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하면서 33개 기관이 공동 연구를 수행하는 혁신적인 모델을 만들었다.

이 외에도 대화형 AI 기업 뤼튼(Wrtn)이 AWS 인프라를 통해 글로벌 서비스를 확장하는 등 수많은 스타트업이 AWS의 지원 프로그램 'AWS 액티베이트'를 통해 성장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크라츠 부사장은 "최근 샌프란시스코에서 만난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이 한국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문의를 해왔다"며 "기술뿐만 아니라 비즈니스적으로도 글로벌 성공을 거두는 '제2의 업스테이지'들이 계속해서 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래를 향한 투자…헬스케어 혁신

AWS의 한국에 대한 투자는 헬스케어라는 미래도 정조준한 상태다. 

이날 AWS는 헬스케어 및 생명과학 특화 솔루션인 'AWS 헬스오믹스(HealthOmics)'의 프라이빗 워크플로를 서울 리전에서 공식 제공한다고 발표했다. 국내 의료 및 생명과학 기관들이 복잡한 인프라 관리 부담 없이 유전체, 단백질체 등 방대한 데이터를 분석하고 신약 개발, 정밀 의료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단순한 클라우드 서비스 제공을 넘어 한국 정부의 AI 강국 비전을 공유하고, 국내 기업들과 함께 성장하며 시민들의 삶을 실질적으로 개선하는 혁신을 이끈다는 의지다.